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 대책, 화두는 전세가격
4·1 부동산 대책, 화두는 전세가격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4.1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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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년의 줌인부동산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보금자리주택 건설이었다.

2009년부터 본격 시작된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이 재정 또는 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 매입해 분양 또는 임대를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으로,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소득계층별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주택들을 공공이 신속하게 공급하는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라는 게 애초 개념이었다.

보금자리주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폭락했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2009년 하반기부터 다시 들썩임에 따라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 하에 도입됐다. 그러나 이 사업엔 몇 가지 역효과가 있었다.

보금자리주택의 청약을 하기 위해서는 무주택자여야만 하는데, 이를 기대한 주택구매 대기수요자들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무주택자’ 신분 유지를 위해 전세시장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다.

‘보금자리 로또’ 폐기시킨 박근혜 정부

또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공공 보금자리 주택의 공급이 폭증하면서 매매가는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특히 보금자리주택 지정 지역 인근에 위치한 경기도 신도시들의 가격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전세가 폭등이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노린 대기수요자들이 집을 구입하지 않고 전세시장에 계속 머물면서 전세 수요는 급증했고, 매매가격 하락을 우려한 나머지 주택 매입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일례로 잠실 리센츠 84㎡의 전세가격은 2009년 초 3억대 초반에 불과했으나 2013년 4월 현재는 6억원에 육박한다. 비강남권 아파트 및 빌라들의 전세가 역시 폭등을 거듭하며 무주택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했다.

매매가격의 급속한 하락 또한 중산층에게 고통을 줬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급속하게 오르는 주택 가격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했던 중산층은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공급 폭증’으로 인해 자신들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출규제 완화와 세제혜택 등을 포함한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이 10여차례 나왔지만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4월 1일 발표한 부동산 종합대책은 전세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대책을 통해 보금자리지구 신규 지정 중단과 건설 중인 보금자리지구의 주택들 중 상당수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현재 부동산시장이 직면한 두 가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보금자리 신규 지정이 중단되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공급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사태는 일단 중단됐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고 점진적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29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처음으로 주간동향을 조사한 지난해 5월 이후 46주 만에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0.01%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반분양 예정이던 기존 보금자리 지구의 공급물량이 임대로 대거 전환되면서 전세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보금자리 임대물량 중 상당 부분이 장기전세주택으로 전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09년 초에 비해 많게는 두 배 가량 오른 수도권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서민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대책엔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들에 한해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완화해 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가 면제되고 지원 규모도 당초 계획의 2배인 5조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잠재적 전세 수요자들을 매매시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고 매매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실행할 경우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앞당기고 서민주거와 민생경제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실현될 경우 주택 거래량이 15% 증가하고 연말까지 가격도 2%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직증축, 일산-분당에 ‘가뭄 끝 단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수직증축 허용 방안도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에는 용적률이 200%에 육박하기에 재건축을 하기엔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들이 많다. 이런 단지들에는 재건축이 비해 비용과 시간이 단축되는 리모델링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늘어난 주택 면적의 3분의 1까지 일반분양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직증축되는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을 크게 늘려 15년 이상 된 낡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촉진하는 동시에 주택시장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수직증축을 통해 증가하는 가구수만큼 일반분양을 받으면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건축비를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마포구 현석동 밤섬쌍용예가(舊 호수아파트)의 리모델링에는 가구당 약 1억9천만원이 소요됐다. 만약 수직증축 허가로 일반분양이 가능했다면 가구당 2천만원 이상의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리모델링을 기다리고 있는 일산과 분당의 아파트 단지들에겐 큰 호재다.

특히 하우스푸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일산과 분당 신도시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리모델링은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은 지 15년 이상 된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 단지는 400만 채에 이른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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