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이 지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첫째 주 주간정례 여론조사 집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5주차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1주일 전 대비 6.1%p 상승한 61.5%를 기록해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60%대를 돌파했다. 반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8.8%로 3.9%p 하락했다.
정당지지율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의 후광을 받은 새누리당이 1주 전에 비해 5.3%p 상승한 50.9%로 취임 첫주(51.3%) 이후 15주 만에 다시 50%대로 올라섰다.
반면 민주당은 2.5%p 하락한 22.1%로 나타나 양당 격차는 28.8%p로 벌어졌다. (6월 3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자나 깨나 말조심’ 정중동 행보
이명박 전 대통령의 5년 전 지지율과 비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선방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전국 성인 남녀 12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집계됐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5년 전 이맘때 지지율은 21%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10년 전 5월말에는 30%대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것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은 ‘말조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이러다가 대통령직을 못 해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유명한 말실수로 맹비난을 받았다. 또 그해 9월에는 일부 측근 인사들의 비리혐의가 부각되자 재신임 국민투표를 전격 제안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키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잦은 말실수로 여론의 비난을 자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측근 및 친인척 비리가 불거졌던 지난 2011년 6월 정부 장·차관 회의에서 “나라가 왜 이렇게 썩었냐”며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같은 해 9월에는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 시킨 바 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말조심’에는 훈련이 된 듯한 모습이다. 야당 또는 야당 지지자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불필요한 ‘자화자찬’도 일체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신중한 행보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일관된 대북정책도 호평 받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 고공행진을 견인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대북정책이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우리 군과 정부 당국의 대응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공감한다’ 27.2%와 ‘대체로 공감한다’ 47.4% 등 긍정 평가가 74.6%였다. 반면 ‘대체로 공감하지 않는다’ 15.8%와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6.7% 등 부정적 평가는 22.6%에 그쳤다.
특히 우리 군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감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이 낮았던 20대(68.9%), 30대(64.5%), 40대(69.2%)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심지어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군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감도가 54.3%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원칙’과 ‘일관성’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제 북한이 선택해야 하는 변화의 길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 함께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어가는 큰 길에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월 19일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는 없다”면서 “북한이 도발한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이라도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온다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에서 약 580만표 차이로 승리하고 당선됐지만 취임 직후부터 지지율이 급락했고, 이는 여당인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2010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및 경기도지사 선거를 근소한 격차로 이겼지만 서울시 구청장 선거에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중랑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에 헌납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경남, 강원, 충북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대통령 레임덕의 시발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간선거 승리까지 이어질까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의 성패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판가름 난다고 가정할 때 박 대통령이 현재 기록 중인 높은 지지도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희망적인 요소다.
만약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1년 후에도 60%를 넘나든다면 여당의 득표력을 견인한다는 의미 외에도 야당 지지자들의 결속력을 약하게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특히 젊은층)이 박근혜 정부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젊은층 투표율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중간선거 승리 및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에 중점을 둔 안전한 국정운영을 계속해 나갈 것인지, 낙하산 공천과 측근 비리로 선거 패배를 자초한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의 선택은 전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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