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죽이기, 누구 작품인가
국정원 죽이기, 누구 작품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3.05.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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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몇 개에 휘청이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


일명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수사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국정원 관계자들과 서울경찰청 수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해, 서울 경찰청 수사 관계자들은 대선 직전 사건을 축소 발표했다는 혐의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안보 상황과 국정원 관련 법률, 해외의 사례 등을 살펴보면 국정원의 활동을 두고 정치 개입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국정원 여직원이 활동했다는 사이트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대선 개입은 아니지만 정치 개입은 맞다”는 식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댓글을 통해 정치 개입을 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달았다는 댓글이나 그런 활동을 한 사이트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국정원 직원들이 활동했다는 사이트는 ‘오늘의 유머’ ‘MLB 파크’ ‘뽐뿌’ ‘보배드림’ 등이라고 한다. 여기서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정치 개입을 위한 여론조작을 하려 했으면 그럴싸한 ‘이야기’를 갖고 규모가 큰 커뮤니티 사이트와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의 뉴스 댓글이나 몇몇 파워 블로거를 활용하는 게 더욱 큰 파급력을 가질 텐데 왜 회원 10만 명도 안 되는 소형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걸까. 아니면 최근 파급력이 커진 SNS를 활용해 소문을 내는 게 더 빠를 수 있는데 왜 굳이 댓글로 여론을 조성하고 왜곡하려 했을까.

경찰 조사에서 국정원 여직원은 4개월 동안 120여 개의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하루 1개꼴이다. 하루 1개의 댓글로 정치적 선동이 가능하고 여론이 조작될 수 있을까.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15년째 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국정원과 그 여직원이 주장하는 게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해당 여직원이 맡은 임무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종북세력을 찾아내 추적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중에는 종북 성향을 가진 곳들이 무척 많다. 대부분은 회원 1,000명 미만의 포털 카페 등이지만 드물게 몇몇 커뮤니티는 회원들 중 다수가 종북 성향이나 반정부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회원이 많은 사이트에서는 오프라인 시위에 참가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다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로 퍼 나르며 여론을 조성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미네르바 사건 등이다.

특히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에는 여성 커뮤니티, 육아 커뮤니티 등에서부터 다음의 카페들, 취미 커뮤니티 등의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깃발까지 만들어 시위에 참여했다. 이런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반정부 성향을 확연히 드러내는 글뿐만 아니라 북한을 찬양하는 글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루머가 올라오면 회원들이 대부분 동조하며 이를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일쑤다.

사건의 본질은 국내 종북세력 추적

국정원이 이런 커뮤니티에서 종북세력을 찾는다는 게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북한은 김정일 정권 때부터 인터넷 공간을 또 하나의 전선으로 삼아 남남갈등을 일으킨다는 전술을 이미 추진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인터넷은 심리전 공간이면서 동시에 완벽한 비대칭 전력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인구는 전 국민이다. 반면 북한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3,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를 욕하고 대통령을 비난해도 경찰이 바로 체포하거나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 통제가 어렵다.

반면 북한에서는 대남공작을 하는 사람들만 주로 인터넷을 쓰기에 통제가 수월하다. 이런 비대칭적 이점이 있기에 북한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활성화될 때부터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북한 특유의 표현과 우리와는 다른 한글 표기법 등으로 이질감이 생길 것을 우려, 대남공작용 글들은 주로 종북 사이트를 통해 퍼뜨렸다.

북한 대남공작요원들이 종북 사이트에 여러 가지 주제의 글을 올리면 국내 종북세력들은 다시 이를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편집한 뒤 중소형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이들을 따르는 사람들은 종북세력의 글을 짧게 바꾸거나 링크 등을 걸어 다시 퍼 날랐다.

이것이 국정원이 말하는 ‘1 : 9 : 90’의 법칙이다. 1명의 대남공작요원이 쓴 글을 9명의 종북세력이 편집해 여러 사이트에 작성하고 이를 본 얼치기 종북 성향의 사람 90여 명이 퍼다 나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에서는 어떻게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 온 글만 보고 종북세력들을 추적하려 한 걸까. 여기에는 인간의 경험과 습관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종북세력들도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기 위해 회원 가입을 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아이디나 메일주소를 자주 사용한다. IP주소 또한 주로 자신이 활동하는 곳에서 올리기에 IP대역에서도 큰 편차를 보이지 않는다.

한편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대공요원들을 내보내고 규모까지 대폭 축소된 국정원은 ‘인간첩보(HUMINT) 능력’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국내에서 활동하는 종북세력이나 대남공작원을 잡으려 했지만 하나하나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국내에서 활동하는 종북세력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은 최소 2만여 건, 활동 인원은 수천 명에 달했다. 이들을 잡아야 할 국정원 요원의 숫자도 턱없이 모자란 데다 노하우를 가진 요원들도 거의 ‘회사’를 떠난 상황이었다. 국정원은 이런 현실적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행태를 이용해 먼저 인터넷에서부터 종북세력을 소탕하려 한 것이다.

국정원 여직원 등이 달았다는 댓글은 이런 종북세력과 대남공작원들이 북한의 ‘최고존엄’을 모독하면 발끈하는 반응을 보이는 점에 따라 던지는 일종의 떡밥이었다. 때문에 하루에 1개 정도의 댓글만 썼던 것이다.

국정원의 판단은 옳았다. 실제 국정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종북 사이트를 수사한 끝에 수십여 명의 종북세력들을 찾아내 추적했다. 그중 일부는 해킹 그룹 어나니머스가 밝혀낸 북한 사이트의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는 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국정원의 활동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로 현재 중단됐다.

해외에서도 인터넷 동향 감시할까?

한편 얼치기 종북세력과 종북세력들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보며 “제2의 4·19혁명 전야” “국정원의 정치공작”이라고 소리치며 대통령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종북세력들은 “미국이나 유럽 같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탄원서를 만들어 해외 인터넷과 외국 정부, 유엔 등에 뿌리고 있다.

종북세력들의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의 무식함만 드러낼 뿐이다. 강대국일수록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양보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2001년 9·11테러 이후로는 더욱 강력한 감시망을 만들어놓고 있다.

미국은 잘 알려진 全지구적 감청망 에셜론(Echelon)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운영한다.

NSA(美국가안보국)가 보유한 슈퍼 컴퓨터와 연결된 에셜론 감청망은 전화통화, 이메일이나 SNS,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올라오는 글 중 미국 요인의 이름이나 美정부, 암살, 폭탄, 테러 등 특정 단어가 나오면 자동으로 추적을 시작한다. 이런 내용의 발신자와 수신자 중 한 명이라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다면 그때부터는 정보기관 요원들이 직접 추적하기 시작한다.

美에셜런 감청망의 1급 회원국인 영국 또한 GCHQ(국가통신정보본부)를 운영하면서 테러 조직이나 반정부세력 활동을 감시한다. 필요할 경우 런던 경시청 소속 무장 특수부대인 ‘CO19’를 출동시켜 용의자를 검거한다.

영국의 국내정보국인 MI5(정식명칭 비밀정보부. Secret Service)는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파키스탄 등과 함께 합동테러대응센터를 운영하며 GCHQ의 감시망에 걸린 테러 용의자와 협력국가의 반정부 세력을 찾는다.

독일은 BfV(연방헌법보호청)을 냉전 시작 때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은 독일 체제에 반대하는 단체나 개인을 즉각 체포하고 정당의 경우에는 해산까지 시킬 수 있다. 이 BfV에 검거돼 처벌을 받은 사람은 공직에 아예 진출할 수 없고 단체 참여자들은 평생 정부의 감시를 받게 된다.

프랑스 또한 DST(국토감시국)와 RG(내무성 경찰총국 통합정보부)라는 국내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DST와 RG 또한 반정부 세력이나 체제 전복세력, 테러리스트 등을 찾아낸다. 심지어 불법 활동을 찾아내기 위해 전기통신망 전체를 감시한다. 러시아, 중국도 마찬가지로 국내 담당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해외정보기관인 모사드(Mossad) 외에도 군 정보기관 아만(AMAN), 국내 담당정보기관 신베스(Shin Beth)를 운영하고 있다. 美NSA처럼 감청을 맡는 8200부대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들은 반체제 세력이나 테러조직, 반국가 세력 등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면 선제적 예방조치를 하기 위해 모두가 모인다. 불가피할 경우 무력을 사용하지만 그 이전에는 언론을 움직여 여론 조성부터 한다.

이를 위해 모사드에는 유대인이 소유한 세계 각국의 언론과 소통하는 LAP를 수십 년째 운영하고 있고 신베스 등은 국내 언론의 동향을 파악하며 불필요한 보도에 대해서는 보도통제를 요구한다. 8200부대는 이스라엘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의 통신을 감시한다.

이것이 현실임에도 종북세력과 이들을 비호하는 국내 언론들은 마치 우리나라에서만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반국가 세력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감시, 불가피한 조치

이처럼 세계 주요 강대국들은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실체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테러 조직들을 쫓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실체가 명확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대남침투 노력을 감시하고 검거하는 것마저 통제를 받고 있다.

지금 상황은 함께 종북세력을 찾아내 검거하고 수사해야 할 경찰과 검찰이 국정원의 손발을 옥죄고 있는 꼴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정원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국정원 무력화’를 못해 안달이 난 모습이다.

김대중 정권은 개혁을 내세워 국정원 대공수사요원 580여 명, 경찰과 검찰, 기무사의 대공요원 4,000여 명을 해직시켰다. 노무현 정권은 아예 국정원 무력화를 위해 자칭 시민단체 출신들을 국정원에 특채하는가 하면 내부에 과거사조사위원회를 만들게 해 각종 기밀들을 모두 볼 수 있게 했다. 군의 정보사 기능은 축소하고 기무사는 무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인간첩보(HUMINT) 능력이 망가지면서 국내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대남공작원과 종북세력의 핵심을 제대로 수사할 능력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인간첩보(HUMINT) 역량은 돈을 들이붓고 정치적 지원을 해준다고 1~2년 사이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소한 5년 이상의 교육과 5년 이상의 경험을 통해서만 언제 어디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인간첩보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이것도 정부와 국민이 최대한의 지원을 해준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지금처럼 함께 발 맞춰야 할 경찰과 검찰마저 국정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트집 잡아 옭아매고 있는 분위기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리 국정원 예산을 늘리고 인원을 충원한다 해도 인간첩보 역량을 키울 수 없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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