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가 된 층간소음, 해결책은?
사회문제가 된 층간소음, 해결책은?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4.24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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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상 결함으로 발생… 80년대 이전 아파트엔 적어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해 “과학기술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거의 모든 국민이 아파트에 사는데 문화를 확 바꾸기 어렵다면 과학기술적인 면에서 노력해 층간소음을 줄일 방법은 없을지 노력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새로운 시장과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을 할 정도로 층간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는 의미다.

지난 4월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김재호)는 아파트 층간 소음을 원인으로 한 이웃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직접 찾아가서는 안 되고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한 항의까지만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층간소음·분쟁 발생 시 이웃이 직접 대면할 경우 폭행 등 추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판결이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자칫 폭행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질 소지가 있어 이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의 특성상 위층에 거주하는 가구의 소음이 아래층으로 전달된다는 건 피하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층간소음이 상대적으로 더 심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80년대부터 설계상 결함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초반부터다. 초창기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5층 정도의 저층 위주로 건설됐다. 이 시기엔 층간소음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다만 하수도 배관 관련 기술의 문제로 인해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아파트의 고층화가 진행되면서 하중을 줄이기 위해 무게가 가벼운 신소재를 슬래브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층간 슬래브 두께가 얇아진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실제로 1980년대 이전에 건설된 여의도와 강남 일대의 노후 아파트들이 층간소음 문제에서는 최근 건설된 신축 아파트들에 비해 더 낫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경제성장이 계속되고 중산층의 비율이 급증하던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는 정부가 넘쳐나는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던 시기였다. 이에 주택 물량의 확충을 위해 정부는 조립식주택(PC) 공법 도입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립식주택은 바닥은 물론 벽체, 화장실, 계단 등 모든 주택구조체를 부품화해 공장에서 생산,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의 주택으로 설계는 물론 생산, 시공 과정에서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그러나 당시 현장 근로자들의 시공 정밀도가 떨어졌기에 조립식주택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립식주택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접합부분의 틈이 벌어져 위층과 아래층간 차단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양관섭 박사는 “아파트 층간소음은 고층화에 따른 슬래브 경량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층간소음 인증제를 도입해 주택건설업체들이 층간소음 차단을 위한 연구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한편으론 법적, 제도적인 건축기준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년대와 90년대에 건설된 아파트들의 경우 이미 존재하는 층간소음을 기술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층간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가구의 경우 방음매트를 설치함으로써 아래층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밖에 없다.

신규 건설 중인 아파트들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건설 과정에서부터 층간소음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시공사를 압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에 입주 예정인 ‘하남미사입주예정자연합대표회의’는 지난 4월 12일 “층간소음 완충재로 스티로폼의 일종인 발포폴리스티렌(EPS)을 사용하려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며 “EPS 단일 재질이 아닌 발포고무(EVA) 등 2가지 이상의 재질을 현장 테스트해 법정 기준을 충족하고 5년 이상 내구성을 가진 자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회 측은 “서울 강남지구 등 다른 보금자리주택지구와 비교해 저급한 소재를 사용해 차별한다”며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기업이 소극적 대처로 일관해 입주민 간 분쟁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차세대 아파트의 핵심 경쟁력

이에 LH 하남사업본부는 “실험실과 현장 간 성능 편차를 고려해 법정 기준(중량·경량충격음 각 4등급)보다 강화된 기준(중량충격음 2등급·경량충격음 1등급)의 자재를 시공할 것”이라며 “내구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법정 기준 이상 제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구와 차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남지구의 2개 블록만 EVA 재질을 사용했으며 성능 합격 판정을 받은 EVA 제품 납품 업체가 한 곳뿐이어서 독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전국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하고 소음도에 맞는 개선 대책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KCL은 이를 위해 충북 오창에 국내 최고 수준인 건축음향 종합시험동을 구축하고, 소음 관련 종합기술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설은 △차음성능시험실 △잔향실 △무향실로 구성된다. 차음성능시험실에서는 창호와 건식벽체 등의 차음성능을 평가한다. 잔향실에서는 유리면·압면 등 각종 흡음재 흡음률을 측정하고 무향실에서는 바이올린 등 각종 악기 음향과 사무용 기기 소음도를 측정한다. 기존 공동주택 층간시험동을 포함 종합적인 건축음향 종합솔루션을 제공한다.

송재빈 KCL 원장은 “층간소음 갈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배경을 감안해 주민이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는 방안을 찾는 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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