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 대응해야 일본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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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05.1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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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문제종합연구소장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23일 “침략에 대한 정의는 확실하지 않다”며 일제 침략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서 주변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 귀화했으며 근현대 한일관계, 독도영유권문제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로부터 아베 일본 총리 발언의 의미와 한일관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 아베 일본 총리가 일제의 주변국가 침략을 부인하고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베 총리는 일본 우파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5년 8·15 무라야마 담화가 나왔을 때 자민당 내 ‘역사문제 검토위원회’가 <전쟁의 총괄>이라는 책을 냈어요.

이 책은 일본의 침략전쟁 사과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대동아공영권의 대동아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아시아를 백인 지배에서 해방시킨 전쟁이라고 합니다.

식민지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들 나라가 성장하면 자치권을 줘 독립시키기 때문에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죠. 일본이 아시아에 피해를 준 것은 인정하지만 다 청산했다고 합니다.

이제 보통국가가 돼 정치·군사대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죠. 7월 총선에서 50% 이상의 승리로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려는 것입니다.

- 일본 우파의 도쿄전범재판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4명의 A급 전범을 재판한 도쿄전범재판이 연합국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합니다. 연합군측이 일본의 몇 사람을 전쟁 도발의 책임을 물어 사형시킨 것이라고 하죠.

증거 없이 증언만으로 사실로 간주한 것이라고 나름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주장합니다. 일본은 독일처럼 세계를 지배할 생각이 없고 히틀러 같은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 일본에 왜 침략을 계속 사죄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는지요?

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총리들이 사과 성명을 발표했고 정치 행위를 못하는 천황도 사과했다. 정치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사과했는데, 가끔 국회의원 몇 사람이 망언을 하는데 공식적으로 사과한 사실을 망각하는 한국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위안부 문제는 아시아기금이라는 곳을 통해 일본 총리의 마음을 담은 편지와 위로금을 주는 것을 추진해 몇몇 위안부는 받아들였지만 한국정부는 국가 차원의 사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사과하는 비생산적인 일을 하느냐, 이는 일본이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가 되지 못한 데서 주변 국가들이 깔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아베의 日 우파, 침략전쟁 사과 반대

- 야스쿠니신사는 어떤 곳입니까.

전쟁터에서 천황을 위해 죽은 사람을 신으로 안치하는 곳입니다. 다른 신사는 이를테면 전쟁과 관계없는 도쿠가와 이에아스 같은 역사, 전설적 신이나 아마데라스 같은 여신이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는 250만기의 신을 안치했는데 메이지 정권 때 반란군과 싸운 일본 정부군, 러일 청일 전쟁, 1차세계대전, 전범 14명을 포함한 태평양전쟁 때 전사자들입니다.

조선의 의병을 토벌하다 죽은 일본군도 있죠. 이들 중에 1942~1944년 조선 총독을 지낸 고이소 쿠니아키가 있어요. 그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조선 청년들을 많이 동원했습니다.

- 한일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수교협상 때 끝난 것으로 봐야 할까요? 북일수교회담을 하게 되면 배상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한일배상문제는 양쪽 주장이 엇갈립니다. 일본은 1965년 한일회담 때 다 끝났다고 말합니다. 협정문에 청구권이 없다고 돼 있는 것을 근거로 해요. 그러나 한국은 그 당시 위안부 문제가 거론되지 않아 다 끝난 것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북일수교회담을 할 때 배상을 요구하면 일본은 현재가치를 반영해 남한 수준 만큼의 배상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 일본이 전쟁 포기, 군대보유 포기를 명시한 헌법 제9조 조항을 개정하려는데 가능할 것으로 보시는지?

지난 3월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들이 헌법 개정에 51%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시도하는 군대 보유를 위한 9조 개정에 찬성한다기보다 미국에 의해 제정돼 70년이 된 헌법을 일본인의 손으로 개정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입장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극히 일부 우경화한 단체가 재일 한국인들을 위협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일본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에요. 아사히신문이나 마이니치신문도 아베의 침략 부인 발언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아베도 헌법 9조 개정 얘기를 강하게 하지 않습니다. 단지 96조의 헌법 개정 요건을 완화시키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발언하고 있죠.

일본에서 센카쿠 영토분쟁, 북핵문제를 겪으며 군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미국은 헌법 개정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미국은 혼자 아시아 경찰국가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어요. 아시아에서 일본이 미국을 대신하도록 하기 위해 계속 공조를 강화할 것입니다. 일본이 유엔의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면 군대부터 만들라고 합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유엔 체제를 만든 미국은 유엔 헌장에 독일과 일본을 적국 즉 침략국가로 규정하고 이를 감시하기 위해 창설된 취지를 부인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 일본회의는 어떤 곳입니까. 여기서 천황제를 부활하자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일본회의는 합법적인 우익단체입니다. 매스컴, 교과서 등을 통해 그들의 활동을 홍보해요. 아베 총리나 아소 부총리가 고위급 이사로 있는데 행사에 적극 참석해 인사말을 합니다. 군국시대 ‘대일본제국헌법’에 천황은 신성한 존재, 일본의 통수권자, 원수입니다.

일본의 주권은 천황에게 있고 신성불가침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현재 헌법에는 천황은 ‘국사’에 반드시 참석해 축사를 하고 총리나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지만 어떤 선택권도 없습니다. 일본회의의 주장은 천황의 위상을 옛날처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 일본의 보수우익은 어떤 성향인가요? 한국의 보수우익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일본은 제도권 안에 있는 자민당 정치인 중심의 보수우익, 행동우익, 극우적인 제도권 밖의 우익이 있습니다. 보수우익은 미국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행동우익은 미국을 부정합니다. 이들은 제도권 안에 있지만 사상은 극우적이죠.

아베 총리는 일단 보수우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상은 극우적입니다. 제도권 밖의 우익은 일본군복을 입고 일장기를 들고 행진하며 종종 폭력을 행사합니다. 1985년 아사히신문 기자 살인, 1882년 일본에 전쟁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 나카사키 시장 저격 사건 등을 저질렀죠.

아베는 보수우익이면서 극우사상자

- 독도문제에서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니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효적 지배 전에 고려돼야 할 것은 일본의 영토 주장 논리에 확고한 반대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영국도 일본의 논리가 맞다는 입장에 있습니다. 한·일 두 나라가 잘 의논해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실효적 지배 얘기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논리가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에요. 미국이 독도문제를 한·일 양국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하라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조용한 외교는 노력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물밑에서 하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죠. 일본은 조용한 외교에서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다케시마 표기가 나온 것은 여러 이유를 대지만 어쨌든 일본의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을 말합니다. 일본이 한국을 이기는 논리를 개발하는 동안 한국은 자국민을 상대로 한 홍보만 하고 있어요.

-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결로 보며 한미일 3각동맹을 언급합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이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은 중국을 완전히 미국 편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걸림돌이 독도와 센카쿠 문제에요. 한미일동맹이 돼야 중국을 견제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현재 그렇지 못한 것이죠.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영토 갈등 문제에서 일본은 도발하고 한국은 대응하고 있어 골칫거리입니다. 만약 한국이 독도문제로 중국과 북한과 함께 일본과 대결한다면 미국은 일본편을 들 것입니다. 영토문제에 관해 국제법, 역사만 얘기하는데 마지막으로는 정치적으로 움직입니다.

중·일이 센카쿠분쟁을 하는 상황에 미국이 센카쿠를 일본의 영토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에서 나온 것이에요. 2, 3년전 한국 국회의원 몇 명이 러시아와 공조를 한다고 쿠릴열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미국도 일본도 그리고 러시아도 찬성하지 않아요. 독도와 쿠릴열도는 별도 문제입니다. 러시아가 처음에 공조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일본과 합의하면 한국만 버림받습니다.

구한말 고종이 주변 강국을 대립시켜 생존 방안을 찾다가 결국 일본이 주변국을 다 제압해 조선이 일제식민지가 됐죠. 이렇게 하는 것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 아베 총리가 경제정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일본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일본주가지수가 5개월만에 56%나 올랐습니다. 이는 기적입니다. 물론 완전한 경제회복이 될지 의문입니다. 엔저로 일본의 수입업체는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 지지율이 62%에서 74%로 올라가기까지 한번도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극우성향 때문이 아니라 경제회복 때문이죠. 아베 총리는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이 정책을 밀고 나갈 것입니다.

아베, 극우가 아니라 경제회복으로 인기

호사카 유지 교수는 도쿄대 금속공학과 3학년 때 일본의 한국침략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이를 풀기 위해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유학을 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한국에 귀화했다. 일본 이름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한국인이다.

- 일본인으로서 한국에 귀화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한국의 식민지시대를 연구했습니다. 일본이 패망하고 한국을 떠날 때 20만권의 서적을 두고 갔어요. 일제 때 서적을 일본에서는 침략을 노출되는 것이라 오히려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자유롭고 솔직한 문화에 호감이 있었어요.

2003년 귀화 당시는 티칭비자만 있어 교수 외에는 다른 활동에 제약을 받기도 했죠. 또 제 조상이 백제계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1500년만의 귀향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귀화하기로 결심하게 됐습니다.

- 바람직한 한일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일 양국이 우호 평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역사 문제를 끊임없이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양국의 반목을 대화로 풀어 공동역사교재를 편찬해 순화하고 역사적인 화해를 했습니다. 일본은 과거를 덮지 말고 청산하고 미래로 가야 합니다.

인터뷰 / 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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