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들려주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
하루키가 들려주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
  • 이원우
  • 승인 2013.06.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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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著)
 

팟캐스트 ‘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도 어느덧 50번째 방송을 맞았습니다. 첫 방송으로부터 1년3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동안 베스트셀러 차트의 흐름도 많이 변했고 작년에 베스트셀러를 냈던 작가들이 후속작으로 차트에 재진입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등단해 세계적인 작가가 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역시 작년 여름에 이어서 또다시 신작으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습니다.

하루키는 2011년부터 2년에 걸쳐 한 주간지에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에세이 코너를 연재했는데요. 2011년 연재분이 작년 6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라는 책으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2012년 연재분 52편이 수록된 이 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그 후속 작품입니다.

하루키는 최근에 일본에서 <색채가 없는 다사키츠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라는 난해한 제목의 책을 발표해 1주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장편소설이 하루키의 정면 승부라면 에세이에는 그의 소소한 생활의 편린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오페라 가수의 샴고양이, 오믈렛을 만들자, 죽도록 지루한 대화, 재즈는 듣습니까? 컬러풀한 편집자들 등의 제목이 말해주듯 가벼운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네요.

안 읽어도 생활에 아무 지장 없는 책이지만 하루키 특유의 문체가 가득 담겨 있어 가볍게 시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네요.

“소설가에게 또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이 낙관적이라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닌가, 늘 생각한다. 이를테면 장편소설 집필에 들어갈 때는 ‘좋아, 이건 꼭 완성할 수 있어’라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 능력으로는 이걸 다 쓸 수 없을지도’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p.158)

‘무라카미 라디오’의 특징은 매번 그림이 삽입된다는 점인데요. 책 후반에는 삽화가 오하시 아유미의 작업 후기가 기록돼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하루키의 작업 방식에 대한 재미 있는 이야기가 적혀 있네요. “시간이 걸리는 판화는 주간지 삽화에 적합하지 않습니다만, 무라카미 씨가 1개월분의 에세이를 한꺼번에 주셔서 쉽게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짧고 소소한 에세이라고는 해도 한 달 치를 한 번에 작업한다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겠죠. 하루키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작가로도 꽤 유명합니다.

달리기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언제 어느 곳에서 머무르든지 잠자는 시간, 달리기를 하는 시간, 글을 쓰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다고 하네요. 어쩌면 이와 같은 한결 같은 생활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도 성실하게 구현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최근 어떤 TV광고에서 “한결 같다는 말은 당신에 대한 모욕”이라는 식으로 카피가 구성된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글쎄요. 오히려 이렇게 정보가 넘치는 복잡성의 시대에야말로 하루키 식의 규칙적인 생활이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작가일지도 모를 하루키는, 이렇게 소소한 생활을 하며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었군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였습니다.

* 전체 음성파일은 <미래한국> 홈페이지 메인화면 배너를 통해 접속하여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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