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두근거리는 압구정동
재건축에 두근거리는 압구정동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6.11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 부동산 회복세에 사업성 호전


강변북로에서 성수대교를 타고 한강을 건너면 좌우로 성냥갑 모양의 대단지 아파트가 펼쳐진다. 이곳은 강남구의 블루칩이며 대한민국 최고 부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압구정동이다.

압구정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세조 때의 한명회(韓明會)가 지은 정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명회는 평지이면서도 빼어난 한강 조망권을 자랑하는 이곳을 휴양지로서 즐겨 찾은 모양이다.

당시 이 지역은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압구정리에 속해 있었다. 1963년 서울특별시 성동구로 편입되면서 압구정동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1975년 강남구 신설로 이에 속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주거환경의 가치는 △ 업무지구(직장) 접근성 △ 대중교통 △ 학군 △ 편의시설 등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에 각광받고 있는 한강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를 감안하면 강남구 압구정동은 대한민국 최고의 주거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첫 번째와 두 번째 고려 요소들은 압구정동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압구정동은 같은 강남권인 삼성역 및 강남역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3호선 압구정역, 신사역과 분당선 압구정로데오 역을 이용하면 광화문, 을지로 등의 강북 업무지구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동호대교나 성수대교만 건너면 바로 강북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들이 주로 몰려 있는 여의도 출퇴근에서도 압구정동은 빼어난 경쟁력을 가진다. 바로 인근에 위치한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쪽으로 15분 가량 가면 바로 여의도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이용자라면 3호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 여의도에 가는 방법도 있다.

실현 일보 직전인 고층 재건축의 꿈

편의시설에서도 압구정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성아파트 뒤편 가로수길, 현대백화점을 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갤러리아백화점 인근 로데오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풍부한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이런 압구정동 주민들에겐 그간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최고의 입지와 생활여건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가 낡아 삶의 질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압구정동과 쌍벽을 이루는 서초구의 부촌 반포지구가 순조로운 재건축으로 반포자이, 반포래미안, 반포힐스테이트, 반포리체 등 명품 신규 아파트들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대조적이었다.

주거지로서의 가치에서 압구정동이 반포에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재건축이 힘들었던 이유는 바로 ‘대지지분’이다. 대지지분이란 해당 아파트 전체 단지의 대지면적을 가구 수로 나눠 등기부에 표시되는 면적을 뜻한다. 집주인이 건물을 제외하고 해당 단지 내에서 토지에 대해 가지는 소유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5층 위주의 저층으로 건설됐기에 대지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포 주공아파트와 달리, 압구정동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 200~250% 내외의 고층으로 건설됐기에 대지지분이 협소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그간 압구정동의 신속한 재건축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경기 회복으로 사업성 확연히 개선

현대-한양-미성 등 압구정동 아파트들은 최대 용적률 300%까지 적용되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해 있다. 만약 이 아파트들이 용적률 300%의 고층 단지로 재건축된다면 늘어나는 용적률로 인해 발생하는 신규 일반분양 중 일부는 임대아파트로 지어야 한다.

압구정동 주민들로서는 이 상황을 바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압구정동 재건축의 시나리오로는 일반분양 없이 각 가구들의 면적만 소폭 늘리는 1:1 재건축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이 경우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반분양이 없기에 가구당 4억~5억원 가량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최근 회복 중인 강남권 부동산 시세는 이 같은 1:1 재건축의 사업성을 높여주고 있다. 현재 압구정 현대9차 109㎡(33평)은 약 9억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여기에 1:1 재건축에 필요한 4억~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더하면, 약 13억원으로 압구정동 40평형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참고로 압구정동과 자주 비교되는 반포동의 래미안 148㎡(44평)은 5월 31일 현재 약 17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는 작년 부동산 침체기에 비해 1억~2억원 가량 상승한 가격이다. 압구정 아파트들이 면적을 40평대로 늘린 1:1 재건축을 하더라도 시세 차익이 발생하는 등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압구정지구 22개 아파트 단지(9027가구)는 일제히 안전진단을 신청, 재건축에 시동을 걸었다. 그간 기부채납 비율 등의 문제로 통합개발에 난항을 겪던 사업이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