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탈북민이 적은 이유
미국에 탈북민이 적은 이유
  • 김민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3.06.27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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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CNN에 소개된 미국 버지니아에 정착한 탈북민 2명이 대형슈퍼마켓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다.

158명.

지난 4월 기준 난민 지위를 받고 미국에 들어온 탈북민 총숫자다. 한국에 2만5천여명의 탈북민이 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숫자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통해 탈북민이 미국에 난민 지위를 갖고 들어와 정착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 제정 후 2년이 지난 2006년 5월에서야 처음으로 6명의 탈북민을 받아들였고 그후 매년 평균 20명의 탈북민들이 난민으로 들어왔다.

탈북민을 포함, 북한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다는 미국에 정작 탈북민이 이처럼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네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 탈북민은 한국에 속해 있다는 미국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한국이 탈북민 정착의 주된 책임을 갖고 있고 미국은 난민으로 오는 탈북민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인 것이다.

국무부는 같은 인종, 언어, 문화를 가진 한국을 사실상 탈북민들의 최종 정착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회는2백만 명의 한인이 미국에 살고 있는 것 등을 볼 때 탈북민의 미국 정착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난민 지위 없는 탈북자들의 애환

둘째, 법적인 이유다. 한국 헌법에 따르면 북한 사람들은 한국 국민이다. 이런 까닭에 미국은 탈북민들이 미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없다고 처음에 주장했다. 한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난민 자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민이 한국 국적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 즉 한국 이외의 외국에 있을 때는 난민 신청을 해 미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자동적으로 한국 시민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한국에 오기 전 제3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동남아에 도착한 탈북민 대다수가 난민으로 미국에 갈 수 있는 이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인권 단체인 LiNK는 탈북민들의 많은 수가 한국에 정착한 후에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 정착하면 한국 국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하려면 한국 정부로부터도 박해, 고문 등 핍박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현재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대다수는 제3국에서 미국에 난민신청을 하고 들어온 경우다. LiNK나 수잔 솔티가 대표인 북한인권연합 등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내 탈북민 중 언론 인터뷰에 많이 등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 20살의 조셉이다. 그는 중국에서 LiNK 관계자를 만나 LiNK가 제공하는 보호소에서 생활을 했다. 하루는 LiNK 관계자가 ‘미국에 가고 싶으냐?’고 물으며 미국에 가면 받을 혜택을 설명했다.

그는 이 말을 믿었고 LiNK 관계자를 따라 미국 영사관에 가서 난민을 신청했다. 북한인권연합은 2011년 6월 중국의 피난처에 숨어지내던 탈북 고아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는데 2년만에 이 아이들은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1980년대 소련을 탈출한 소련 유대인들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것이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소련 유대인들에게 이스라엘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유대인 지원 미국 단체인 HIAS와 같은 곳에서는 유대인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결과, 소련을 탈출한 소련 유대인들은 먼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충분한 정보를 받은 후 이스라엘, 미국 혹은 제 3국 중 하나를 최종 정착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탈북민들의 탈출 경로인 동남아 국가 소재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 웹사이트에 한국어로 미국에 정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긴 대기시간도 장애물

셋째, 긴 대기 시간이다. 탈북민이 미국에 난민으로 들어가는 데 보통 8개월에서 1년을 제3국에서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동안 탈북민들은 다른 난민 신청자들과 마찬가지로 해외 인터뷰, 신분조회, 국토안보부·이민국 인터뷰, 건강검사, 난민정착 돕는 기관들과의 연계 등을 하며 기다려야 한다.

넷째, 정착 이후의 삶이다. 한국의 경우 정착금이 현재 한 사람당 700만원으로 미국에 비해 후하다.(한때는 3700만원 가량을 초기 정착금으로 주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처음 한달간 난민 한명 당 425달러(약 40만원)를 정착금으로 지급한다. 집, 살림, 음식 등 여러 가지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기간은 6개월로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민들이 미국을 최종 정착지로 선택하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남한 정부에 대한 불신’, ‘차별 없는 신세계에 대한 희망’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입국 후 6개월 동안 정부에서 지정하는 지역에서 지내야 한다. 그뒤에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일자리를 위해 한국말이 가능한 한인사회 중심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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