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욕과 절제의 철학
무욕과 절제의 철학
  • 미래한국
  • 승인 2013.06.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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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노자 <도덕경>
 

노자의 철학은 중국 유교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도교의 시원이 될 만큼 심오하면서도 난해하다.

그가 쓴 5200여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중국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고, 서양 사회에서도 어떤 유가 경전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노자의 사상은 운율을 갖춘 한 편의 시적 특성을 띠면서도 추상적이고 풍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노자는 중국의 전통사상의 중심자리를 차지한 유가적 관점과는 궤를 달리한다. 공자는 부단한 시습(時習)과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군자의 제일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노자가 강조한 도(道)는 학습으로 취득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 자체’, ‘꾸밈이 없는 사물과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온다. 그는 일체의 인위적 노력을 극도로 경계했다. 유가에서 강조한 절대적 가치의 교의적(敎義的) 속성이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배치된다고 인식한 것이다.

노자는 세상에서 인의와 지혜, 효와 충이 강조되고 있는 것 자체가 자연의 무위의 철학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자연적 흐름에 순응하기 위해서 무위(無爲)를 강조했다. 무언가 억지로 하려고 애쓰지 않는 질박한 삶 속에 인의와 효와 충이 저절로 구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자는 ‘자연’의 관점으로 사물과 세상의 이치를 말하고 있다. 물론 이때의 자연(自然)은 ‘대자연(大自然)’과 같은 물리적 세계가 아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천하만물의 흐름과 운행의 원리에 가깝다.

일체의 형식과 꾸밈, 인위적 노력을 배제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속성’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공자가 형식과 본질의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며 문질빈빈(文質彬彬)을 강조하긴 했지만, 노자는 형식적 문(文)보다 질(質), 즉 본질과 본성을 훨씬 더 상위의 관념으로 강조한 셈이다.

노자가 권면하는 인생철학은 무엇인가? 그는 오색(五色), 오음(五音), 오미(五味) 등 감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얻기 어려운 재화를 탐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이는 삶에서 부딪히는 모든 일을 삼가며 중심을 잃지 않는 자중의 태도를 요구한 것 같다. 이는 무(無)가 유(有)의 시초가 되고, 다시 유가 무의 종말이 되는 순환적 사고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노자의 도는 비움과 무(無)의 철학이다. 이런 사고는 무위(無爲)의 관념으로 확대된다. “작위(作爲)할 수 없나니, 작위하면 실패하고 잡으려면 잃어버린다(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29장)는 것이다. 억지로 무엇인가 하려고 하지 말고 사물의 본성과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자의 인간관계술은 무욕과 절제, 자기 인식을 강조한다. 특히 노자는 다른 사람을 아는 지혜보다 스스로를 인식하고 나아가 극기(克己)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자족과 분수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노자는 만물이 자생자화(自生自化)로 천하가 안정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개인이든 나라든 욕심을 내지 말고 자족(自足)할 것을 강조했다. 족함을 알고 그칠 줄을 아는 ‘지족지지(知足知止)’의 철학이다.

노자의 무위철학은 자연스럽게 부드러움, 물에 대한 찬탄으로 이어진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이나, 물이 최고선이라며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자는 강한 것만이 생존을 보장하고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인간들의 무지를 되돌아보게 하고, 욕망을 절제시키며, 자족의 자세와 질박한 항상심을 일깨워준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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