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한다
공기업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한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7.08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기업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493.4조 원으로 전년에 비해 34.4조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8개 공기업의 부채는 약 353.6조원으로 GDP 대비 약 28%를 차지한다. 공기업 부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200%를 넘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방공기업들의 지난해 적자는 1조5008억원으로, 통계가 집계된 2002년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공기업의 총부채도 72조5000억원으로 2011년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던 것으로 안전행정부의 2012년 결산 분석에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지방공기업의 적자 원인에는 중앙 공기업들의 적자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1년 4307억원 흑자를 냈던 SH공사가 작년 5354억원 적자로 전환하면서 지방공기업 적자 폭 확대에 큰 영향을 줬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지방공기업도 148개나 됐다. 전체 지방공기업 중 38%나 된다. 2011년 138개에 비해 10개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국 7개 도시철도공사는 모두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나타났다.

부채가 가장 많은 지방공기업은 전국 16개 도시개발공사. 16개 도시개발공사는 총 43조5000억원의 부채를 기록해 전체 공기업 부채의 60%를 차지했다.

이들 공기업의 적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떠넘겨진다. 한마디로 국민 세금의 포식자 자리에 공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공기업의 적자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일까.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공기업들이 경제성 없는 사업을 확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철의 삼각형

즉 경제성 없는 사업임에도 예산이 집행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는 것. 아울러 해당 행정부서 입장에서도 관할부서의 지휘 하에 추진하는 사업이 많아질수록 관료들의 힘이 강력해지고 공기업 입장에서도 사업이 많아져야 자리도 많이 생겨 승진할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에 공기업은 일단 일을 만들고 본다는 것이 현 소장의 이야기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철의 삼각형(triangle of iron)’이라고 불린다. 경제성이 아닌 정치성을 앞세워 사업을 추진하면 정치인, 관료, 해당 공공기관 모두 사적이익을 더 얻을 수 있으므로 경제성이라는 규범적 논리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한 예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막대한 부채와 적자로 인해 민간위탁이나 민영화를 추진하던 수서발 부산, 목포 KTX 노선은 결국 정치권과 철도공사의 압력과 로비로 ‘제2의 철도공사 설립’으로 가고 있다.

공기업 코레일의 독점체제를 경쟁체제로 바꾸기 위해 이 노선 운영을 민간 위탁하려던 당초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노조 그리고 관료들의 타협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코레일 개혁이 시급한 것은 고질적인 방만 적자경영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매출원가가 매출액보다 많은 구조여서 정부가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매년 5000억원 안팎의 국고를 지원한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지원된 자금이 3조1467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코레일은 강력한 철도노조로 인해 구조조정은 커녕 인건비 동결마저도 어렵다. 2011년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49.9%다. 독일(31.6%) 프랑스(43.3%) 이탈리아(46.5%)보다 높다. 코레일이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에 무리하게 참여한 것도 이런 구조적인 경영난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코레일 개혁은 제2의 코레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코레일과 제2의 코레일간에 수익노선 경쟁으로 다른 한쪽이 적자를 보면 역시 국민세금이 투여돼야 한다. 수익노선 쟁탈전만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국철도 수익노선에서 나온 이익을 부실노선에 넣는 식으로 운영한 끝에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7개 회사로 쪼개져 민간에 매각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실 역시 마찬가지다. LH의 자산은 163조원으로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166조와 비슷한 수준으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매출은 15조원에 불과해 국내 기업 가운데 30위안에도 들지 못한다.

이런 매출실적으로 인해 LH의 자산 대비 매출비중은 9.5%로 자산 상위 5대기업 평균 67.8%의 7분의 1에 그친다. 상장사 전체 평균 48.1%와 비교해도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LH의 경우 자산의 대부분이 빚으로 조달해 취득한 재산이어서 문제다. 투자자산의 회수기간이 10년으로 떨어지는데 그 대부분을 빚을 내서 사들이다 보니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2011년 LH의 부채는 131조원으로 자산의 82.4%에 해당되는 규모이며 부채비율은 466.7%였다. 2012년 상반기에는 3조원이 더 늘어나 부채가 134조원이 됐고 부채비율도 454.7%로 자기자본의 4.5배 수준이다.

규모가 큰 공기업 중 수년째 적자가 나고 있는 한국전력의 경우도 부채비율은 153.6%이며 한국도로공사는 99.6%, 수자원공사가 116.0%로 LH보다 3분의1~4분의1 수준이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의 부채비율은 155.9%, 포스코는 40.2% 수준이다. LH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위협이 되고 있다.

적자와 부패는 이미 일상화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출자회사 부실 자산관리와 부채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2011년 도로공사가 출자한 회사 8곳 가운데 5곳이 적자였다. 당기순손실은 한국건설관리공사가 33억원, 드림라인 209억원, 서울춘천고속도로 201억원, 부산-울산고속도로 337억 원 등이다.

도로공사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울산 고속도로’는 2009년 개통 이후 계속 손실을 봤다. 지금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07년 손실 6억원에서 2010년에는 손실규모가 498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 손실은 337억원이었다. 2007년 477억 원이던 자본금은 마이너스 835억원, 부채는 9714억원에 달한다.

이는 하루 통행량이 개통 3년이 경과한 지난해말 2만3561대(48.8%)에 그쳐 예측수요인 4만8228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로공사의 호화 신청사 문제는 도덕적 해이로 지적됐다. 전국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15개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도 전국 평균 가격보다 비싸다.

정부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 지급한 시설지원금 11억6300만원과 각종 세금감면 등을 고려하면 알뜰주유소는 국민 혈세로 ‘알뜰한 척’만 하고 있는 셈이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의 비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감사원 감사에 의하면 공기업은 지난해 한 곳에서 100명꼴로 비리가 적발될 만큼 부정부패가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임직원 연봉은 크게 올려 돈잔치를 벌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공공기관 변화가 새 정부의 성과를 나타내는 중요한 잣대”라며 공공기관의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뜯어고칠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0년에 걸친 원자력발전소 부품 비리가 이번에 터져 곤혹을 겪고 있다. 사실 한수원은 각종 사건·사고로 신분상 조치를 받은 임직원이 작년 598명으로 최다였다. 이들은 비리가 적발되면 사표를 제출한다. 피해보상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오죽하면 정부가 징계전 사표금지 정책을 다 내놓겠는가.

지난해 내부감사에서 문제점이 가장 많이 적발된 기관은 한국철도공사로 2702건이었고 한국수자원공사가 1461건으로 뒤를 이었다.
공기업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역대 정부에서는 공기업 민영화를 끊임없이 추진해 왔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은 야심찬 주제였다. 하지만 이 역시 용두사미에 그쳤다.

이번 새정부에서도 공기업 문제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동의는 이뤄졌다. 최근 여당 지도부에서 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나오면서 새정부 첫 공기업 인사를 앞두고 본격적인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가 예상됐다.

대책 없이 늘어나는 공기업 부채

지난 4월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공공요금 인상이나 국가 재정부담, 하청업체 이익을 해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정부가 공기업 정책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과연 공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 방식 가운데 주목되는 것이 있다. 1980년대 마거렛 대처 영국 총리 시절 최초로 도입했던 공기업 개혁 방안 중 하나인 ‘시장화 테스트(Marketing Test)’ 다. 시장화 테스트는 공기업 및 공공사업을 신설할 때 해당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경쟁 수주 입찰에 놓이게 하는 방법이다.

이로써 새로이 설립될 공기업의 경쟁력을 테스트해 봐서 민간기업의 경쟁력이 높다면 그 공기업은 민영화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공기업 신설시 적용하면 공공기관이 우후죽순 출자해 자회사를 늘리는 문제를 제어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일본이 시장화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이 최선은 아니다. 공기업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과다한 부채는 궁극적으로 공공요금 인상 또는 세금의 증가로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공기업의 부채증가는 관련 이해 당사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합리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공기업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통제될 경우 이용자 간에 자원배분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공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경영효율화를 원한다면 공기업에 대해 책임지는 구체적인 주체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민간과 같은 경쟁 압력이 없고 사업 실패나 방만 경영에 따른 합당한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면 공기업 부채는 기록을 경신하며 늘게 된다는 이야기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공기업에 대한 본질적 해법은 ‘민영화’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공기업이 사업을 확대하면 민간의 사업영역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때문이다. 또한 공기업은 대체로 독점구조를 가지므로 민간은 독점구조 속에서 여러 가지 사업에서 편의와 특혜를 얻기 위해 정부 및 공기업을 대상으로 로비하는 일종의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를 하게 된다는 점을 현 소장은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민간은 이윤추구행위를 해야 국가경제가 발전하는데 지대추구행위를 하므로 그만큼 국가성장에 해가 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부채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돼야 한다. 세금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면 10조 원의 세금을 거둬 정부 사업을 하면 세금으로 소득을 빼앗기는 경제주체들은 일할 의욕을 잃어버린다.

정답은 민영화

공기업 부채 문제의 해결에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비효율적 경영으로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정확한 방향이 ‘민영화’라는 점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민간영역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기업은 본질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정치인, 관료, 공기업의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기 때문에 자원배분을 왜곡시키는 행위를 절대 막을 수 없다.

흔히 공기업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공기업 형태를 가지고서 어떻게 정부로부터 독립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겠는가. 공기업의 독립성 보장은 엄격한 의미로 보면 공기업의 민영화인 것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