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새학기
북한의 새학기
  • 미래한국
  • 승인 2013.04.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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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의 북한이야기


지난 3월 한국에서는 새학기가 시작됐다. 학생들은 새학년에 올라가 새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생각에 부풀어 있다.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정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운영하기에 바쁘다.

학원들도 홍보 전단지를 돌리는 등 학생 유치 경쟁으로 분주하다. 학용품을 파는 문구점, 노트북 등 학습용 기기를 파는 전자제품 상가도 대목이다.

학교 앞의 분식점도 학생들로 만원이다. 마치 한국 전체가 새학기의 열풍으로 들끓고 있는 것만 같다. 그만큼 한국에서 교육은 전 국민의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봄 학기는 4월에 시작되고 가을학기는 9월에 시작된다. 하지만 새학기를 맞이하는 북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근심으로 얼굴이 어둡다. 학교에 등교하려 해도 학용품이 구비돼 있지 않다. 노트, 연필, 가방이 없다. 교복도 없다.

한국에는 어느 학교나 점심시간에 무상급식을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도시락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밥도 반찬도 없다. 한국 학생들은 아침에 별로 입맛이 없어 식사를 안하고 학교로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학생들은 먹을 밥이 없어 굶고 등교해야 한다. 배가 고파 아예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로, 학원으로 가느라 분주하지만 북한 학생들은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학교가 아닌 산으로 들로 장마당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의 학교에는 자율적으로 좋은 교육프로그램들이 많다. 북한 학교에서는 정부가 만든 교육프로그램만 운영하게 돼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정권에 대한 우상화교육으로 가득하다.

나라 발전을 위한 교육을 북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해서도 안 된다.

어디 그뿐인가? 정작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원(북한에서는 교사를 교원이라고 부른다)들이 굶주림으로 인해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북한의 교육은 날로 후퇴하고 있다.

몇 년 전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통일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교육시간에 학생들에게 북한 청소년들의 고달픈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되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일어나더니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밥이 없으면 슈퍼에 가서 라면을 사먹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 학생의 질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날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며 나는 오늘 통일교육은 0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60분 동안 떠들어 댔지만 정작 한국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북한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북한 정권은 오늘도 ‘청소년들은 나라의 왕이며 조국의 미래’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나라의 왕이자 조국의 미래인 북한 청소년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북한의 새학기는 가정마다 탄식과 울분으로 가득 차 있다.

생명은 죽어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찾아보기 힘든 북한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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