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이 약화된다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면…
  • 미래한국
  • 승인 2013.05.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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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이 극에 달하고 있는 이즈음 미국이 한국과 동맹국이 아니었다면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느 대학 교수는 북한이 저토록 난리를 치는데도 한국인들이 놀라울 정도로 태평하다는 사실에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고 평가한다.

2015년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한미동맹 구조가 바뀌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태평함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 태평함의 근원이 한미동맹에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맞는 이야기다. 한미동맹이 존재하기에 북한의 깡패 같은 행동에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덤덤하게 버티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미동맹은 이제 더 이상 자동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 방향으로 국제정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냉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유명한 좌파 지식인 한 사람이 TV 강연에서 미국에 나가라고 소리쳐도 그들은 결코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하며 미국이 한국에 와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 때문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국제정치학 개론 한 권만 읽어도 다 알 수 있는 상식 수준의 말을 반미(反美)적 관점에서 큰 소리로 말한 것이지만 이제 그 같은 말이 더 이상 사실이 아닌 방향으로 국제 구조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패권국인 미국은 국제정치학 교과서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을 당장의 전략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국제정치를 규정하는 최대의 개념은 ‘두려움’(Fear) 이다.

가장 두려운 나라를 찾아낸 후 그 두려움을 완화 시키는 것이 국가안보 전략의 기초다. 2400년전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원인을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힘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요약했다.

스파르타는 아테네가 ‘두려웠고’ 아테네의 힘이 더 커지기 전 전쟁을 일으켜 두려움을 해소 시키려 했던 것이다. 국제정치를 규정하는 개념은 ‘미움’과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과 ‘경쟁’이다. 한국 국민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여기 있다. 한국인들은 본질적으로 정서적(情緖的)이기 때문에 냉혹한 계산을 하지 못한다.

두려워할 나라는 중국, 일본은 적이 아니다

2013년의 국제정치 구조 속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나라는 중국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과거보다 두려움 정도가 약해졌다. 또한 더 큰 두려움에 함께 대항할 처지에 있어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할 일본을 ‘영원한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올바른 전략을 짜기 위한 기초부터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대중, 대일 인식이 틀리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한국은 친한 나라가 맞다. 그러나 친하다고 두려운 나라가 아닌 것은 아니다.

국가전략의 기준은 어떤 나라가 친한 나라냐 아니냐가 아니라 두려운 나라인가 아닌가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을 버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결코 맞장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국을 두려운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협력을 해야 할 일본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가 안보와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사활적으로 중요한 미국을 소홀히 하고 있다.

미국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언제 대한민국이 미국을 소홀히 했느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심지어는 지식인과 정책결정자들이 중국이 더 중요하다느니,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느니 등 국제정치학적으로 맞지 않는 분석에 근거해서 미중 등거리 외교 운운하는 것이 한국이 미국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해도 되는 확실한 근거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현재 그렇게 하고 있는 동맹국이고 중국은 우리의 주적인 북한의 동맹국인데 어떻게 미국과 중국을 등거리 외교의 대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인가?

중국의 국력 증가가 멈추지 않는 한 미중 대결은 불은 보듯 뻔하다. 두 나라가 심각한 경쟁과 분쟁 관계로 들어가는데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막강한 나라여서 미국과 중국 모두가 결코 포기하면 안 될,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라면 이처럼 행동해도 문제가 될 일이 없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금 중국은 한국을 미국과의 동맹관계로부터 떼어 놓고 싶어 한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에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한 한국은 영원히 2류 국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에서 벗어나는 날 중국은 우리를 몇 류 국가로 볼는지가 문제다. 중국이 미국과 동맹을 끊은 한국을 3류 취급이라도 해줄는지 의문이다.

한국이 미국은 동맹국,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라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동안 미국에서 마저도 한국에 대해 불길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궁극적으로 미국편이기 보다는 중국편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이니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에서 차라리 한국을 제외하고 생각해 보자는 견해가 나올 지경이다.

美·中 등거리 외교의 결말은

미국은 미국편에 서줄 것이 확실한 일본, 인도, 베트남, 호주와 함께 대 중국 견제망을 구성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인도, 일본, 베트남 3국은 인구와 경제력, 군사력을 합치면 모두 중국을 능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는 인도, 베트남, 일본은 미국의 믿음직한 아시아 동맹국이 되고 있다. 중국이 두려운 호주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주의 북쪽 끝에 있는 다윈에 미국 해병대 기지를 제공했다. 2차대전 당시 일본과 전쟁을 치르던 맥아더 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다.

그동안 해양세력의 일원으로 국가발전과 민주주의를 쟁취한 대한민국은 앞으로 다가올 세기적 갈등구조 속에서도 당연히 해양세력의 일원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대미 동맹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한반도가 아니라 전세계를 아우르는 한미동맹을 위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동맹의 파트너로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의 핵을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고 말하며 뒷짐 지고 서 있던 한국이었다. 북한이 미국과 전쟁할 정신없는 나라라고 판단한 대한민국의 잘못이었다. 결국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홀로 떨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대안인 자위적 핵무장을 구상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한미동맹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국제정치의 영역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이 적용된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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