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의 ‘손’은 미국의 관심을 ‘쥐지’ 못했다
윤창중의 ‘손’은 미국의 관심을 ‘쥐지’ 못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6.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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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의 전 대변인을 둘러싼 성추문 사건을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편집자들은 단어를 선택할 때 매우 신중했어야 했을 것이다.

조선중앙통신 기사는 비아냥거리고 비꼬기 위해 쓰였다. 하지만 독자들이 물어보고 싶을 다음의 내용들은 없었다. 북한 안에 있는 성추문들은 어떤가?

죽은 김정일이 자신과 핵심계층 부하들의 기쁨을 위해 껑충거리며 춤추던 미모의 여성들과 벌인 짓거리는 무엇인가? 후계자인 김정은을 비롯 김정일의 세 아들의 성 행각은 어떤가?

조선중앙통신 기사는 한국 청와대 대변인인 윤창중이 성 추문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한국을 표현할 때 south의 s를 항상 소문자로 표기한다). 조선중앙통신은 윤창중이 백악관 근처 호텔에서 한 여인과 밤늦게까지 와인을 마셨다고 썼다.

미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성추문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윤 씨가 경찰보고서 내용처럼 허락 없이 그 여인의 엉덩이를 잡았든지, 아니면 자신의 주장대로 그 여인의 허리를 툭친 것이든지 그의 경질을 가져온 이 무분별한 행동은 전혀 국제적인 관심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 그것이 바보 같은 실수를 한 윤 씨의 유일한 해명이다. 미국에서는 성희롱을 하면 한국보다 훨씬 쉽게 해고된다.

페미니즘이 미국인의 생활에서 강력하기 때문이다. 윤 씨는 피곤한 임무 중 긴장이 풀린 상황에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윤 씨의 성희롱은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넘쳐나는 것 같은 일련의 성추문들과 비교하면 믿기 어렵겠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의 엉덩이를 잡는 것 이상의 심각한 성추문을 일으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나는 그 여인과 섹스를 하지 않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대통령이 됐다.

최근 미국 정치인들 가운데 최악의 성추문은 존 에드워드와 그의 아들을 낳은 정부(情婦)에 대한 것이다.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의 러닝메이트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에드워드는 자신의 성추문을 감추기 위해 선거자금을 전용한 혐의로 고소됐다. 이 지저분한 혼란에 오랫동안 유방암 치료를 받던 에드워드의 부인이 사망하는 비극까지 더해졌다.

가장 최근의 성추문은 공화당 출신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였던 마크 샌포드에 대한 것이다. 그가 아르헨티나의 한 여성과 벌인 정사는 2009년 내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샌포드는 당시 1주일 동안 종적을 감췄다.

그는 그때 조지아에서 메인까지 이르는 아팔라치아 산맥을 따라 펼쳐진 ‘아팔라치아 산길’에서 등산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지나가는 이 산길의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그럴 듯했다. 하지만 그 때 샌포드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샌포드 이야기는 최소한 본인에게는 해피엔딩이 되고 있다. 그는 이 성추문을 계기로 주지사 임기가 끝나면서 정치 생명도 끝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달 그는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재기했다. 샌포드는 자신의 네아들의 어머니인 전 부인과 이혼하고 지금 아르헨티나의 그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약혼을 한 상태다.

미국 정치권 고위층에서 벌어진 성추문은 상당히 많고 그 가운데는 정말 믿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7선 의원인 앤토니 와이너(민주당·뉴욕)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이 성적으로 선정적인 자세를 취한 사진을 포함한 성 메시지를 보내 2011년 의원직을 사직했다. 연방 상원의원인 래리 크레그(공화당·아이다호)는 2007년 남자 화장실에서 함정 수사원에게 성적인 유혹을 하다가 체포됐다.

미국인들에게 익숙해져버린 이런 성추문들과 비교해 볼 때 윤 씨의 경우는 한국 밖에서는 뉴스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 목적이나 이번 방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수립한 관계, 한국의 대외 이미지에 전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조선중앙통신에게는 매우 안 좋은 소식이다. 그들은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서 이 사건이 널리 알려졌고 괴뢰 그룹에 대한 비방의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며 시끄럽게 비난과 조소를 받는 성추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이 사건을 잘 모르고 있고 전혀 관심도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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