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제조업 혁명’과 함께 온다
창조경제는 ‘제조업 혁명’과 함께 온다
  • 이원우
  • 승인 2013.07.0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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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크리스 앤더슨 신간 <메이커스>
크리스 앤더슨 著, 윤태경 譯, RHK 刊, 2013

장하준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인터넷보다 세탁기와 냉장고, 피임약이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주로 실체 없는 온라인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제조업과 결합하는 순간 장하준의 분석은 즉각 수정돼야 할지 모른다.

‘롱테일 경제학’으로 유명한 크리스 앤더슨의 신작 <메이커스>(Makers)는 인터넷과 제조업이 결합하는 순간 야기될 창조적인 파장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IT잡지 ‘와이어드’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앤더슨이 이 책에서 새 시대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꼽고 있는 것은 3차원 프린터다. 잉크를 넣으면 문서를 인쇄하는 게 지금까지의 프린터였다면 3차원 프린터는 ‘물건’을 인쇄한다.

플라스틱 재질의 간단한 장난감 정도는 현재의 3차원 프린터도 제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크리스 앤더슨은 3차원 프린터가 줄기세포를 분사해 인간의 장기를 복제하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뭔가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대량의 물건을 생산하고, 투자자를 찾고, 예측불허의 소비자에 직면해야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제조업이었다면 이제는 다르다. 누구나 3차원 프린터로 소량의 시제품(prototype)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인터넷에 올려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킨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 1차 산업혁명을 촉발시켰던 가내수공업 돌풍의 재현이다. 3차원 프린터는 18세기 후반의 다축 방적기가 21세기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지난 20년간의 변화가 놀랍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 찾아올 변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생산수단의 소유를 중시한 마르크스가 지금 세상을 본다면 놀라서 턱이 빠질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이 책의 부제를 ‘새로운 산업혁명’(The New Industrial Revolution)으로 달았다. 작년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을 연상시키지만 둘의 세계관은 완연히 다르다. 리프킨의 관점은 주로 연료문제에 맞춰져 있었다.

1차 혁명이 석탄, 2차 혁명이 석유, 3차 혁명은 신재생에너지라는 논지였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이 다가올 것이 확실하다”는 주장과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논지가 미묘하게 충돌하면서 교조적이고 선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크리스 앤더슨이 그리는 미래는 보다 경쾌하다. 새로운 시대는 이미 열렸다. 빨리 적응하는 사람은 큰 기회를 얻지만 나중에 편승하는 사람에게도 효용은 전달될 것이다.

다분히 미국의 관점에서 서술된 책이지만 ‘창조경제’에 흥미를 갖고 있는 한국인의 관점에서도 통찰을 얻을 만한 부분이 있다.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좁은 틈새시장에 집중해 제조업 혁신을 일으키려면 대기업만큼이나 소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기업을 중소기업처럼 만들기 위해 손발을 묶거나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등을 떠미는 일이 아니다. 개별 기업들에게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혁신의 여지를 보장하면 대기업과 소기업은 함께 제조업계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세계의 최전선에서 제조업 혁명의 실루엣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독자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충분히 진보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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