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법, 악당은 악당일 뿐이다
금주법, 악당은 악당일 뿐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4.22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강호의 영화산책: <언터처블>
 

좀 오래됐다. 1987년 작품, 26년 전 영화다.

금주법 시대 막바지인 1930년 시카고가 무대다. 당시 시카고는 완전 난장(亂場)이었다. 알 카포네(Al Capone)라는 갱이 이 도시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폭력으로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매수하고 있었다.

주인공 엘리엇 네스(Eliot Ness)는 연방 재무부에서 시카고 경찰로 파견된 수사관이다. 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나선 네스의 팀에게 알 카포네 패거리는 한편으로는 위협을 또 한편으로는 매수의 손길을 뻗쳤다.

그러나 그는 매수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The Untouchables’였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영화의 첫 장면, 면도를 받고 있는 알 카포네가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한 기자가 이렇게 묻는다. “사실상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임명이 안 되셨는지?”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방자한 대답이 이어진다. “솔직히 기분은 좋군… 난 그저 사람들의 소망에 답하고 있을 뿐이야.” 그가 말하는 소망이란 술이다. 알 카포네의 주된 사업은 주류밀매였다.

1920년 발효된 미국의 금주법(禁酒法)은 확실히 무리수였다. ‘경건한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음주풍조의 억제는 커녕 ‘밀주사업’의 기회로 갱들만 즐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언터처블>은 그런 측면에는 거의, 아니 전혀 시선을 주지 않는다. 금주법이 무리한 것이든 아니든 “아무튼 놈들은 나쁜 놈들이고, 나쁜 놈들은 어쨌든 잡아들여야 한다”는 게 이 영화의 기본자세다. 하지만 단순함에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주류밀매 사업을 장악하기 위한 알 카포네의 주된 수단은 거리낌 없는 폭력과 살인이다. 거래를 거절하는 자의 가게는 부하를 시켜 폭탄으로 날려 버린다. 그로 인해 가게에 심부름을 온 어린 소녀가 희생되기까지 한다. 이 악당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주인공 네스는 부임 첫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다. “금주법도 법입니다.” 금주법이 발효된 지 10년, 무리한 법안이니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미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비가 어쨌든 법은 법이며, 범죄자는 잡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알 카포네는 1년 뒤인 1931년 결국 체포되고 1932년 11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불과 1년 뒤인 1933년 금주법은 결국 폐지되고 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일을 마무리 짓고 시카고를 떠나려는 네스와 마주친 기자는 금주법이 폐지될 전망이라는 소식을 알리며 그땐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네스는 “그땐 한잔 해야겠지요”라고 답한다.

“사람들의 소망에 답했을 뿐”이라던 알 카포네의 입장에선 염장이 꼬일 상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이건 매우 맹랑한 가정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매우 논쟁적 주제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악당은 그저 악당일 따름이다. 알 카포네는 그런 부류였고 그렇게 결말을 맞아야 했다.

이 작품은 영화화되기 이전에 먼저 동명의 TV 드라마로 만들어졌었다. ABC 방송에서 1959년부터 1963년까지 방영됐다. 1970년대 한국에서도 미군방송 AFKN에서 방영된 바 있다. 장년층 이상이라면 어쩌면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강호 편집위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