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현대사’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경기도 현대사’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3.05.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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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영훈 교수 “한국 현대사 겸손하게 돌아보는 계기돼야”


경기도청이 기존 역사교과서의 이념 편향성을 지적하며 경기도공무원 교육용 역사교재를 독자 발간한 가운데 경기도의회와 일부 시민단체에서 최근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한다”며 이 교과서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아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보수진영 현대사 전문가들은 경기도공무원 역사교재는 기존 역사교과서의 좌파 편향성을 바로잡아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과 역대 정부의 성과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역사교육교재 <경기도 현대사>는 대안 교과서 편찬을 주도하고 있는 ‘교과서포럼’의 공동대표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집필했다. 1편 ‘대한민국편’과 2편 ‘경기도편’으로 모두 2부 368페이지로 구성돼 하반기부터 경기도 공무원의 학습교재로 사용될 예정이다.

찬양 아니라 역사 성과를 보자

<경기도 현대사>는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나라 만들기’의 과제를 단계적으로 합리적으로 성취해 가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는 과오도 있었지만 반공, 경제성장 등 각각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인 과제를 수행했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또한 이영훈 교수는 일부에서 제기한 ‘편향성’ 논란 관련, “일부에서 책의 전체 맥락이 아닌 단편적 구절만을 강조하거나 실제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의혹만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건국사를 낮게 평가하고 있는 진보 역사관, 민주화운동만이 국가를 세워왔다고 생각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이 편향적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과연 이 교재가 역사를 왜곡해 편향적으로 기술됐는지, 아니면 이영훈 교수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밝히는 내용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주요 쟁점에 대한 실제 교재의 구절과 저자의 해명을 정리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 교재의 발간에 앞서 지난해 6월 북한의 대남공작전술과 대한민국 내 종북세력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면서 공무원이 역사를 바로 알아야 국가를 지킬 수 있다는 취지로 공무원 역사교육교재를 편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쟁점 1>
◆“독재자로 인식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저평가되는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린다.” (한겨레 2013. 2. 21.)

<교재 내용>
1. 대한민국도 독립 후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신생국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권위주의체제로 이행하였다. … 신생 후진국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형태였다. … 1950년대의 한국 정치에 대해서는 민주냐 독재냐의 이분법적 시각을 떠나 이 같은 비교정치의 시각에서 공정하게 접근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P.120~121)

2. 이승만의 시대는 공산주의세력과의 투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공산주의세력의 무력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방위하고, 미국과의 군사적 경제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고, 다음 세대의 한국이 고도성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로서 교육혁명을 이룩하고 민간공업을 육성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P.147)

3. 이승만에 대한 평가가 그토록 낮은 것은 대다수 한국인들이 그가 담당했던 절대적 역할과 그 성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여전히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공산주의세력과 타협해서라도 통일국가를 세웠어야 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P.158)

“책의 내용은 이승만 정부의 공과를 명확하게 하고 있고, 역사적 발전 단계의 일부로서 불가피함을 설명한 것입니다. 당시 상황을 보고, 비슷한 국가의 흥망을 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국민을 탓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그런 식으로 호도한 좌파 편향적인 기존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 뿐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반공이라는, 그가 세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찬성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쟁점 2>
◆“5·16과 관련해서는 ‘5·16이 일어나자 대다수 국민들은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5·16 군사정변은 그 토대 위에서 국가 경제의 곳간을 채우는 역사적 과제를 추구했다’고 썼다”. (Go발뉴스 2013. 2. 22.)

<교재 내용>
1. 대다수 국민들은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 장면 정부의 대변지나 다를 바 없었던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은 궁극적으로 말해서 기성정치인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부패, 무능과 파쟁의 소치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감을 짙게 한다’고 하였다.(P.172)

<사상계>의 편집인 장준하는 ‘한국의 군사혁명은 압정과 부패와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후진국의 길잡이요, 모범으로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P.173)

2. 5·16세력은 합법적인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했으며, 민간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그들에게 씌어 있는 역사의 멍에다.(P.174)

5·16을 거쳐서는 군인 출신의 젊고 효율지향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하여 ‘나라 만들기’의 또 하나의 과제인 경제성장을 감당하였다(P.230)

“국민들이 암묵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은 당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말한 것입니다. 5·16과 박정희 정권의 공과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다뤘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4·19와 5·16을 연속적 관점으로 보고 있어요. 정치제일주의에서 경제제일주의로 전환되는 것이죠. 박정희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반공과 한미동맹, 대통령 직선제라는 정치체제의 토대에서 경제제일주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곳간을 채웠다’는 말은 맞는 것이고요. 역시 이 문제도 좌파진영이 민주주의라는 단일 잣대로 이 나라를 만들어 왔다는 논리를 놓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잘못한 점도 있지만 이승만, 박정희를 전제하지 않으면 1987년 이후의 민주주의 역사도 불가능해요. 이런 면에서 진보진영이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쟁점 3>

◆“광주시민에 대한 신군부의 학살행위에 대해 미국의 책임이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책임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이 책은 … 김대중과 연관시켜 5·18을 폄하한다. … 사망자·행방불명자 수 등 피해자 현황도 명백한 오류를 보이고 있다.”
(5·18기념재단)

<교재 내용>
1. 광주 시민과 계엄군 사이의 충돌은 신군부가 유신체제를 사실상 존속시키고 부당하게 집권을 추구한 데 대한 시민의 저항으로서 민주화운동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발생에는 신군부가 체포한 야당 지도자 김대중이 그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에도 영향을 미쳤다.(P.214)

2. 미국이 신군부의 병력 동원을 막지 않은 걸 문제 삼는 … 엄연한 주권국가인 한국의 내정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는 없었다. … 미국책임론은 근거가 없는 것이었지만, 남한 혁명에서 미국을 제1의 적으로 생각하는 세력의 심리전 차원의 적극적 유포 노력으로 인해 대학생, 노동자, 지식인층에 널리 유포되었다.(P.214)

“우선 5·18 관련 사망자 수나 발포경위 등은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과거사를 청산하면서 검찰과 국방부가 공동조사한 보고서에 입각한 것이에요. 저는 이게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책임론의 경우 당시 한국군이 한미연합사 통제 하에 있기는 했지만, 필요에 따라 통보를 하고 작전권을 회수할 수 있었어요.

이런 사실이 1989년 6월의 미국정부성명서에 모두 있습니다. 한국군 20사단 2개 연대에 관한 작전 지휘권이 1979년 10·26계엄령과 더불어 이미 환수됐고, 5·18 이전인 1980년 5월 16일에 나머지 1개 연대 작전 지휘권도 회수 통보를 했어요. 공수여단은 원래 한미연합사 통제 밖이었고요.

존 위컴 前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군 20사단 투입을 승인했다는 인터뷰 발언은 한국군의 군대이동상황이 연합사에 통보됐고, 이것을 인지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책임은 당시에 신군부에 있지 미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영훈 교수는 이번에 발간된 <경기도 현대사>가 우리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사교육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건국 초기에 얼마나 많은 근본주의적인 갈등과 대립이 그 시대의 한국정치를 규정했는가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서 “이 책은 우리가 한국현대사에 대해 겸손하게 돌아보고, 복원하면서 역사에 대해 사죄하는 관점”이라고 밝혔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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