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버진 아일랜드"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버진 아일랜드"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4.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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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4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기준 10위 -

- 2013년의 키워드는 ‘명단 공개’가 될 수도 있다.

- 지난 4월 초 익명의 네티즌 그룹 어나니머스가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을 공개한 사건에 이어 또 한 번의 시끌벅적한 명단 공개가 예고되었다. 이번엔 익명의 탈 뒤에 숨는 영웅심리 집단이 아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의해서다.

- ICIJ는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탐사보도 전문기관이다. 1997년 창설 이래 100% 기부금에만 의존하면서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 노조, 익명의 기부금은 받지 않는다. 세계 60여 개국의 160여 명 기자가 참여하고 있다. 별명은 ‘언론의 인터폴.’

- ICIJ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접점을 갖게 된 계기는 2011년 마련되었다. 호주 출신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제러드 라일(Gerard Ryle)은 자신에게 도착한 하드디스크 안에 버진 아일랜드의 역외기업 및 페이퍼컴퍼니 목록과 관계자 정보가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전체 데이터 용량은 260기가바이트. 이에 ICIJ는 46개국-86명의 탐사보도 기자 팀을 구성했다. 2010년의 핫이슈였던 위키리크스보다 커다란 스케일로 데이터 분석이 15개월간 진행되었고, 지난 3일부터 영국 <가디언>을 통해 명단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 대선캠프 재무담당자, 탁신 前태국 총리의 부인,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전 남편 등의 이름이 폭로되었다.

- 데이터 분석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뉴스가 한국인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모은 이유는 있다. 한국에서도 상당히 많은 액수의 돈이 버진 아일랜드로 흘러간 정황이 있음을 ICIJ가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명단 제공을 요청한 국세청의 요구는 거절되었다. 그러나 이 명단은 아무리 늦어도 2013년 안에는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버진 아일랜드는 이미 2009년에도 떠들썩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故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를 세우는 과정에서 태광그룹 박연차 회장의 500만 달러를 받은 정황이 검찰의 수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론스타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며 세금전쟁을 벌였던 노前대통령의 행적과 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ICIJ가 버진 아일랜드 조세 회피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정황을 고려하면 이 사건이 다시 거론될 확률은 낮지 않다.

- ICIJ의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의 중량감에 따라서 이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고강도의 세무조사 팀을 가동시킨 국세청의 활동에도 속도가 붙는 가운데,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면 부작용이 더 커지는 지하경제의 복잡성도 다시 한 번 부각될 수 있다.

- 총 면적 353km²의 버진 아일랜드는 거제도보다 작지만 명단이 공개되면 독도보다 더 자주 거론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버진 아일랜드’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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