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 중앙정치 축소판
6·13 선거 중앙정치 축소판
  • 미래한국
  • 승인 2002.06.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세욱 鄭世煜 명지대 지방자치연구센터 소장
▲ 정세욱 鄭世煜 명지대 지방자치연구센터 소장
6·13 지방선거는 많은 문제점을 지닌 채 치러졌다. 첫째, 지구당위원장(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후보경선과정에 개입하여 온갖 반민주적 작태와 횡포를 부렸다. 겉으로는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은 지구당위원장들이 종전대로 자기에게 정치자금을 대며 아부하는 자, 공천헌금을 많이 낸 자를 미리 점찍어 놓고 선거인단을 조작하여 후보를 정했다. 기초단체장이 일을 잘해 주민들의 인기가 높으면 장차 자기와 경쟁상대가 될 것을 우려하여 경선에서 탈락시켰다. 그러므로 공천받은 함량미달의 후보들이 낙선한 곳이 적지 않았다. 임인배 의원이 점찍은 한나라당 김천시장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인 경북에서 무소속 박팔용 후보(현 시장)에게 참패했고, 민주당 최고위원 8명 중 5명이 ‘낙점’한 후보들이 지역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이나 한나라당에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둘째, 입후보자 중 12.4%인 1,357명이 전과기록자였다. 서울 Y구청장 여·야 후보는 각각 입찰방해와 사기미수 전과자였고, 모 군수후보는 공무집행방해·폭행 등 전과8범이었다. 기초의원후보 중에는 상해·주거침입·특수절도·폭력행위 등 전과14범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윤락행위방지법·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강간치상 전과자도 있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투표로 옥석을 가려내지 못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과자 472명(10.7%)이 당선되었고, 최근 3년간 소득세·재산세·종토세를 한푼도 안 낸 당선자가 기초단체장 6명, 광역의원 31명, 기초의원 228명 합계 265명으로 전체 당선자 4,415명의 6%나 됐다. 3년 동안 납세액이 100만원도 안되는 당선자는 광역단체장 1명, 기초단체장 26명을 포함하여 1,797명으로 무려 당선자 총수의 40.7%에 달했다.셋째,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48%로 전국단위 선거사상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월드컵대회 기간중이라 선거분위기가 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권과 정치인의 작태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어 민초들의 실망감이 정치적 무관심으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부패한 옛 정치인 그늘에서 자란 계보정치의 하수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따르는 거부권 행사였다고 해석된다. 넷째, 이번 선거도 지역일꾼을 뽑기 위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축소판으로 변질되어 정당간의 사활을 건 대리전양상을 띠었다. 그 결과 지방선거는 과열되고 ‘돈 많이 드는 선거’가 되었다. 여-야 지도층과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산적한 법률안 심의를 미룬 채 전국 지방선거현장을 누비며 자기 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분할구도를 탈피하지 못하였다.다섯째, 선거결과 국민은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지난 98년 6월 지방선거결과 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와 자민련의 공동여당은 16개 시·도지사 중에서 10명, 한나라당은 6명을 확보했다. 그러나 4년만에 상황은 확연히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11명을 당선시킨 반면 민주당은 4명, 자민련은 1명에 불과했다. 98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3곳과 충청권 3곳에서 전패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지각변동을 일으킨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결과는 기존의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3당의 정치지형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12월 대선 판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3김 시대가 막을 내렸다.이번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은 부패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아들 비리게이트’, 처조카 등 친인척, 권력핵심들과 그 주변의 부정비리 행각, 이를 감추고 호도하기 위한 권력의 파렴치한 행위들이 드러나면서 대다수 국민은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등을 돌렸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돌출적 언행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었다. 결국 한나라당의 압승은 한나라당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김대통령과 노 후보 등 여권 측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의 표출로 반사적 이익을 얻은 결과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