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포스코에너지"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포스코에너지"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4.22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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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기준 3위 -

- 포스코에너지의 상무로 알려진 한 남자(승객 A)가 LA행 대한항공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기내식이 불만족스럽다”며 잡지책으로 여승무원의 눈 주위를 가격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져 큰 논란이 일고 있다.

- 해당 승무원은 미국에 도착해 그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결국 승객 A는 “미국에서 조사를 받거나 한국으로 귀국하라”는 美세관 및 FBI의 권고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 알려진 ‘입국 취소’와는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

- 사건의 전말은 당시 승객 A의 행적을 매우 꼼꼼하게 기록한 운항일지가 공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승무원 측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일지에 의하면 승객 A는 비행기에 올라서 자리를 찾는 순간부터 “옆 좌석에 승객이 있지 않느냐”며 욕설을 했다.

- 이후에도 승객A는 짐 보관, 기내식, 기내 온도 등 다양한 국면에서 승무원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특히 “라면이 너무 짜다”는 승객 A의 불만은 한국인들의 공분을 사며 수많은 조롱과 패러디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승객 A는 2013년 3월부로 포스코에너지 상무로 승진한 근속 30년의 베테랑이다. 1960년생. 포스코에너지 신재생에너지사업 개발실장인 동시에 포스코에너지의 자회사인 포스코E&E(2009년 설립)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2009년 포스코터미날 본부장 시절에는 ‘무역의 날’ 기념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 ‘반도의 흔한 진상’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안이 이렇게 크게 불거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운항 중인 비행기에서 승무원을 폭행한 혐의를 남기며 그가 이 사안을 범법(犯法)의 영역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대기업 상무라는 사실도 여론의 발화점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 주말 동안 여론을 뜨겁게 달군 이 문제에 대해 포스코는 공식 사과문을 내놓았다. “포스코에너지는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면밀한 조사를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 포스코패밀리사를 대표해 포스코에너지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포스코 공식 블로그 사과문 中)

- 이 사안은 두 가지 정도의 통찰을 제공한다. 첫 번째, 법과 도덕의 영역 구분이다. 입으로만 욕을 하는 사람은 비도덕적일 뿐이지만 그와 함께 손이 올라가는 사람은 불법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여론이 그를 구제할 가능성은 턱없이 낮아지거나 아예 사라진다. 두 번째는 기록(記錄)의 중요성이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 사안의 경우에는 항공일지라는 상세기록이 사건 그 자체를 주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그는 슈퍼마켓 음료 코너에서 스무디를 주문했다. 나이가 많이 든 직원의 동작이 느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온갖 모욕적인 말로 그 직원을 비난했다. 그에게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짜증내지 말자’는 필터가 아예 없는 것 같았다.”

- 스티브 잡스의 평전을 써낸 월터 아이작슨의 회고다. ‘그’는 물론 잡스를 의미한다. 진상이기는 매한가지지만 스티브 잡스와 승객 A에게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 잡스는 스무디 직원을 폭행하지는 않았다. 둘째, 스무디 직원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포스코에서 진행 중인 내사(內査)는 승객 A의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조용히 쌓아온 그의 근속 30년이 지금 위태롭다. 대한민국은 ‘포스코에너지’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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