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엔 강동원, 2013년엔 김수현
2004년엔 강동원, 2013년엔 김수현
  • 이원우
  • 승인 2013.07.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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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외화 강세 속 관객 600만 돌파
 

이 작품은 또 다른 영화 한편을 연상시킨다. 귀여니(이윤세)의 인터넷소설을 원작으로 2004년 제작된 ‘늑대의 유혹’(감독 김태균)이다.

당시 전국의 극장에서는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배우 강동원의 모습에 감탄한 여성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작품의 완성도나 주제 의식은 두 번째 문제조차 아니었다. 이 영화는 배우 강동원에게는 운명의 분기점이 됐다.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한 티켓파워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늑대의 유혹’ 이후 9년 만에 비슷한 에피소드를 만들며 주연 배우의 존재감을 빠르게 증식시키고 있다.

이 영화의 주연은 MBC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수현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한 것이 충무로와 그의 거리를 좁혔다면, 첫 주연작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의 미래를 열어놓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극장에서는 탄성이 들려온다.

영화는 원작 웹툰을 거의 그대로 복원한다. 20,000:1의 경쟁률을 뚫은 북한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김수현 분)은 남파돼 ‘동네 바보’로서의 역할 수행에 돌입한다. 리해랑(박기웅 분), 리해진(이현우 분) 등의 주변의 동료들과 접촉할 때는 엘리트로서의 모습을 과시하며 소위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모든 과정을 통틀어 카메라는 철저히 김수현을 훑는다. 인터넷소설의 수요를 인터넷만화(웹툰)가 대체한 2013년, 새롭게 등장한 ‘늑대의 유혹’이다.

작품 속에 동시대성은 별로 없다. 작품이 취하는 북한에 대한 관점과 무게감 역시 본질을 빗겨나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요즘 관객들의 입장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비정상이라는 건 알지만 그 이상 복잡한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한없이 복잡해질 수도 있었을 주제 의식은 원류환의 유일한 관심인 ‘어머니’라는 한 단어로 눙쳐진다. 이념 논쟁에 휩싸이지 않으면서도 보편적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이 선택은 적중했다.

최근 한국인들의 선택을 받는 영화들의 경향을 보면 외국영화와 한국영화가 다른 패턴으로 소비되고 있다. 외국영화의 키워드는 ‘복잡성’이다. 2012년의 ‘어벤져스’와 2013년 ‘아이언맨3’ 열풍은 마블 코믹스라는 또 다른 관심사를 만들고 있다. 수많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등장하는 마블의 세계에 기꺼이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 ‘아바타’ 등의 작품 역시 매우 복잡한 구성을 취하지만 관객들은 두말없이 티켓을 끊었다.

반면 인기를 끈 한국영화들은 ‘단순성’에 몰입한다. 올해 초 관객 천만 명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은 좋은 사례다. 이 작품은 극도의 과장을 거친 ‘2시간짜리 악의적 단순함’조차 한국인들이 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작년 개봉한 ‘늑대소년’ 역시 SF와 멜로의 경계를 편한 대로 넘나들며 주연배우 중심의 단순한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관객 700만 돌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다음 차례가 김수현이라고 말한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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