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의 경제학
전력난의 경제학
  • 미래한국
  • 승인 2013.07.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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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
 

전력도 여느 경제상품과 같이 소득과 가격변동에 따라 수요량과 공급량이 변동되게 마련이다. 경제이론상으로 모든 상품은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점에서 균형공급량과 균형가격이 결정된다.

전력의 경우도 발전설비(capacity)가 충분히 여유가 있고, 생산자 측면에서 볼 때 고정비용과 가변생산비를 합친 단위비용(unit cost)을 최소한 보전할 수 있는 단위가격(unit price)이 보장될 경우는 수요증가에 부응해 공급을 차질이 없이 계속할 수 있다. 여기서 전력발전 또는 공급의 ‘충분한 여유’란 전력의 ‘공급예비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경제 이론으로 본 전력수급 원리

바꿔 말해 전력최대공급량(발전량)에서 최대수요량(사용량)을 빼고 남는 전력을 예비전력이라고 하는데 이 예비전력량을 실제수요량으로 나눈 비율을 우리는 전력(공급)예비율이라고 부른다.

이 전력예비율이 안정적 플러스(plus)수준을 유지할 때 전력수급상태가 정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겨울철이나 여름철의 계절적 전력수요폭발로 전력예비율이 뚝 떨어지게 되면 일시적으로 전력난이 발생한다.

시설건설에 따른 회임기간(gestation period)이 상당히 긴 전력시설의 확장을 위해서는 미래전력수요의 장기예측을 전제로 시설확장에 따르는 경제적 비경제적(발전시설비, 설비입지 구입비, 송배전 설비, 유지관리비와 민원발생 등의 각종 부수비용, 비수기 전력 저장관리비 등) 공급(생산)비용이 고려돼야 한다.

일반 소비재상품과는 달리 전력과 같이 생산재인 동시에 또한 소비재적 양면성을 지닌 상품의 경우는 예비전력이 부족한 상황 하에서는 공급과 수요의 조절에서 시간적 불일치(time mismatch)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력생산자(정부당국 포함)와 일반 전력소비자(언론 포함)들 간에 전력의 수급 차의 반복적 발생을 놓고 적대적 비판과 불신이 그치지 않는다.

생산과 소비활동의 필수재인 전력의 수요는 수요자의 소득수준과 가격수준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근대 모든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에서 전력은 ‘절대필수재(absolute necessary good)’여서 전력수요의 소득탄력성(전력수요량 변동률을 수요자의 소득변동률로 나눈 값)은 매우 탄력적(위의 계산 값이 1보다 큰 경우)인 반면, 전력수요의 가격탄력성(전력수요량변동률을 전력가격의 변동률로 나눈 값)은 전력의 완전대체에너지가 없는 상황에서 매우 비탄력적(계산 값이 1보다 작은 경우)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소득수준이 빠르게 상승해 온 나라에서는 전력의 수요가 소득증가와 더불어 확대돼 왔고 동시에 전력가격 인상으로 수요를 다소 낮추려는 정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왔다. 특히 우리 사회처럼 계층 간 소득격차가 심한 나라에서 전력가격인상을 통해 전력수요를 줄이려는 정책은 정치적 역반응을 초래하기 때문에 어렵다.

전력소비량에 따른 누진가격제를 기껏 적용해 어느 정도 소비절약을 기하려고 해도, 높아지는 전력가격은 한계기업과 일반서민의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력판매가격 상승률이 전력생산가격 상승률을 밑도는 한, 생산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정부의 적자는 늘어나고, 이는 다시 전력공급시설 확장에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점점 전력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예를 봐도 여름과 겨울마다 전력수요가 급증해 전력수급불균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국민의 냉난방가동의 절제와 상점이나 가정에서 절전모드와 전력효율의 손실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전자장비와 냉난방기구사용상의 유의사항을 홍보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직자들이 하(夏)계절 간소한 복장차림으로 더위와의 작은 전쟁까지 벌이고 있는 모습이 TV를 통해 시청자들의 동참을 간접 유도하고 있다.

최악 전력난에 대비해야

최근 전력수요가 급증한 원인은 국민들의 소득과 생활수준의 증대, 그리고 정부의 원가보조를 통한 싼 전기가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10년간 등유가격은 139% 상승해 소비가 57% 감소한 반면, 전기요금은 상승폭이 21%에 머물고 소비는 63%나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여름철 최대전력증가율은 4.3%로 공급증가율 3%보다 무려 1.5배나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벌어진 원전불량부품납품비리 및 부품검사 관련 부정으로 영광원전 5, 6호기, 신고리원전 2호기, 신월성원전 1호기 등 원전기가동중지로 금년 7~8월에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한 금년 여름(8월 초 예상) 전력공급능력은 7,672만kW이고 최대수요예상량은 7,870만kW로서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198만kW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력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을 극복하자면 전력공급확대 대책과 수요감축 대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우선 영광의 한빛원자력발전소 3호기(100만kW급)가 6월 10일부터 재가동을 시작했고, 울진의 한울원자력발전소 4호기(100만kW급)가 8월 2일부터 재가동될 예정이다.

그밖에도 정부 당국은 7월말로 준공이 예정된 화력발전기(100만kW)와 세종 열병합발전소(34만kW)의 조기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더해 민간의 상용발전시설(최대 50만kW)과 태양광발전소(약 10만kW)를 긴급 신설해 전력공급을 늘리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감축을 위해서는 전기 과소비 업체들의 절전 규제, 최대수요피크(peak) 기간과 시간대에 전력소비의 의무적 감축을 권고하거나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강제 실행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기술과 혁신으로 전력절전형 제품들이 계속해 개발 생산되고 있는 것도 전기소비절약에 기여하고 있다. 각 가정과 사무실, 그리고 상점에서 실내외 전등의 조명도를 적정수준으로 낮추면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엄청난, 아마도 10내지 25퍼센트의 총 전력소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실증연구에 필자가 미국 통계자료를 이용한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와 아르곤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ies)의 공동연구프로젝트에 36년 전(1976-1977)에 참여해 전력과 환경문제에 눈을 뜨게 됐던 옛 기억이 새롭다.

깨끗한 에너지인 전기는 우리 모두가 절약하고 아껴 사용해야 할 공공재이다.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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