“우리는 응징으로 전쟁을 막았다”
“우리는 응징으로 전쟁을 막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4.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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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북한의 도를 넘은 대남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월 4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선 ‘전쟁이 (중략) 오늘 당장인가 아니면 내일인가 하는 폭발전야’ ‘우리식의 첨단 핵타격 수단으로 여지없이 짓부숴버리게’ 식의 전쟁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의 이런 상식 이하의 만행은 과거 박정희 정부 때도 있었다. 바로 1976년 8월 18일에 있었던, 판문점 내 유엔군측 미루나무를 가지치기하던 미군병사를 북한병사들이 도끼로 살해한 ‘도끼만행사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대응이다. 3일후 미국과 박정희 정부는 이에 대한 응징을 위해 ‘폴 버니언’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작전을 감행한다. 주한미군 병력을 증파하고 미 본토와 괌,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주둔했던 전투기와 폭격기, 항공모함이 동원된 작전이었다. 결국 이 작전은 김일성의 사과로 일단락된다.

 

이때 판문점 비무장지대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 북한군 지역의 초소를 파괴하며 북한군의 만행에 대한 응징을 했던 부대가 있다. 일명 ‘미루나무작전’. 주인공은 1공수여단의 특공대 64명이었다.

본지 <미래한국>은 당시 1공수여단장이었던 박희도 현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회장을 만나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의견과 현재 애국단체를 이끌고 활동하는 소회를 들었다. 올해 80세가 됐지만 특공대 64명을 지휘해 판문점까지 갔던 기백은 여전했다.

- 북한이 지속적으로 대남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국가 원로로서 최근 벌어지는 남북 긴장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과거 판문점 ‘미루나무작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명령으로 특전용사들을 지휘해 문제의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참여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려했던 북한군과의 마찰은 없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우리 의지를 적에게 강요해야 합니다.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쟁 불사의 각오가 있어야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습니다.

물론 6자회담 등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김정은 정권이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에 과잉행동을 하는 것이겠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적의 도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임에도 틀림없습니다. 북한의 생존마저도 위험할 정도로 수십 배의 보복을 해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아야 한다는 일치단결된 의지를 보여 김정은이 도발 의지를 포기하게 하는 것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짖는 개는 물지 않지만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아야”

- 특히 북한의 위협이 과거와 다른 점은 핵개발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됐다는 것입니다.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응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위적 차원의 핵무장론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십니까.

일단 북한 정권이 내부로부터 붕괴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해요. 여러 정황을 볼 때 김정은 정권이 내부적으로 취약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현재 북한에 휴대폰 보급도 많이 돼 있는 식으로 나름대로 외부 소식이 들어가니 이런 부분을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을 상대로 우리나라 소식을 알리는 풍선도 좀 더 보내는 식으로요. 북한 내부의 취약성을 확대하는 것이죠. 박근혜 대통령도 ‘소련이 핵이 없어 망했냐’고 했죠. 저도 북한이 거의 붕괴 직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는 기존 우리의 재래식 무기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소위 절대 무기이기 때문에 우리도 생존을 위한 핵개발 준비는 해야 한다고 봐요. UN과 주변 당사국들이 북한의 핵포기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도 핵보유의 승인을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죠. 그런데 한미동맹이라는 현실을 감안해야 합니다. 핵과 관련된 미국과의 협정을 위반할 수는 없죠. 미국의 핵우산 정책이 우리 안보에 중요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핵무장을 원하는 국민의 단합된 힘이 박근혜 대통령이 진행할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라든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라든지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중요한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줄 수 있겠죠.

- 군사 안보 면에서 한미 공조를 중요하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나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는지요.

전쟁은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확하다면 선제공격으로 적의 공격력을 무력화 시키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방책도 검토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미국의 군사위성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표적 확보를 위해 미군의 위성이 절실합니다. 세계 많은 나라가 연합사를 운용합니다. 연합한다고 자주 국방이 아닌 게 아니에요. 사실 그동안 우리 국방비는 대개 인건비이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군의 비용은 미군이 상당 부분 감당했거든요. 이 비용을 경제개발에 쓴 것이죠.

“북핵은 ‘퍼주기’ 때문, 북한의 ‘문화침투’도 문제”

 

그런데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반대하는 우리 장성들을 폄하하고, 미국의 ‘궁딩이 뒤에 숨어서 형님형님 한다’고만 했죠. 그러면서 본인은 우리 영해인 NLL은 무시하고요. 자주 국방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북한에 나라 바치는 꼴 아니었나요.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것도 모두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돈을 갖다 줘서 그런 것 아닌가요.

- 우리 사회에선 이런 북한의 위협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 같습니다. 종북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그리고 좌파진영이 교과서나 영화 등으로 집요하게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무현 정부 때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업적도 많지만 중도라고해서 종북주의자들을 옹호해줘기를 펴게 만든 것은 정말 잘못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종북주의자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세력이죠. 공산주의자들의 용어를 빌려쓰자면 이들의 ‘문화 침투’가 심각해요. 일례로 대한민국에선 많은 언론이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말하지 않아요.

최근 미국의 전 국무장관인 파월이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의 언론 매체들이 북한의 인권과 비참한 현실을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동감해요. KBS TV 북한 소개 프로그램 ‘남북의 창’을 봐도 북한 주민의 참혹한 현실은 없고 문화 관계에 대해 홍보만 해주는 감상적인 것밖에 없어요.

이들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 방안은 국민과 종북세력을 정신적으로 격리 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 국민들이 건전한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옛날 작은 연못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연못의 물을 퍼내고 물고기를 건져 올리던 일을 연상하면 됩니다. 그들이 놀아날 물을 아예 없애자는 것이죠.

- 5공화국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아 당시 군부 내 요직을 담당하셨던 회장님을 다루는 내용도 많습니다. 그런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그리고 전두환 정부에 대해 평가해 주세요.

이승만 대통령이 의회가 있는 민주국가를 만든 것은 매우 혁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의 역할을 했죠. 그리고 5공화국의 전두환 대통령은 물가를 잡고 일정 수준의 소득수준을 만들어냈죠.

좌파들에게 일방적으로 폄하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후 국민들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겪었기 때문에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증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TV 드라마 같은 데서 제가 나온 장면들을 보지는 못하고 이야기로만 일부 전해 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제 문제를 다룬다면 한번 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든 드라마든 제작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 번도 그런 일이 없고 마음대로 썼다는 것은 상당히 괘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만·박정희 정부 폄하 유감

- 회장님은 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1988년 육군참모총장으로 예편하시고 공직은 하시지 않았습니다. 여러 제의가 있으셨을 텐데 마다하시고, 특별히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회장으로서 애국단체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전 육군참모총장 예편 후에 군인으로서 부하들이 인정할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에만 간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편 후에 국영기업체 사장 제의가 있었지만 다 고사했어요. 그냥 아내와 여행 다니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것을 보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2007년 노무현 정권 말기부터 7년째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공동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당시 예비역 장성 불교도 모임 성불회 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회원들과 뜻 있는 스님과 불교도 33명이 발기인이 모여 국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결사체로 출범했습니다. 나라가 있어야 종교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동안 북한핵을 막고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를 위해 꾸준히 활동했습니다.

요즘에는 제 의견을 인터넷 메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 보내고 있습니다. 조갑제 대표가 만든 종북주의자 리스트를 1500명에게 보내는 식이죠.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런 일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게 애국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교계 좌경화에 대한 정화 노력도 하고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각종 애국활동에 참여했어요. 그결과 2012년 8월에는 ‘대한민국사랑회’를 중심으로 애국단체들이 수여하는 ‘제5회 우남이승만 애국상 단체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미루나무 작전, 내가 발포명령 내렸다”

- 앞서도 언급하셨지만 회장님 하면 아무래도 1976년의 미루나무작전이 먼저 떠오릅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무척 급박하고 교전을 전제로 한 생명을 건 군사 작전이었을 텐데요.

사실 실제로 매우 위중한 상황이었어요. 비무장지대 내 우리측 지역에서 작업하다 북한군에 의해 미군 두 명이 죽고 한국군 부상자도 많은 발생한 사건이었잖아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은 거의 폭격 직전까지 갔다고 봐요. 박정희 대통령은 저희를 판문점에 보내고 뜻을 함께 한다는 차원이셨는지 청와대에서 철모를 쓰고 계셨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어요.

도끼만행 사건이 나고 육군참모총장과 합창의장이 왔어요. 그분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금일봉까지 주면서 ‘미루나무작전’에 제1공수여단에서 특공대를 조직해 투입하라는 명령을 하달했죠. 그래서 바로 최정예 64명을 선발했습니다. 모두 집에도 가지 못하고 다음날 작전을 감행했어요.

새벽 7시에 판문점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군용 지프차 보닛 위에 올라가서 부하들한테 그랬어요. ‘이것은 단순한 작전이 아니다. 박정희와 김일성의 싸움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고. 대통령이 금일봉을 주셨으니 성공하고 와서 회식하자고도 했죠.

다들 눈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발포명령을 내렸어요. 북한군이 1,000m 이내에 들어오면 사격해도 좋다고요. 우리 군사들이 많이 죽을까봐 걱정은 됐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64명이 전부 죽을 각오를 했던 작전이었습니다. 우리 1공수여단은 평소에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평양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린다는 각오로 훈련했으니까요.

미군과 미루나무를 제거한 후에 우리 군만 무장한 채 당시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서 북측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인지 모르겠는데 북한군이 이미 내빼고 아무도 없어서 초소만 파괴했어요. 당시 현장 지휘자가 북한군이 나타나지 않아 매우 원통해 했었죠. 미국 군인들이 저에게 그랬죠. ‘한국 공수부대 미쳤다’고 하면서 당황해 했어요.

인터뷰/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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