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의 미래
자유주의의 미래
  • 이원우
  • 승인 2013.04.19 16:37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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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에 부족한 2% 반드시 채워야
 

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입장에서 3월 28일의 ‘한국 자유주의 운동의 진화와 도약’ 컨퍼런스는 참석한 것만으로도 유쾌해지는 자리였다. 자유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를 내리고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달리 미래의 전략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격세지감의 행복감을 자아냈다.

턱없이 모자란 실력이나마 이 지면에서 자유주의의 미래에 대한 소견을 밝히는 것이 28일 행사의 결연한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길 빌며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자유주의에 필요한 것: ①스타

이번 행사의 중요한 특징은 단순히 ‘우리는 옳다’는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싱크탱크의 설립을 결의했다는 데 있다. 이른바 자유주의 싱크탱크는 미국의 CATO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처럼 정책에 대한 연구나 여론형성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할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된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문제가 자금 모금(fundraising)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다. 자금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면 아무리 터무니없는 생각을 가진 조직이라 해도 번영할 수 있다. 이는 이른바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얼마나 활개를 치고 있는지를 통해서도 쉽게 증명된다.

중요한 것은 자금의 성격이다.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게 거금을 받는 형국이 되면 독립성은 크게 훼손된다. 정부와 유착된 중앙은행에게 독립성을 운운하기 힘들어지는 모양새다. 자유주의가 중시하는 것은 언제나 개인의 가치인 바, 자유주의 싱크탱크의 자금 역시 개인의 집합으로서의 대중 모금을 지향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중(大衆)의 성격에 대한 고찰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대중의 일부인 우리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인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어려운 질문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종종 그 질문을 인식하지 못한 채 더 쉬운 질문에만 대답한다.”

문제는 자유주의가 ‘어려운 사상’이라는 점이다. 시장경제의 본질이 그렇듯 자유주의 논리의 정수는 깊은 곳에 위치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유주의가 언제나 대중들에게 외면 받는 소수의 사상으로 남아온 이유다.

심지어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끼리도 그 정의와 본질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이곤 하는 바, 자유주의 그 자체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대중적인 지평에선 승산이 높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아무나 붙잡고 “도를 믿으세요?”라는 말을 걸 때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듯,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자유주의 그 자체를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결국 이 운동이 대중을 지향할 때 필요한 것은 100명의 자유주의자보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1명의 스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대중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식을 그 스타 한 명에 동기화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10가지 이슈에 대해 골고루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면 1가지 이슈에 대해서만 의견이 달라도 후원자는 마음을 접게 된다. 하지만 자유주의자인지도 몰랐던 어떤 스타에 의해 인도받은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싱크탱크의 존재감을 인식하며 협력하되, 궁극적으로 자유주의자는 조직 내부의 논리가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스타가 되겠다는 각오로 활약해야 한다. 그쪽이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개인의 가치를 구현한다는 자유주의의 본질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다.

자유주의에 필요한 것: ②이슈

자유주의가 완성시켜야 할 두 번째 퍼즐 조각의 이름은 이슈(issue)다. 미제스는 “진리는 스스로 길을 밝힌다”고 말했다지만, 자유주의자는 이 명제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정작 ‘지금 이 순간’의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감각이 무딘 경향이 없잖아 있다.

1차원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는 대중의 무지와 편견을 힐난하기까지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사랑을 받길 갈구한다면 그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자유주의의 가장 큰 효용은 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명쾌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 있다. 언제 어떤 이슈가 터지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야말로 자유주의의 가장 큰 선물이다.

이 효용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자원은 희소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느 누구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커다란 가치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적 체계를 받아들인 사람들이 할 일은 매일의 이슈에 직접적으로 부딪치며 이 효용의 명료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게 마련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언제 어느 때라도 낯선 사람과 낯선 화제로 얘기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일련의 활동이 적층된다면 자유주의자들 스스로가 이슈를 생산하는 상황도 완전히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대한민국 핵무장론과 한미관계에 대해 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 토론을 주도해 보는 것은 어떤가?

핵무장론은 발화성이 매우 높고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높은 ‘대박 아이템’이지만 이른바 제도권에서 손대기에는 부담감이 큰 소재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자들이 멋지게 선수를 쳐서 담론을 형성해봄은 어떨까 상상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홀연히 떠나는 것이 또한 자유주의자의 미덕이자 백미 아니었던가?

마지막으로 <블랙 스완>을 저술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말을 인용하며 난삽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그가 언급한 ‘단 한 사람’이 자유주의자일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완벽하진 않아도 대단히 행복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군중 100명이 있으면 부의 50%, 상상력의 90%, 지적 용기의 100%가 단 한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단, 같은 사람이란 법은 없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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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uel 2015-02-12 11: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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