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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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07.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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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의 편지


평상시 건강하다고 소문난 친구가 오래간만에 핼쑥한 얼굴로 나와서 그간 못 나온 사연을 얘기했다. 80은 어쩔 수 없더군,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났어!

백발이 저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어느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찔하고 현기증이 났다. 방에서도 문틀에 부딪히고 지하철 계단에서도 휘청거렸다.

얼마 지나 이번에는 또 새끼손가락 뒤 손등에 뼈같이 딴딴한 근육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서너 달이 지나도 멈추질 않아 외과수술을 받았다.

어느 저녁엔 육포를 뜯는데 별안간 턱관절이 고장난 톱니바퀴 모양 덜커덩 거렸다. 한번은 추운 음악당에서 감기에 걸렸는데 미열이 가시질 않더니 폐렴 진단이 나왔다.

친구는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이건 병이 아니다. 몸의 60조 개의 세포가 모두 노쇠해서 오는 자연현상이니 살살 구슬러 가며 살아 갈 궁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

유용한 건강정보들

80세는 일본어 마지막 세대다. 교보의 일본어 건강책 코너는 유용한 정보원이다.

한 친구가 재미 있는 정보를 몇 개 소개했다.

- 혈압강압제의 오용 : 일본의 한 대학팀이 혈압 180인 사람 4만명에 대해 9년에 걸쳐 조사를 했다. 놀랍게도 강압제를 쓴 사람이 쓰지 않은 사람에 비해 5배의 사망률을 나타냈다. 강압제로 혈압이 낮아져 뇌혈관 내 찌꺼기를 밀어내지 못해 혈관이 막혀 뇌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 과일 먹는 법 : 동양인은 현재의 2배 정도(하루 200g) 먹는 게 좋다. 당뇨병 염려가 있는 사람은 양을 줄이는 대신 먹는 법을 고치면 된다. 과일을 껍질과 씨까지 통째로 먹으면 영양효과는 같고, 습관이 되면 맛도 뜻밖에 좋다.

- 우유의 양 : 나이 들수록 우유를 많이 마시는 게 건강 장수에 좋다. 한 도시에서 70세 노인들의 10년 생존율을 조사했더니 우유를 마시는 여자가 최장수, 마시는 남자가 그 다음, 마시지 않는 남자가 최단명이었다. 마시는 양은 뱃속에서 꿀럭거리지 않는 수준이면 좋다.

암 불안 대책

또 한 친구는 이런 얘기를 했다. 전 인구의 3분의 1은 암으로 사망하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일생 암과 무관하다. 사람들은 자기도 그 3분의 1에 끼지 않았을까 불안해 한다. 그러나 애써 조기발견해서 조기치료해도 결국 발병 후 치료한 사람과 수명 연장에 차이가 없다.

조기검사로 찾아낸 암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전이하지 않는 양성암은 발병 후 치료해도 똑같이 낫는다. 둘째 전이하는 악성암은 조기검사로 발견될 때에는 이미 전이된 후다. 완화치료밖에 도리가 없다. 셋째, 내버려두면 자연 소멸하는 암도 많다. 굳이 조기검사로 억지로 끄집어내 치료 완치했다고 생색만 내는 케이스다.

어느 경우에나 조기검사, 조기치료는 의미가 없는데 나라에서 전 국민에 조기검사를 강요하고 있다. 여기 불참한 사람은 암보험에서 제외하겠다고까지 한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동창 모임에선 건강과 병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오늘은 어쩌다 모두가 그리로 쏠리고 말았다. 그런대로 소득도 있었던 듯 싶지만.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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