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둘러싼 또 하나의 ‘전쟁’
DMZ를 둘러싼 또 하나의 ‘전쟁’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6.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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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 유치 놓고 지자체간 갈등 첨예


155마일 비무장지대(DMZ)를 둘러싸고 때 아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전장에 나선 주체는 남과 북이 아니라 경기도와 강원도다. 이 두 지자체는 올해 정전 60주년을 두고 평화라는 이름의 DMZ평화공원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중에 “DMZ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 수주전의 기폭제였다.

최근 강원도 DMZ역사박물관이 ‘방문객 50만 돌파’라는 보도자료를 내자 경기도는 이에 질세라 ‘DMZ 안보관광 500만 돌파’라는 대대적인 언론전에 돌입했다.

무엇보다 철원지역 사회단체들이 정부가 추진중인 ‘DMZ 세계평화공원’ 철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철원군번영회, 군이장협의회, 군여성단체협의회, 군노인회, 군새마을회, 철원JC 등 지역 주요 사회단체들은 ‘DMZ 세계평화공원 철원유치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이들 사회단체들이 가칭 ‘DMZ 세계평화공원 철원유치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은 지정학적으로 휴전선 155마일(249㎞) 중 약 30%에 해당하는 70㎞가 철원군을 통과하고 있는 등 철원이 한반도 중앙이자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백마고지, 김일성 고지 등이 철원에 있는 만큼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새로운 출발점은 당연히 철원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는 고성은 양양국제공항 등 교통망 확충도 이미 조성돼 있어 접근성과 관광객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경기, 강원의 DMZ 공원 경쟁

경기도는 지난 2006년 DMZ를 생태체험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평화생태공원 조성 계획을 세워 지난 2009년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생태탐방로, 에코뮤지엄거리 등 세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일원에 총 2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 중인 ‘DMZ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DMZ 일원에 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세계 최고의 생태·역사·안보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도는 DMZ의 평화적 이용과 보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DMZ의 미래를 창조하라!’는 슬로건으로 ‘2013 경기도 DMZ 광고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정전 60주년 홍보 이벤트에 있어서도 강원도와 경기도는 치열하기만 했다.

강원도는 22일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철원DMZ평화음악회’를 KBS와 함께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앞 특설무대와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었다.

이 공연에서 영국 대표 지휘자 크리스토퍼 워렌그린이 처음으로 내한해 KBS교향악단을 지휘했으며 바이올린계의 신성 줄리안 라클린, 현존 최고의 첼로 거장인 린 하렐,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김대진 등이 참여해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경기도는 이에 맞서 오는 8월 독도 지킴이 가수 김장훈 씨에게 경기도 DMZ 세계평화콘서트의 총기획과 연출을 맡겼다. DMZ 세계평화콘서트는 정전 60주년을 맞아 오는 8월3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이러한 DMZ 세계평화공원 유치 경쟁은 내년 4월 지자체 선거와 맞물려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는 전망이다.

북한이 참여하지 않는 DMZ 세계평화공원은 사실 그 의미가 별로 없다. 그리고 북한은 이미 그러한 우리 정부의 플랜을 ‘모독’이라며 거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 세계평화공원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점에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국가전략이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DMZ)는 1953년 ‘한국전 정전협정’에 의해 설치됐고 서쪽으로 예성강과 한강 어귀의 교동도(喬桐島)에서부터 판문점을 지나 동해 고성의 명호리에 이르는 155마일(약 250km)의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2㎞ 면적으로는 약 10억㎡의 완충지대를 이루고 있다.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은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분단과 군사적 대치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 비무장지대는 남이나 북이나 늘 긴장의 대상이었고 그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쌍방은 평화적 공동사업을 모색해 왔다. 그러한 필요성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무장지대의 의미

DMZ평화공원 안은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검토돼 온 사안이었다. 통일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러한 DMZ 평화적 이용이 피할 수 없는 ‘국가전략’이라는 점에 대부분 동의한다.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장)은 이렇게 말한다.

“DMZ의 평화적 이용은 국가목표를 이루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돼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국가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죠.

그런데 평화는 남북관계의 발전이 전제돼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진정 발전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신뢰가 구축돼야죠. DMZ의 평화적 이용은 바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DMZ 평화적 이용을 ‘100대 국정과제’로 채택했으나 남북관계의 악화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3년 출범하는 신정부는 새로운 국가비전에 입각한 통일정책 및 대북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손 회장의 주장이다.

통일부와 한국DMZ학회가 마련한 DMZ의 평화적 이용은 크게 4개의 중점전략으로 이루어져 있다.▲파주세계평화타운▲철원 평화산업단지▲북한강 상류지역, 평화생태호수공원 및 UNESCO 접경생물권 보전지역▲고성 유엔환경기구 등이 그것이다. 그러한 전략안을 살펴보자.

전략 1 파주 세계평화타운

파주 세계평화타운은 DMZ 및 접경지역에 6·25전쟁에 관계했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해 상호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세계평화문화타운’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한반도 평화정착, 나아가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을 염원하는 우리의 의지를 표현하는 상징지역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참전 16개국과 한국, 유엔에서 출발해 종국적으로 우리를 지원했던 67개국에 북한, 중국, 러시아까지 모두 포함해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

세계평화문화타운은 파주 북방 DMZ를 사이에 두고 남북한 접경지역에 걸치되 남측을 중심으로 하는 ‘남주북종형’(南主北從形)의 ‘호리병 형태’로 조성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그 가운데에 놓인 DMZ 내에는 남북한이 모두 숭모하고, 동양평화를 역설했던 안중근 의사의 기념공원을 조성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지역화 한다는 전략이다.

세계평화문화타운의 중심부에는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고 이곳에서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일정 기간의 단위로 문화행사를 거행하도록 해서 상호 이해와 소통이 이뤄지도록 한다.

이 경우 구 미군 기지였던 ‘캠프 그리브스’가 그 역사적 의미, 평화동산·임진각·자유의 다리 등과의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판단된다. 국내외 평화연구자, 활동가, 관련 단체들이 평화 관련 행사를 이곳에서 치를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원한다.

전략 2 철원 평화산업단지, DMZ 통과 철도·도로 추진

남북 철원 DMZ 및 접경지역에 걸치는 ‘호리병 형태’, 남측을 중심으로 하는 ‘남주북종형’(南主北從形)의 ‘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해 국가성장동력 창출과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한다.

북측 땅에 위치해 여러 가지 관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남북한 인력이 DMZ를 오가며 교류하는 새로운 개념의 남북경협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철원 평화산업단지는 남북한 철원지역을 포함하되 그 가운데에 놓인 DMZ는 인적·물적 자원의 통과가 가능한 정도로만 활용하는 호리병 형태이다.

평화산업단지의 중심은 백마고지 전망대 일대의 남측 철원의 평야지대이다. 북측 철원지역에 위치할 평화산업단지에는 남측으로 통근 형식으로 출퇴근할 북측 근로자의 숙소 및 부대시설을 설치하는 등 남측 철원산업단지를 보완·지원하는 형태를 지니도록 한다.

남측 철원지역에서 일할 북한 근로자는 북측 철원지역에서 철도·도로를 이용해 통근할 수 있도록 남북 철원지역간 DMZ를 통과하는 철도·도로 연결을 추진한다.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한 번에 대규모로 운송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한편 통근 철도의 개통을 명분으로 향후 경원선과 금강산선의 복원과 연계한다. 남북관계 진전과 북한의 호응에 따라 러시아에서 출발해 북한을 거쳐 남쪽으로 오는 남·북·러 천연가스관 연결, DMZ 내에 위치한 태봉국 문화유적과 연계한 생태문화관광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나아가 철원지역이 두루미 등 철새의 도래지임을 고려해 남북 공동으로 관리 방안을 강구한다. 평화산업단지에 유치될 산업은 철원의 지역적 특성, 국가적 차원의 요구, 산업적 차원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농식품 가공산업, 청정 IT산업 등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전략 3 북한강 상류지역, 평화생태호수공원 및 UNESCO 접경생물권 보전지역

현재 추진 중인 평화의 댐 보강공사를 계기로 평화의 댐을 세계 최초의 댐을 활용한 ‘평화댐 문화공연장’으로 전환하고 그 일대의 평화조형물과 더불어 세계적인 평화의 상징지역으로 조성한다.

평화의 댐 인근에 DMZ 및 접경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한반도생물자원관’을 건립해 생태적 의미를 부각시킨다.

평화의 댐과 임남댐(금강산댐) 사이를 ‘평화생태호수공원’으로 조성해 평화생태적으로 보전·이용함과 동시에 이 지역을 ‘UNESCO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을 추진한다. 평화생태호수공원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생태보전에 협력하는 동시에 상호 동질성을 제고할 수 있는 문화적 교류를 추진한다.

이러한 전략적 바탕에서 환경과 문화를 한 눈에 보게 한다는 비전이 북한강 상류지역의 평화생태 호수공원의 목표다. 이 가운데 UNESCO 접경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은 중요한 과제다.

2011년 9월 DMZ의 남쪽지역과 남측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신청한 ‘UNESCO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은 북한의 반대 등으로 거부됐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역선정과 추진방법을 통해 북한이 동의할 수 있는 UNESCO 접경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략 4 고성 유엔환경기구, 공동 협력의 핵심 동력

기존의 가로형 형태, 즉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이르는 전 DMZ 및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로형 형태로 북에서 남으로 이르는 즉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 간의 하천과 천변지역을 대상으로 UNESCO 접경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평화의 댐과 금강산댐 간에 조성될 북한강 상류 평화생태호수공원이 UNESCO에 의해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이 되면 다른 DMZ 지역 가운데 생태적 가치가 높고 지역주민이 열망하며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UNESCO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학회는 검토하고 있다.

남한의 설악산국립공원과 북한의 금강산국립공원이 만나고 남북 고성의 중간에 위치하며 현재 동해선 철도·도로가 연결되는 지역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한다. 남북한은 물론 동북아 모든 국가들이 황사를 포함하는 대기오염과 수질·해양오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상호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해결의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유엔환경기구의 유치를 문제해결과 공동협력의 동력으로 삼는다. 유엔환경기구를 시발로 ‘유엔환경연구소’, ‘유엔환경대학교’, ‘유엔평화연구소’, ‘유엔평화대학교’ 등을 유치해 이 지역을 ‘유엔환경평화타운’으로 조성한다.

양양국제공항에서 설악산, 유엔환경기구 소재지, 나아가 금강산지역에까지 환경친화적인 모노레일로 연결하고 서울-양양 고속도로, 서울-속초 고속전철의 연결을 계기로 이 지역을 환동해권 발전의 핵심으로 삼는다.

아울러 유엔기구 소재지 일대를 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한다. 환경캠프, 평화캠프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생태평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DMZ 안에는 현대사의 아픔이 남아 있다.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우리 국군 유해 중 13만여 기는 안타깝게도 아직 한반도 산야에 묻혀 있고 그 가운데 상당수는 DMZ 안에 있다. 6·25 전쟁 막바지에 치열한 전투가 이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남과 북은 한 치의 땅이라도 더 빼앗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격전을 벌였다.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철의 삼각지, 오성산, 저격능선 등 6·25전쟁 기간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곳들이 모두 DMZ 안에 있다. 요란한 생태관광 사업 이전에 먼저 남북은 6·25 순국자들의 공동 유해발굴과 같은 사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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