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개선, 가능하다”
“북한인권 개선, 가능하다”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5.16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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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렉 스칼라튜 美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그렉 스칼라튜 美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그렉 스칼라튜(Greg Scalatiou)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루마니아 태생이다.

그는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하던 1989년에 루마니아 국립대학 1학년생이었다. <미래한국>은 방한 중인 그를 만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그와 국제사회의 시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5월 2일 진행됐다.

- 한국 방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 한국말도 하시고, 이번에 방문하신 목적은 무엇인지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예정보다 며칠 더 일찍 도착해 지난 4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및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관계자와 면담을 했습니다. 이어 4월 29일엔 국회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개회식에 참석했습니다.

-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올해로 10회째입니다. 이 행사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인권 문제에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한국에도 많은 열정적인 북한인권 활동가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많은 한국인들이 탈북민 신동혁 씨 이름을 모르고 있다는 데 대해 상당히 놀랐습니다.

블레인 하든이 쓴 신동혁 씨의 이야기 <14호 수용소 탈출>의 한국어 번역판이 최근 출간된 바 있습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2천권만 판매됐는데 이번엔 어떨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정치범수용소와 납북자 문제가 가장 시급

- HRNK는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제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북한인권위원회(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는 미국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NGO입니다.

결성된 지 12년째이며 정부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지난 12년간 북한인권과 관련된 상세 보고서를 16건 발표했고 작년에만 3건을 냈습니다.

또한 작년에 우리의 활동과 관련해 90개의 한국어기사와 80개의 영문기사가 보도됐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상세하게 다뤘을 정도입니다. 북한이 지난 3월에 우리를 해킹한 이유가 아마 이것인 듯합니다.(웃음)

- 북한인권 관련 문제들은 대부분 모두 심각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고 보는 문제를 지적해 주신다면?

모든 문제들 중에서도 정치범수용소의 존재가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21세기에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인권유린 행위입니다. 이런 만행이 아직도 정권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또한 북한 정권에 의한 각종 납치행위도 심각합니다. 여기엔 6·25 전쟁 중 납북자나 전쟁 이후 납북자 모두 포함됩니다. 지금 80세가 넘었는데도 북한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 납북자가 있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대체 지구상의 어느 정권이 탄광에서 노인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킨답니까?

북한 정권이 진행하고 있는 각종 인권 탄압 문제는 모두 해결돼야 하고, 단계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정치범수용소 및 납북자 문제는 완전하고 신속하게 해결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현존하는 강제납북자들의 존재에 대해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합니다. 이 부분이 저희 활동의 우선순위입니다.

-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는 좋은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저희는 지난 수년간 국제사회에 책과 보고서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알려 왔습니다. 특히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저희 HRNK에서 7년 전에 COI 설립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21일 저희 홈페이지가 공격받았던 다음날에 유엔인권위원회는 만장일치로 COI 설립안을 가결했습니다.

COI 설립은 세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인권문제에 대한 유엔 차원의 개입이 증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둘째, 북한인권 문제의 진상규명을 위한 자원이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있던 특별보고관에 2명의 조사관들이 더 참여해 총 3명의 전문 조사관들이 활동하게 됩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특별보고관이 1명의 직원만을 둘 수 있었으나 이제는 10명 이상을 채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조가 더 탄탄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COI 설립과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북한의 핵문제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모든 문제들이 다 중요한 건 사실입니다. 만약 제가 이들 문제보다 인권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 비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인권문제를 절대 간과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 과연 북한이 태도를 바꿀 거라고 보시는지요?

결코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얀마의 사례를 봅시다. 군사정권이 50여년간 집권했지만 지금은 정치범들을 석방시키고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의 노벨상 수락 연설도 허락했습니다.

물론 미얀마와 북한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북한엔 미얀마와 달리 야당도 없고 야당 지도자도 없습니다. 또한 북한은 미얀마와 달리 민주화 지도자들의 명단을 뽑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과 남아공의 사례도 있습니다. 현재 중남미 국가들의 인권 상황은 예전에 비해 확연히 개선됐습니다. 남아공 역시 더 이상 국가 차원에서는 인종차별 정책을 쓰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의 태도 변화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 사무총장님은 루마니아 출신이신데, 북한 독재정권과 루마니아 차우체스크 정권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셨을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학생이던 1980년대 루마니아 상황은 대단히 나빴습니다. 당시 차우체스크는 김일성 주체사상 및 수령체제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이 숭배받는 장면을 목격한 후 그것을 루마니아에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국고를 탕진해 가며 대규모 건설을 진행했고, 이를 위해 외채까지 잔뜩 도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식량사정이 악화됐고, 생필품까지 부족해졌습니다.

물론 한가지 결정적 차이는 있습니다. 차우체스크 정권은 1989년 붕괴됐지만 북한 정권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당시까지 소련은 동구권 국가들에서 민주화-자유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개입해서 유혈진압을 했는데, 1989년엔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 정책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루마니아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루마니아는 자유화가 됐다고 봅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당시 동구권에서 소련이 하던 역할을 중국이 하려고 할 겁니다. 다만 최근에는 북한이 중국이 설정한 위험수위(red-line)를 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 때문에 미국이 동북아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요.

- 그렇다면 북한 독재체제가 언제쯤 종식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김정은이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만큼 산다면 독재체제가 40년간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씨 왕조가 결코 100년씩이나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며 어떤 독재정권도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북한 독재체제의 종말이 혁명적 변화에 의한 것일지 점진적 개혁에 의한 것일지는 불확실하지만 저는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만성적 난민문제도 간과 말아야

- 북한인권 관련 NGO인 세이브엔케이는 최근 북한 급변사태로 인해 난민들이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서 난민캠프를 건설하자는 캠페인을 추진 중인데요, 난민문제와 관련해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만약 북한이 무너지면 막대한 규모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북한 밖으로 탈출하는 난민문제 뿐 아니라 내국난민(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들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돌발적이고 재앙적인(catastrophic) 난민문제에 대해 많이 우려하는데 급변사태 이후에도 계속 발생하게 될 만성적(chronic) 난민문제 또한 관건입니다.

참고로 현재 루마니아에는 2000만명이 살고 있는데, 400만명의 루마니아인들이 과거에 해외로 망명해서 살고 있습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급변사태 또는 통일 이후 10년간 약 500만명이 추가로 북한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만약 한국 정부가 난민사태에 대비해서 국경을 차단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국경을 막고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한다면 북한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습니다. 통일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2등 국민’ 또는 하류 계층으로 밀려나는 일이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 마지막으로 <미래한국> 독자들과 한국 국민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북한인권 문제가 한국에서 더 이상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한국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길 바랍니다. 2004년 이후 미국은 북한인권법에 의해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을 돕고 있는데 최근 미국의 재정 문제로 애로사항이 생겼습니다. 이는 북한인권 운동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적 지원을 받고 급격한 성장을 이뤘고 이제는 다른 나라에 지원을 하는 모범적 국가가 됐습니다. 유엔 사무총장도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북한인권 문제의 해결은 한국이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리더로 발돋움할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전해솔 기자 nkrefug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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