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동성결혼에 손들다
美 대법원, 동성결혼에 손들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7.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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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6일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이라고 정의한 ‘결혼보호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뉴욕에 거주하는 에디스 윈저라는 여성 동성애자(레즈비언)였다.

올해 83세의 윈저는 결혼보호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그녀는 42년 간 동거했던 자신의 파트너인 한 레즈비언이 2009년 사망하면서 부동산을 유산으로 받았다.

하지만 국세청(IRS)은 결혼보호법에 따라 윈저를 사망인의 배우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유산에 대한 세금으로 36만3,050 달러를 부과했다.

윈저는 이성결혼한 사람들은 배우자가 죽으면 배우자 세금감면 혜택으로 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보호법에 따른 차별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오바마가 이끈 결혼보호법 폐기

연방대법원은 결혼보호법 때문에 이성결혼한 사람들이 누리는 감세 등의 혜택을 동성결혼한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은 평등이라는 헌법 가치에 위배되는 차별이라며 결혼보호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윈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는 “누구세요? 오! 버락 오바마? 나는 당신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커밍아웃(Coming-out; 동성결혼 공개 지지)이 이 나라에 큰 차이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동성결혼을 공개 지지한 오바마 대통령은 판결 직후 “모든 미국인들이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받을 때 우리 모두는 더 자유롭게 된다”며 환영했다.

결혼보호법 폐기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 때부터 동성애자 권익 향상을 위해 내걸었던 대표적인 선거공약이다.

그는 취임 후 역대 미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백악관에 초대했다. 2009년 10월에는 인종, 피부색, 출신국을 이유로 어떤 사람을 혐오해 피해주는 것을 금지하는 혐오방지법(차별금지법)에 성적 성향, 성 정체성을 추가하는 신규 혐오방지법에 서명했다.

2011년 동성애자들이 군대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지 못하게 한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을 폐기했고 2012년 5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26일 결혼보호법 위헌 소송 장본인인 레즈비언 에디스 윈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12년 7월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은 정강으로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이라고 정의한 결혼보호법 폐지를 정강으로 채택했고 법무부는 연방법인 결혼보호법이 합헌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했다.

그는 지난 1월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취임사에서 동성애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받아야 한다며 동성애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대통령 취임사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에는 프로농구(NBA) 선수 제이슨 콜린스가 현역 미국 프로운동선수 중 처음으로 자신이 게이(gay)라고 밝히자 그에게 전화해 ‘용기에 감명을 받았다’고 격려해 화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와 같은 적극적 행보는 미국 사회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수용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 거세

현재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곳은 12개 주와 워싱턴 DC로 이 중 10곳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이후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연방대법원이 이날 결혼은 이성 간 결합이라는 조항을 캘리포니아 주헌법에 넣은 주민투표 ‘Proposition 8’에 대한 소송을 기각함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이미 Proposition 8을 위헌으로 판결한 하급 연방법원의 결정에 근거해 동성결혼을 곧 합법화할 예정이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주가 13개가 되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도는 2009년을 기점으로 찬성하는 사람이 늘고 반대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 이어져 2011년 처음으로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결혼보호법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주들을 상대로 뛸 전망이다.

그의 정치 조직인 ‘Organizing for Action’은 연방대법원의 결혼보호법 위헌 판결 직후 “13개주를 접수했으니 37개가 남았다”고 말하며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않은 37개주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뤄지도록 캠페인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법인 결혼보호법의 위헌 판결의 또 다른 의미는, ‘결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이슈는 연방이 아니라 각 주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이다.

연방 정부가 연방법을 통해 모든 주에 획일적으로 결혼의 정의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30개주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간 결합이라는 정의를 주헌법의 조항으로 명시해 주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주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헌법 개정은 주민투표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동성애자 권익단체들은 이 30개주들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주부터 주민투표를 발의해 헌법 개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오레곤 주의 경우 일부 동성애 권익단체들이 2014년 11월 선거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주헌법에 규정된 이성결혼 조항을 제거하려 하고 있고 대표적 동성애자 권익단체인 ACLU는 각 주의 공화당 주하원의원들이 동성결혼을 수용하도록 로비활동을 하는 데 1000만 달러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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