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의 웃음 뒤에 숨겨진 것
진짜사나이의 웃음 뒤에 숨겨진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3.07.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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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의 미디어워치
MBC <일밤 - 진짜 사나이>

시계가 거꾸로 도나. 주말 황금시간대 안방극장에서 뜬금없이 ‘군대 이야기’가 인기다. MBC TV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5시에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 연예인들이 군 부대에 입소해 현역군인들과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그리는 일종의 리얼리티 쇼다.

이른바 ‘한 줄’ 컨셉트를 보면,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예능의 포맷이지만, 인기가 만만치 않다. 우선 시청률이 높다. 지난 6월 23일자 시청률이 14.6%를 기록,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다. 외국인 개그맨 샘 해밍턴과 신인 방송인 손진영이 이 프로그램에서 어리숙한 ‘고문관’의 면모를 보이며 사랑을 받고 있고, 군인들에게 보급되는 햄버거와 고추장 등 군용 먹거리가 ‘군데리아’와 ‘맛다시’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진짜사나이의 인기는 의외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스타급 MC는 물론이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예능인도 없다. 게다가 병영이라는, 칙칙한 무대는 화려한데 익숙한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재밌다. 왜 그럴까. 출연진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서서히 구축하고 있기도 하지만, 역시 병영 생활이라는 리얼리티가 핵심이다.

예컨대 최근 방송에서 나온 유격이나 화생방 훈련, 그리고 포병 훈련을 받는 모습은 현역군인들의 일상을 옮겨왔다. 물론 TV에 나오는 만큼 상당히 정제된 모습이겠지만, 실제 우리 군인들이 겪고 있는 고단하면서도 군기 들어 있는 모습은 볼 만하다.

게다가 잠깐 훈련만 받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침 기상부터 저녁 점호까지 내무반 생활의 소소한 일화와 심리적 갈등 같은 전반적인 군 생활을 꼼꼼히 카메라에 담는 게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고 있다.

여기에 여성에게는 낯설음, 예비역 남성들에게는 향수, 그리고 어머니들에게는 모성을 자극하는 절묘하게 혼재된 감성 코드가 더해진다.

예컨대 우리말 자체가 서투른 샘 해밍턴이 문장 끝말에 ‘요’자를 쓰다 지적을 받거나, 관물대의 담요를 칼 같이 정리하는 장면은 젊은 여성에겐 신기해서 재밌고, 남자들에겐 ‘그땐 나도 그랬지’라는 묘한 동지 의식을 준다.

반가운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군대다. 지난해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레밀리터리블’이라는 이름의 동영상과 케이블 채널 tvN의 <푸른거탑>에서 군대를 곁눈질로 보여줬다면, 진짜사나이에 나오는 군대는 진짜다. 포사격 훈련에서 정확도와 시간을 못 지켜서 얼차려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저들은 왜 군인이 됐을까? 정말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구식’으로 얘기하자면, 진짜사나이의 재미 안에는 그들이 힘들게 고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안보 상황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처럼 포병들 훈련이 엄격했기에,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의 포화 속에서도 우리 해병의 용감한 대응 사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좀 철지난 얘기지만, 지난 대선 때 50대 이상과 20~30대의 국민이 안보 이슈를 기준으로 양분됐던 현상도 어쩌면 수그러들 수 있지 않을까. 진짜사나이를 재밌게 보는 20~30대 여성들이 진짜 군인들의 땀의 의미도 알게 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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