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창조경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 미래한국
  • 승인 2013.05.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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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해 창조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부서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를 지정했다.

그리고 이 미래부는 정부 연구개발(R&D)비의 전주기(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 산업화연구)를 관리하고, 과학기술과 ICT를 망라해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갖고, ICT생태계를 부활시켜 지식 창조 및 문화산업 발전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슈퍼 행정부서로 키우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새 정부의 선택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으며 과학기술인들과 ICT 인들은 모두 이러한 구상을 환영하고 큰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내용을 보면 당초의 계획과는 거리가 멀게 확정됐고 이런 상황이라면 창조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심히 염려가 된다.

정부 각 부처의 극심한 이기주의에 밀려 기초연구에서 산업화연구에 이르는 과학기술의 전주기를 관리해야 할 미래부가 앞뒤에서 손발이 잘린 상태이다.

창조경제 연구의 출발점인 대학의 산학협력 연구비와 기초연구 일부가 대학 개혁을 유도하기 위한 교육부의 정책수단으로 변하면서 미래부로 이관되지 못하고 교육부에 남게 됐다.

또한 창조경제 연구의 종착역인 산업화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겨져 당초에 계획했던 정부 R&D의 전주기 관리를 미래부에서 수행하기는 불가능하게 됐다.

또한 문화부는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관련 업무를 미래부로 완전히 이관하지 않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 관리를 양분함으로써 방송 문화산업 발전에 비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정부 R&D의 배분과 조정 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미래부에 흡수되면서 소멸됐다. 실제적인 컨트롤 타워 기능을 상실된 셈이다. 왜냐하면 힘이 약화된 미래부가 타 부서의 R&D에 대한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보면 미래부를 중심으로 창조경제를 달성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에는 큰 암운이 드리워진 셈이다. 돌이켜보면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김대중 정부의 ‘지식기반 경제’, 노무현 정부의 ‘혁신주도 경제’, 이명박 정부의 ‘녹색 경제’가 모두 초기에는 힘차게 출발했으나 임기가 반쯤 지나면서 그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나 출발점부터 순탄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창조경제’의 순항을 위한 대책은?

새 정부의 구상인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도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음의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박 대통령 자신이 창조경제의 순항을 위해 미래부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창조경제가 이번 정부의 비전이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조직을 만들고 방해요소가 되는 것을 제거해 줘야 한다. 둘째, 미래부가 원래 목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의 업무 분장을 재조정해 줘야 한다. 이는 국무회의의 업무 세부조정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다.

셋째,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으로 돼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기술은 장기적 성과와 기초연구를 선호하며 ICT는 단기적 성과와 개발연구를 선호한다.

정부에서 단기적 성과를 바라고 기초연구 투자를 게을리 한다면 과학기술은 뒤편으로 밀리고, 미래부는 ICT가 주도권을 잡고 과학기술은 시녀 노릇을 하는 부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미래부는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초연구 투자를 강조하는 장기적 계획 하에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과학기술과 ICT가 균형을 이루면서 창조경제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복지 중심의 국정운영’으로는 불가능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이 돼야 한다. 창조경제를 위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 등은 복지를 확대한다고 해서 절대 달성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고 특허 출원을 장려하며, 이스라엘과 같이 창조형 혁신 벤처의 설립 생태계를 구축하고, 과학문화가 일반 대중 속에 깊이 자리하는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될 때 진정한 창조경제는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미래부가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조를 가졌으면 한다. 첫째, 미래부가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거 추격형 시대의 과학기술부나 정보통신부의 영역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30년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지향형 부처로 설립돼야 한다.

미래 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사회 변화 예측, 이를 토대로 국가과학기술정책의 수립과 집행기능이 미래부에 부여돼야 한다.

미래 사회 연구와 변화 예측을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 관리와 분석이 필수적이므로 통계처리와 빅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진 통계분석실의 설치가 미래부의 필수적인 성공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둘째, 미래부가 정부 R&D의 상당 부분을 다루는 만큼 R&D를 다루는 부서에는 전문성을 가진 민간인을 다수 채용해 자율적이고 유연한 R&D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 행정부가 국립과학재단(NSF)에 주는 자율성과 전문성을 미래부는 본받아야 할 것이다.

미래부의 미래지향적 유연성 필요하다

또한 미래부 산하에는 많은 기초기술연구회, 산업기술연구회 등의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의 민간 조직들이 있다.

이 기관들이 미래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소기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힘을 실어주는 부단한 노력을 미래부는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선진국형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가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미래부는 과학기술분야의 국제적 리더십 발휘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진국과의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장려하면서 개도국에게는 베푸는 과학기술 행정을 펴나가야 한다.

공적개발자금(ODA)을 활용해 개도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도와줘야 하며 우리의 과학기술 고경력자들을 다수 개도국에 파견해 개도국과의 국제 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다수의 개도국들은 한국의 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하며 한국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했듯이 우리도 어려움에 처한 개도국들을 도와줄 차례가 됐다. 이런 방면에서 미래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필자는 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는다. 국가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현 시국에서 우리 국민이 모두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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