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對中) 경제의존도, 과장돼 있다
대중(對中) 경제의존도, 과장돼 있다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4.2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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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 빈약하고 인건비 상승에 한국 기업들 철수


2012년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GDP(국민총생산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총 무역량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해 1위 자리에 올랐다. 조만간 GDP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24.2%, 수입의 16.8%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 됐다. 대중(對中) 교역규모가 확대되면서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물론 비중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크다는 건 중국이 그만큼 중요한 시장임을 시사한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중국이 한국 경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좌파진영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외교관계에서 미국보다 중국을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대중(對中) 교역의 실상, 대부분이 가공무역

그러나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와 관련해서 실상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량이 다른 국가들과의 그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가공무역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한국보다 저렴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 반제품 또는 원자재를 중국으로 수출해서 조립한 후 미국, 유럽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즉 최종 목적지는 중국이 아닌 미국 등 서방국가가 되는 것이다.

반면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수출비중은 적은 편이다. 정부가 지난 2011년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중수출 중 제3국으로 수출하는 가공무역의 비중은 75%이고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대중수출은 25%에 불과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기록하는 수백억 달러의 무역흑자에는 상당부분 거품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매긴 무역 평가 결과 한국의 실질적인 대중 무역흑자는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WTO(세계무역기구)는 지난 1월 주요 교역국의 무역을 부가가치(value-added) 기준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OECD와 WTO가 글로벌 공급망의 분화로 총수출액과 총수입액에만 의존하는 기존 총교역량 방식의 무역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해 최종재 생산에 사용된 중간재의 생산국과 부가가치를 추적함으로써 상품들이 어느 정도의 부가가치를 내는지 분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2009년 기준으로 총 교역량 방식을 적용할 경우 전체 수출의 27%를 차지하지만 부가가치 기준을 적용할 경우에는 19%로 감소했고 일본은 한국의 두 번째 수입국가에 올랐다. 또한 부가가치 기준에 따르면 대 중국 무역흑자는 약 450억 달러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대 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569억 달러였지만 부가가치 기준으로 하면 104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한국산 제품의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가공을 거쳐 미국, 일본, 독일 등 제3국으로 수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의 중국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의존도가 단순 무역량에 비해 훨씬 낮음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타국으로 대거 이전할 경우 대중 교역 규모는 자연스럽게 급감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중국의 내수시장은 현재까지는 GDP 규모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중국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미국(72%), 일본(60%)에 비해 한참 낮았다. 그 규모도 2조5000억 달러로 일본의 71%, 미국의 24%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일보는 지난해 사설에서 “중국의 무역흑자는 사실상 미국 기업들이 모두 가져가고 있다”며 “지금처럼 자국 내 모순을 중국에 전가하면 국제무역의 발전을 저해하고 쌍방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표면상으로는 중국이 무역흑자를 보고 있지만 대부분 가공무역이고 실제 수출 주체는 외자기업들이어서 중국이 이익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인민일보는 “지난해 중국의 수출에서 외자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2.4%에 달하고 그 중 미국 기업의 비중은 60%나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미 무역에서 낸 흑자 대부분을 미국이 다시 가져간다”는 주장이다. 이어 “중국은 양질의 저렴한 상품을 수출해 미국인들의 소비 능력과 생활 수준을 높여줬다”며 “이는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건비 상승에 투자기업들 대거 철수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가공무역을 위해 중국에 대거 진출한 이유는 중국의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이 경쟁력마저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생산성을 고려한 중국의 1인당 평균 인건비가 앞으로 8~9년 안에 한국의 인건비를 추월할 전망이다. 또 2008~2010년 중국에 진출해 사업하고 있는 국내 22개 제조업종 가운데 식료품 의복 등 10개 업종은 평균 3년에 한 번꼴로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2021~2022년께 중국과 한국의 근로자가 1달러어치 제품을 생산할 때 받는 시간당 임금(생산성 임금)이 거의 비슷해질 전망이다. 이는 산자부의 의뢰를 받은 회계컨설팅업체 삼정KPMG가 중국에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국내 439개 기업을 대상으로 10년간(2008~2017년) 양국의 인건비 상승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턴하는 기업들도 최근 급증했다. 중국 칭다오에 진출한 국내 주얼리업체 18개는 지난해 8월 전북 익산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신발·전자부품·자동차부품 등 제조업체 10곳이 국내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저렴한 동남아 국가들이 새로운 생산기지로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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