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남양유업"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남양유업"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5.06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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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4위 -

- ‘라면 상무’ 사건 이후 2주일여가 지났다. 대세는 을(乙)의 압승으로 보인다. 항공기에서 승무원을 가격한 상무는 사표를 제출했다. 주차장 직원을 폭행한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은 공급선이 끊기면서 결국 회사를 폐업했다.

- 지금 온라인은 새로운 사안으로 뜨겁다. 지난 3일 무렵부터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남양유업 파문’은 갑을관계 문제의 논점을 ‘경제민주화’로 확장시키고 있다. 요점은 남양유업이 대리점 업주들을 불법착취 했다는 것이다.

- 주말동안 문제가 된 것은 3분 정도 길이의 녹음 파일이었다. 음원에는 두 목소리가 등장한다. ‘망하든 말든 물량을 소화하라’며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를 욕설로 종용하는 목소리는 남양유업의 30대 A팀장으로 알려졌다. 상대 목소리는 A팀장의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 점주로 알려지며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 남양유업은 5월 4일자로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대표이사는 이 문서에서 해당 영업사원의 사표 수리 사실, 이번 통화 녹취록이 3년 전 내용이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관리자를 문책하겠다는 계획 등을 밝혔다. 허나 사과문에 대표이사의 이름이나 사진이 게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의 빌미를 주면서 오히려 ‘진정성 논란’을 유발한 측면도 있다.

- 이미 지난달에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대표 이창섭)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임직원 10명을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남양유업이 전산 데이터를 조작해 제품을 강매하고 ‘명절 떡값’ 등을 요구했다는 사유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 2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지점 사무실 3곳 등을 압수수색해 전산자료와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 때마침 ‘비열한 남양’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2편이 온라인으로 확산되면서 여론은 한층 더 악화되고 있다. 영상의 1편은 ▲대리점에 대한 물량 밀어내기와 자료은폐 ▲검은 돈 수수 ▲유통기한 피해(신선하지 않은 제품이 납품되어 오는 것) 등의 문제를 지적했고 2편은 주로 피해자들의 심경을 다루고 있다.

- 영상의 제작자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미에는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의 전화번호가 나온다. “2012년 5월 8일, 제주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손잡고 항거를 시도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제주 경실련과의 연관성도 추정된다.

- 음원에 영상, 그리고 검찰 압수수색까지 맞물리면서 6일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남양유업의 주가는 6.45% 가량 급락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락세는 전일 대비 2.02% 수준으로 진정됐지만, 남양유업과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매일유업 주가가 2.14% 상승하며 묘한 대비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을 불매 운동한다는 움직임마저 관찰되고 있다.

- 이번 사안만을 놓고 봤을 때 상식적-도덕적-감정적 측면에서 남양유업을 두둔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밀어내기를 비롯한 본사와 대리점 간의 갈등이 상당수의 업계에서 관찰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는 있다. 사안에 따라서 분노는 필요하지만, 너무 빠른 경멸은 자칫 발췌(拔萃)의 함정과 선동의 씁쓸한 뒷맛만을 남길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남양유업’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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