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이야기
한미정상회담에서 해야 할 이야기
  • 미래한국
  • 승인 2013.04.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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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버드대에서 개최된 회의에 참석하러 미국에 다녀왔다. 방문 중 호텔방에서 폭스뉴스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틀었더니 마침 북한문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패널로 나온 카토연구소의 덕 밴다오 연구원은 북핵 위협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에 앞서 주한미군 철수를 권장하면서 한국은 이제 잘 살고, 미국은 경제적으로 어려우니 한반도의 문제는 한국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었다.

밴다오의 주장 자체를 판단하기 위한 지적이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포인트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미국의 여론을 분열시키며 부분적으로나마 먹혀 들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협박 및 도발은 한국 사회를 양극화 시킨 지 이미 오래다. 지난 십 수년간 종북·좌파 세력은 ‘전쟁이냐 평화냐’ 운운하며 대북 유화정책 여론을 부추겼다. 지난 2개월간 확대된 북한의 협박외교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올해 460억 달러를 포함해 앞으로 10년간 500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미국의 재정 현실을 감안했을 때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 파견된 미군의 철수 및 축소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한·미 연례 안보훈련에 맞춰 군사적 대응을 강화해온 북한은 이점을 노리고 미국 여론을 흔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을 극복하는 동시에 북한의 온갖 술책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과거 냉전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이 제도적인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연합사령부(CFC)와 같은 기존의 제도적인 결합은 동맹을 강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합사의 해체 문제는 보다 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추가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및 한국의 적극적인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도 ‘제도적 링크’ 차원에서 다뤄진다면 한미동맹은 몇 단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원자력협정을 놓고 미국이 한국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에는 이미 25년 전에 재처리와 농축을 허용했으면서 한국에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제도적 링크’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 자명하다.

MD는 미국이 추구하는 첨단무기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다.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동맹인 호주와 일본은 이미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 MD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미국으로부터 최고의 동맹국 대우를 받고 싶어 하면서 MD 참여를 외면해온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미동맹의 ‘제도적 링크’ 강화를 위해서라도 한국도 호주와 일본에 이어 MD 사업에 동참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빈번한 지금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미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위의 ‘제도적 링크’를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차원의 파트너로 넓혀가는 것이다. 미국은 역시 서방국이기 때문에 아태지역에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만약 한국이 미국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의 동맹 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인권수호, 영토문제, 환경보호, 안보구축, 경제발전 등 명분 있는 의제를 추구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한미동맹 관계는 서로 주고 받는 상호 보완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다 국방예산이 깎인 미국에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분담금을 자발적으로 대폭 늘려준다면 미국이 원자력협정 개정과 같은 문제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의 목표는 새로 설정돼야 한다. 지난 60년 동안은 공산권에 대한 봉쇄전략이 주 목적이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체제는 한 시대의 현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 정권도 언제 붕괴될지 모른다. 따라서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에 대한 준비를 주 목표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이정훈 부회장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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