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의 이상과 현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이상과 현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4.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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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최승노 편집위원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들고 나왔다.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체계를 이루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속뜻은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자는 데 있다.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자니 명분도 없고 해서 찾은 방법이다. 국세청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증세 없는 재정확충으로 복지공약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나섰다.

지하경제는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로 잡히지 않는 경제 행위를 말한다. 아이에게 용돈을 주는 것이나 집안일을 하는 것을 포함하며, 길거리에서 유사 석유를 사고파는 것도 해당된다.

법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 있고 현행법을 위반하는 일도 포함한다. 또 세금징수의 대상이 되지 않는 비과세 행위와 세금을 안내면 불법이 되는 탈세 행위가 혼재한다.

한 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을 계산하는 일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저런 기준으로 추측할 뿐이다. 대략 10%대이거나 20%를 넘을 수도 있다는 정도라 그렇게 믿을 만하지 않다.

나라마다 그 비중도 다르다. 자급자족을 하는 문화에서는 지하경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고, 반면 시장을 통한 거래 행위가 자리 잡은 선진국에서 그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취지는 불법적인 탈세행위를 근절하는 정책을 펴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견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로 보인다.

무자료 거래로 탈세를 일삼았다거나 탈세범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국민으로서는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시정하는 것은 공정사회 구현에도 부합하고 정부의 세수 확대에도 도움을 줄 듯도 하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정부의 정책은 늘 숨겨진 부작용이 드러나 실패하곤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경제 현실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목표를 강제해서 얻는 사회적 편익보다는 그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현금영수증의 의무발급 기준을 낮추고, 전자세금계산서 의무발급 사업자 범위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개인 간 주식 장외거래 내역을 제출하라고 해 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정부가 전방위로 추구할 만한 목표가 아니다.

무척 도덕적인 데다가 세수 증대를 목표로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면 생활 터전이 오히려 파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지금까지 세금을 회피했던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일일 뿐이다. 따라서 그에 합당한 수준에서 추진해야 한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을 지하경제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사람들의 생활을 다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정부가 세금을 더 걷고 싶은 데 있다. 이는 합리적인 세수 확보로 접근할 일이다. 그러려면 세금 징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약을 지키자고 경제를 희생하는 일은 국민과의 약속을 올바로 지키는 일이 아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국민을 괴롭히고 살림을 어렵게 만들면서 공약을 지키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 경제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1%대로 주저앉을 태세다. 공약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지 않는 올바른 정치를 기대한다.

최승노 편집위원‧자유경제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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