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김종학"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김종학"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7.23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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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3일 오후 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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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처럼 살다가 현실처럼 가버린 남자.

- 한국 드라마PD의 신화적 존재였던 김종학 PD가 사망했다. 시신은 오늘 오전 9시 50분경 김 PD가 머물던 방을 정리하려던 분당의 한 고시텔 주인 이 모씨(59)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 정리를 위해 김PD의 방에 접근한 이 씨는 창문 틈이 녹색 테이프로 막혀 있는 것을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욕실에는 번개탄이 피워져 있었다. 현장에서는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었고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부검은 이뤄지지 않는다.

- 김종학 PD의 화려한 경력은 그가 연출한 작품들의 제목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설명된다. 데뷔작 ‘수사반장’(1981)을 포함해 ‘여명의 눈동자’(1991), ‘모래시계’(1995) 등은 모두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들이다. 1998년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한 그는 제작자로서 ‘풀하우스’(2004), ‘하얀 거탑’(2007), ‘베토벤 바이러스(2008)’ 등의 히트작을 만들기도 했다.

- 90년대 후반에는 영화도 연출한 바 있는 그의 활동은 한 마디로 종횡무진이었지만, 커다란 스케일이 도리어 뇌관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2007년 6월 퓨어나노텍의 주식 18.78%를 인수하며 김종학프로덕션을 코스닥에 우회상장 시킨 바 있다. 이때 이미 대작과 스타 위주의 제작을 하는 김 PD가 원활치 못한 자금 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다급히 상장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2006년 당시 김종학프로덕션은 영업손실 27억7200만원을 기록하고 있었고, ‘한국판 반지의 제왕’을 자처하며 430억 원을 투입해 제작한 ‘태왕사신기’(2007) 역시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장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2009년에는 ‘김종학프로덕션에서 김종학PD가 떠나게 되는’ 아이러니도 발생했다. 

- 2012년에도 김 PD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모래시계’ 콤비(김종학/송지나)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던 SBS ‘신의’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와 함께 종영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김 PD가 출연료(약 6억4000만원) 미지급 및 횡령‧사기 혐의로 피소를 당해 경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 그의 자살로 모든 수사는 종결될 예정이지만 이것을 ‘해결’로 볼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복잡다단한 현실의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누비며 누구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활약하던 최고의 PD는 정말로 좁디좁은 고시텔 방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대한민국은 ‘김종학’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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