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右派) 야구단의 약점을 아시나요
우파(右派) 야구단의 약점을 아시나요
  • 미래한국
  • 승인 2013.06.19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칼럼] 모두가 '투수'가 되려는 시대, '포수'는 없다


9회말 2사 만루. 투수가 뿌린 공이 포수의 미트에 빨려 들어간다. 타자는 손 한 번 못 대보고 삼진으로 물러난다. 포수와 투수는 승리의 포옹을 한다. 카메라 셔터는 투수를 향해 연신 터져댄다.

포수는 묵묵히 자리로 돌아간다. 그런데 투수는 자신의 승리를 포수에게 돌린다. 투수는 “포수의 리드대로 공을 던졌을 뿐”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남긴다.

흔히들 투수가 공을 던지고 포수는 공을 그저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투수는 포수의 리드에 맞춰 자신의 공을 던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포수는 타자의 습성과 투수의 능력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위치에 맞는 공을 요구한다. 투수는 포수의 리드에 맞춰 자신의 공을 던진다.

포수의 리드만 잘 따르면 한 점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요, 포수의 ‘리드’는 투수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그만큼 포수는 노련해야 한다. 경기의 판을 읽고, 보이지 않는 경기의 흐름을 읽어 내야 한다. 타자의 습관, 약점, 장점까지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투수를 리드한다.

투수를 컨트롤 해주는 것도 포수의 몫이다. 투수가 무너지고 있으면 마운드로 올라가 다독여 준다. 아무 말 없이 그저 투수가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거나, 엉덩이 한두 번 쳐주기만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경기를 지배하는 포수의 노련함이다. 경기의 모든 것을 조율해야 하는 가장 높은 어르신, 포수! 그래서 우리는 포수를 ‘안방마님’이라 부르곤 한다.

시선을 ‘우파(右派) 야구단’으로 돌려보자. 패기 어린 젊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온갖 시선들과 싸우고 있다. 외롭고 힘들다. 겁도 난다. 배울 것이 어디 한 둘이겠느냐마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도 명품 포수를 만나면 보석이 되는 법이다. 가끔은 이런 포수들이 얼마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무언가 씁쓸하고 아쉽기만 하다.

투수를 이용하려고만 하지 말되, 투수를 다듬어 주었으면 하는 것은 철없는 바람일까? 투수가 마음 놓고 공을 던질 수 있도록, 그저 글러브를 넓게 벌려 이끌어 주면 된다. 이따금 스승님이 전해주는 잔소리와 함께. 나머지는 투수의 몫이다.

우파 야구단의 약점 중 하나는 ‘포수-투수’라는 관계 맺음이 조금은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인성과 지성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명품 포수가 넘쳐나는 우파 야구단에서, 비로소 에이스 투수가 나오는 법이리라.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가르침이 많이 뿌려져 있지만, 오랜 관계 속에서 더욱 다듬어지고 싶은 젊은 선수들의 마음은 욕심인 것일까?

명품 리드를 맛 봐야 에이스 투수가 될 것이요, 그들도 언젠가는 명품 포수가 될 테다. 하지만 우파 야구단에는 투수가 되려는 선수만 가득한 것 같아 보인다.

변종국 경제진화연구회 부회장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