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공갈빵’과 한국의 ‘호들갑’
아베의 ‘공갈빵’과 한국의 ‘호들갑’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4.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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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노 헤이까 반자이!”(천황폐하 만세)

지난 28일, 일본 헌정기념관에서는 때아닌 만세 소리가 터져나왔다.

'주권회복ㆍ국제사회복귀 기념식'이라는 한 행사에서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행사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양손을 치켜 들며 "천황(일왕) 폐하 만세"를 외친 이는 다름아닌 아베 수상이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외교노선에 대해 주변국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아베총리는 의회 토론에서 전쟁에 대한 사과여부 질의에 대해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나 국제 사회에서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며 “국가 간에 발생한 일은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수상이 2차대전시기에 주변국에 대한 침략행위에 대한 사과의사가 사실상 없음을 밝힌 것이다.

아베 수상은 또 최근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문제가 되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 일본 내각은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2차 대전에 대한 침략사를 정당화했다.

아베의 목적은 일본 ‘평화헌법’을 수정한 신(新)헌법 체제다. 이 체제에서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선제적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자위대의 편성과 궁극적으로는 핵무장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요란한 아베의 구호정치에 정작 일본국민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70%의 지지율을 받는다는 아베 내각이지만, 아베수상의 ‘텐노 헤이까 반자이’식 포퓰리즘에 일본 국민 생각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구호만 요란한 지지율 6%의 ‘평화헌법 수정’

4월 16일자 아사히 신문 기사에 따르면, 아베의 경제 정책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외교 및 안보 문제에 대한 아베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헌법과 관련한 그의 견해에 대한 지지도도 6%에 불과했다.

오죽 하면 아베 수상의 측근인 아소는 지난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베 총리에게 개인적인 관심사는 차치하고 우선 경제 문제에 집중하라고 설득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아소의 이러한 코멘트는 정확한 것이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한 아베의 정치적 운명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은 이러한 아베 내각의 정책을 ‘우경화’라고 보도한다. 하지만 아베 내각의 이러한 노선은 ‘국가주의’(Nationalism)라고 불러야 한다. 우경화라는 의미는 보편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만일 아베 내각의 이러한 정책을 우경화라고 한다면 북한 김씨 정권의 핵무기 개발도 ‘우경화’라거나 ‘좌경화’라고 불러야 한다.

아베 내각의 정책을 우경화라고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근거는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정책이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재정적자를 통한 경제 부흥’이다. 이 정책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주도의 관치주의(Statism)이다. 이 역시 국가주의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

경제성적표에 달린 아베의 정치적 운명

일본 경제는 전통적인 관료주의를 통해 경제를 운용해 왔다. 그 결과 90년대 일본의 버블붕괴 시기에 정부 적자재정의 확대로 일본의 국가부채는 현재 GDP의 250%에 달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총재와 OECD가 일본의 지나친 재정적자에 대해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경고를 내린 지 오래지만 아베 수상은 최근 정부가 일본 기업과 은행들의 채권을 사들이는 유동성 양적확대를 통해 인위적인 ‘엔저’ 정책을 펼쳤다.

막대한 돈을 풀어 엔화의 가치를 내린 이 관치 금융은 단기적으로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가져오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대표적으로 소니가 지난 달 수출 경쟁력 회복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경영 실적 개선을 가져왔다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엔저 정책은 내수 위축과 재정적자의 악화를 가져와 결국 단기적 성과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헤리티지 연구소가 지난 13일 ‘무엇이 진짜 일본경제의 문제인가’라는 논평을 통해 이러한 일본경제 문제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헤리티지는 세계 경제규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이 정부 부채를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1950년대식 고집을 포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관치 경제로 성장할 수 있는 일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아베노믹스는 ‘우경화’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좌경화’에 가깝다.

아베의 정치적 운명은 올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 달렸다. 이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텐노 헤이까 반자이’가 아니라 인위적인 엔저정책으로 일본 경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느냐가 될 것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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