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페인은 닮은 꼴”
“한국과 스페인은 닮은 꼴”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07.1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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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 루이스 아리아스 로메로 주한 스페인대사
루이스 아리아스 로메로 주한 스페인대사

투우와 축구, 정열과 햇빛의 나라 스페인. 찬란한 역사와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세계 제2대 관광 국가로 부상한 스페인은 민주화 역사와 경제규모면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국가이기도 하다.

양국수교 직후인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에는 프랑코 정권이 대규모 군대를 파병해 우리를 도우려고 했으나 유엔의 제재로 실현되지 못한 아이러니한 역사도 갖고 있다.

<미래한국>이 지난 6월 19일 한남동 스페인대사관저에서 루이스 아리아스 로메로(Luis Arias-Romero) 주한 스페인대사를 만나 양국의 현안과 스페인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들어보았다.

- 한국과 스페인이 수교를 한 지 63년이 지났습니다. 스페인은 많은 한국인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로 손꼽히기도 하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먼 나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한 스페인의 주된 관심은 무엇입니까.

한국과 스페인 두 나라 사이에는 공통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첫째로 둘 다 반도(peninsular)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국토의 넓이도 비슷하고, 경제 규모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양국의 역사 또한 공통점이 많습니다.

스페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독재체제를 겪었고 70년대에 민주화가 됐습니다. 오랜 민주화운동 끝에 현재의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과 비슷하죠. 근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도 양국의 공통점입니다.

현재 스페인 경제는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최근 회복세에 있습니다. 한국도 97년에 금융위기를 맞이해서 IMF의 지원을 받은 후에 성공적으로 회복한 사례가 있었지요. 이처럼 지난 60년간 양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공통점이 놀라울 정도로 많습니다.

- 그런 점들로 인해 스페인과 한국 국민들이 친밀감을 느끼고 더 가까워질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공통적 관심사와 공유하는 핵심 가치들이 있습니다.

양국은 민주주의를 지지합니다. 또한 경제성장 모델에 대해서도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습니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의 입장은 같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라틴아메리카(중남미)에 대해서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합니다. 스페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남미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역에서 양국은 많은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스페인에게 아시아 시장 진출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국가입니다.

왜 6·25 때 참전 못했나

- 경제적 규모나 영향력에서 보자면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관심이 더 클 것 같은데요.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한국처럼 스페인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더 친밀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한국 국민들이 잘 모르시는 이야기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양국이 수교를 한 것은 1950년 3월 한국전쟁 직전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스페인은 프랑코 독재정권 하에 있었으며 이로 인해 국제사회는 스페인을 고립시키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유엔 회원국도 되지 못했죠.

하지만 프랑코는 대규모 파병을 해서 한국을 돕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유엔에서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병은 실행되지 못했지만 양국의 친밀한 관계는 이미 이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경제적으로 현재 양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지요?

우선 양국은 녹색성장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녹색성장은 미래의 에너지 확보를 위해 우리의 공통적인 핵심 관심사입니다. 또한 패션, 와인, 의류를 비롯해 각종 인프라 건설에 있어서도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 방금 언급하신 대로 한국도 스페인 프랑코 정권과 마찬가지로 과거 귄위주의적 군사정권을 경험하면서 국가발전을 일궈냈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한편 긍정적 평가도 많은데요, 프랑코에 대한 스페인인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정서는 어떤가요?

프랑코가 1975년에 사망했으니 이제 4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스페인에는 아직도 프랑코를 그리워하는 국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프랑코의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가 된 게 다행스럽고 행복하다는 게 스페인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인들에게 스페인은 축구 강국이면서 관광 명소일 뿐 아니라 투우, 세르반테스 등으로 유명합니다. 스페인 문화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페인에서 관광산업은 최대 산업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관광수입이 높은 국가입니다. 매우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날씨, 경치, 전통, 문화 등 관광객들이 좋아하실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페인 사람들의 친절함이 중요한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인은 반도국가라서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부지방은 과거 로마와 아랍의 영향을 받았고 대서양까지 맞대고 있기 때문이죠.

- 스페인 문화나 국민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낙천적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 이미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게으르다든지, 씨에스타(낮잠)를 많이 잔다 등이 있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우선 스페인 사람들은 낮잠을 거의 자지 않습니다.

직업이 없거나 은퇴한 사람들은 모르겠으나 대도시에서 바쁜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스페인 국민들에겐 낮잠을 잘 시간이 없습니다. 당연히 출근시간도 빠릅니다. 이런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페인에 직접 가보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웃음)

주 북한 대사직 겸직, 한반도 통일·비핵화 도울 것

- 현재 스페인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경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만 비단 스페인만 그런 건 아닙니다. 유럽 전역을 강타한 재정위기와 연관이 있구요, 앞서 2008년에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그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의 4대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우리의 경제위기가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정건전성 확보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실업률이 호전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문제입니다. 경제위기의 강도가 워낙 세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이 효과를 내려면 내년(2014년)은 돼야 할 겁니다. 한국이 97년 IMF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회복했듯이 스페인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 스페인은 북한과도 수교를 한 상태죠?

그렇습니다. 2000년부터 수교를 맺고 있습니다. 저는 주한 스페인대사직과 함께 주 북한 스페인대사직까지 겸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주 베이징대사관에서 관할했지만 이제 서울에서 합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비롯해 공통적인 협력 분야들은 많지 않습니다. 작년에 약간의 식품 및 기계들을 수출한 바 있습니다.

-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문제,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요?

스페인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국제 질서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따르고자 합니다. 또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개선도 우리가 존중하는 가치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동일한 입장입니다.

이미 우리는 핵무기 개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북한 정부에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에 대해 기분이 나쁘겠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의 질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북한이 자유와 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우리는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협조하고자 합니다.

 

- 한국에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가족과 함께 계신가요?

2년 반째 한국에서 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식 임기는 3년이고, 현재 부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제 아들은 32살인데 홍콩에 있는 다국적기업에 근무합니다.

- 정통 외교관 출신이시지요. 이전엔 어디서 근무하셨는지요.

1974년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외교관이 됐습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교수셨는데 저는 그분들을 따라 교수가 되기보다는 외교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첫 근무지는 코스타리카였고 미국 워싱턴과 폴란드, 캐나다, 벨기에에서 근무한 뒤 필리핀에서 처음 대사로 근무했고 현재 두 번째로 한국에서 대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 스페인은 지역색이 강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습니다. 대사님은 어느 지역 출신이신가요? 고향은 어떤 곳인가요?

제 고향은 아스투리아스(Asturias) 입니다. 스페인 북서부에 위치한 지방으로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현재 스페인 왕세자도 아스투리아 출신이며 유서 깊은 곳입니다. 중세 시절에 세운 대학도 있습니다. 스페인에 오면 꼭 방문하길 바랍니다.

스페인의 시골길을 걸어보세요

- 한국 생활은 어떠세요? 근무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정이 바빠서 자유시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시간이 되면 남산 주변을 걷는 걸 좋아합니다.

청와대 인근 지역도 산책하기엔 아주 좋은 곳입니다. 골프도 가끔 치고, 제 와이프는 테니스를 즐깁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를 더 공부해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로 소통하면서 문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 최근 스페인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팁이 있다면?

잘 알려진 전형적인 관광코스도 좋지만 스페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골마을과 해변가 등을 방문하실 것을 권유해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스페인어를 공부하신다면 더 즐거운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좀 서투시더라도 스페인 사람들은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이 탁월하므로 큰 걱정은 안해도 될 겁니다. 표현력이 매우 좋고 아주 친절한 사람들이니까요.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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