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유주의 책 속에서 시민 속으로
한국의 자유주의 책 속에서 시민 속으로
  • 이원우
  • 승인 2013.06.19 09:18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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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인플레이션 종식에 기여 … 자유기업원부터 프리덤 팩토리까지


인간은 자유를 지향하는 존재다. 경제적 자유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이며 재산권은 모든 사권(私權)의 중심이다. 모든 문제는 집단이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고찰돼야 하며 개인이 자신의 자유에 책임을 지며 행동할 때 시장경제(market economy)는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도 인류를 우월한 상태로 인도한다.

자유주의(libertarianism)의 요체는 결국 위의 문장들로 요약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자유주의가 뿌리 내리는 과정은 결코 위의 몇 문장들처럼 명료하지 않았다. 민족주의·국가주의·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은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에 매우 깊게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46년 8월 동아일보에 의해서 수치로 증명된다. 미군정 여론조사국이 국민 84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6037명의 사람들이 집단주의적 체제, 즉 사회주의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공산주의를 원한 사람도 7%나 됐고 자본주의는 14%에 그쳤다.

이승만이라는 리더에 의해 대한민국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채택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는 여전히 소수의 지위만을 획득하고 있다. 자유주의는 경제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간섭 최소화를 주장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기에는 똑같은 우파(右派)지만 보수주의(conservatism)와도 생산적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만큼 자유주의자들은 집단을 형성해 활동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부의 역할 최소화를 주장하므로 정계에 입문해 권력을 잡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다만 경제에 문외한이었던 육군 소장 출신 전두환 대통령이 보안사령관 시절에 자유주의자로부터 경제를 배운 것은 자유주의가 그 효력을 입증할 수 있는 우연한 기회가 됐다.

‘경제 대통령’이 된 자유주의자

경제에 문외한이었지만 학습력이 뛰어났던 전두환은 경제과학심의회 상임위원이던 박봉환을 스승으로 만나 “히틀러보다 더 나쁜 놈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자유주의적 가르침을 전수받게 된다.

나아가 대한민국 최초의 자유주의자로 꼽히는 경제기획원 출신 김재익 박사가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40년 인플레이션을 종식시켰다. 당시 전 前 대통령이 김 박사에게 “경제에 있어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말한 후문은 유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사정부가 종식되고 문민정부로 넘어올수록 자유주의의 입지는 좁아졌다. 여론에 편승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작고 강한 정부’를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관점 대신 대세를 점한 것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과 큰 정부였다. 관치경제는 결국 IMF 경제위기를 촉발했고, 이 시기는 자유주의 경제연구소 출범과 겹치고 있다.

한국의 자유주의 운동을 말함에 있어 1997년 4월 자유기업센터 설립은 중요한 장면이다. 송 자 초대이사장과 공병호 초대원장 체제로 출범한 이 단체는 전경련으로부터 재단설립기금을 출연 받아 운영되다가 2000년 자유기업원으로 분리 독립했다.

1999년 10월 출범한 싱크탱크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역시 자유기업원에 이념적 기반을 제공하며 한국 자유주의 사상의 기틀을 잡아갔다.

자유기업원은 제2대 원장 민병균(2000년), 제3대 원장 김정호(2004년)를 거치는 동안 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등의 주요 저서를 ‘자유주의 시리즈’로 번역 출간했다.

수많은 학회와 세미나 개최, 대학교 커리큘럼에 ‘시장경제의 이해’ 과목을 개설한 것은 물론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현안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는 자유경제원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도전 앞둔 한국 자유주의

자유기업원과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등의 단체가 활동을 지속하면서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은 곳곳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출범했다.

2004년에는 뉴라이트운동의 일환으로 신지호 前 한나라당 의원 주축으로 자유주의연대가 출범했으며 이는 2006년 출범한 뉴라이트재단과 합병되며 2008년 사단법인 시대정신이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2월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 4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범보수 지식인 700여명이 참여하는 ‘자유지식인선언’이 출범했다. 故 김상철 미래한국 창간발행인,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박성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이 공동대표로 단체를 운영했다.

자유주의 리더들의 활동은 청년단체를 발족하는 데도 자극을 줬다. 현재 활동 중인 청년조직들은 자유주의와 북한인권 문제를 전면에 다루는 대학생 신문 바이트, 경제진화연구회,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바른아카데미, 한국경제신문의 ERL, 전경련의 YLC, IMI의 EIC, 한국대학생포럼, 스토리K, 바이트, 북한인권학생연대, 한국대학생정치포럼 등 다수다. 이외에도 많은 단체들이 DJ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MB정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진행된 자유의 축소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3년 한국의 자유주의는 또 다른 도전 앞에 직면해 있다. 현재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자유주의 싱크탱크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정부의 후원을 전혀 받지 않는 시민출자 주식회사의 이름은 ‘프리덤 팩토리’다. 곳곳에 산재한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이 규합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 ‘공장’의 설립 취지다.

“국민의 눈높이와 법 감정의 변화를 외면하는 재판은 결코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남긴 말이다. 법원마저 여론의 판단에 기대고 있음을 방증하는 시류를 잘 드러낸 한 마디였다.

개인의 자유를 끝까지 지켜내려는 정당이 전무한 상황,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정의의 이름으로 자유를 침해하는 한국의 현실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자유주의 운동을 새로운 패턴으로 재조직했다.

프리덤 팩토리가 ‘자유주의자는 연대하지 않고 헌신하지 않으며, 독자적으로 번영하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을지, 그래서 위기를 맞은 ‘개인의 자유’를 구출하면서 한국 자유주의 운동의 새 전기를 열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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