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전으로 끝난 오바마-시진핑 ‘셔츠 외교’
탐색전으로 끝난 오바마-시진핑 ‘셔츠 외교’
  • 미래한국
  • 승인 2013.06.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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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Xi 'Shirtsleeve Summit' Papers Over Regional Conflicts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정상회담은 매우 공적인 일이라 강대국 정상들이 셔츠 차림으로 환담하고 몇 시간 동안 어울리며 커가는 위기를 막으려 하는 모습은 참 생소하다.

원래 그런 만남은 정상들이 나팔과 트럼펫 소리 가운데 멋진 제복을 입은 군대 앞을 나란히 사열하면서 시작하는 것 아닌가? 그런 후 정상들은 건배와 연설, 눈부시게 빛나는 옷을 입은 초청 명사들의 박수 가운데 열리는 국빈 만찬에 함께 앉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신중을 기해 연출한 오바마와 시진핑 간의 비공식적인 정상회담을 상상해보라. 오바마는 워싱턴DC에서 5시간을,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12시간을 날아와 캘리포니아 남부의 아름다운 장소에서 만나 몇 시간 동안 회담했다. 언론들이 ‘셔츠 정상회담’이라고 부르는 이번 회담은 분명히 역사책에 기록될 뿐 아니라 ‘역사적인’ 것이다.

얻은 것 없는 회담

이처럼 요상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아마도, 이런 회담이 열렸다는 것이고 최악은 수많은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성취한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일 것이다.

오바마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소행이라고 보는 사이버 간첩과 사이버 절도 이슈를 제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진핑과 그의 각료들은 그 문제는 과장된 것이고 미국도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수확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지하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미중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중국의 압박은 북한이 올해 초 전쟁을 일으켜 한반도를 집어삼키겠다는 입장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분명히 효과적이었다.

북한은 중국이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하면 판문점에 설치된 휴전선 핫라인을 재가동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개성공단을 닫는 것은 영원한 국가 실패를 초래하며 경제에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개성공단 재개를 두고 판문점에서 한국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오바마와 시진핑이 캘리포니아 서니랜드에서 마음이 담긴 인사를 처음 교환하기 직전에 결정됐다. 오바마와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다음날 북한이 한국과 만나는 데 동의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들의 입지가 취약해 휴전선 대신 북측, 즉 개성에서 회담을 하자는 자신들의 처음 요구를 계속 고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시진핑 회담에서 의논된 것만큼 주목해야 할 것은 회담에서 말하지 않았을 내용들이다. 오바마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압박을 가했는가?

그는 일본은 센카쿠 열도, 중국은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는 작은 섬들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중국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제기했는가? 미국은 미일안보조약에 따라 그 섬에 대한 방어를 약속해왔다.

문제의 핵심은 남중국해

오바마가 ‘군사 이슈’에 대한 ‘의정서’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 오바마와 시진핑은 이 모든 것을 생각해야 했다. 미국의 전함이 언제든지 남중국해를 지나갈 수 있다는 권리가 있다는 외교적 수사를 통해 중국은 그 바다를 소유한 것이 아니고 그것은 ‘주권’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미중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 논평가들은 중국 관영TV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모든 사람들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서’의 가장 긍정적인 의미는 중국은 남중국해를 지나가는 ‘외국’ 선박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여전히 그 바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베트남이 자신들의 섬이라고 말하는 남사군도를 비롯, 그 안에 있는 섬들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대해 일체의 타협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센카쿠열도의 경우 최선은 일본이 침입해오는 중국 어선과 연구용 선박들을 쫓기 위해 물대포 대신 실제 대포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의 그 ‘연구용 선박들’은 대응 포격을 하지 않는 것이다.

미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그다지 많을 것을 바꾸지 않았다면 최소한 그들은 문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양국 지도자들이 언젠가 입장을 바꿔 수천마일 떨어진 양국의 수도에서 상대를 향해 거친 욕을 한다면 역사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것이다.

오바마와 시진핑에게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몇 시간 동안 우호적인 대화를 한 이 기회가 전쟁과 위기로 자주 위협을 받는 이 지역에 평화와 평온의 길을 놓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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