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단지의 희망 ‘대수선 리모델링’
노후 아파트 단지의 희망 ‘대수선 리모델링’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7.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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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년의 줌인부동산


정부가 지난 4.1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내놓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200% 내외의 용적률로 인해 대지지분이 협소한 아파트 단지에서 리모델링은 그간 훌륭한 대안으로 평가받아 왔다.

증축 리모델링의 문제는 늘어나는 면적만큼 용적률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의 비율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넓어진 아파트 면적으로 인해 건폐율도 상승한다. 단지에 따라 다르지만 2억원에 육박하는 추가분담금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증축 리모델링에 장애물이다.

그렇기에 용적률이 이미 250%를 넘어서 증축 리모델링이 어려운 단지들에 대해서는 다른 형태의 리모델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면적 증가 없이 주차장을 늘리고 낡은 곳만 보수하는 형식의 ‘대수선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맞춤형 리모델링 활성화 연구 용역을 지난달 마무리하고 8월중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7월 4일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은 주차장 부족이나 낡은 배관 교체 등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꼭 필요한 부분만 고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주차장, 배관 등 보완 가능

뼈대만 남기고 모두 철거하는 기존의 전면교체식 방식과 달리 단지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추진하는 부분 리모델링 방식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단지·동·세대 내에서 시행할 수 있는 39가지의 리모델링 아이템과 유형별로 가구당 공사비 정보 등을 담았다.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는 데크·지하주차장 신설, 녹지·보육시설·헬스장 등 확충, 노후상가 철거후 별동증축 등 방법이 소개됐다. 또 개별 동에서 진행할 수 있는 리모델링으로는 급·배수관, 전기·통신, 소방 등 노후설비 교체, 승강기 신설, 복도식의 계단식 변경(코어중축) 등의 리모델링 방법이 담겼다.

가구 내 리모델링은 문·창호 및 내장재 교체, 단열·기밀 등 에너지 성능향상, 실내공간 재배치 등을 개별적으로 결정해서 진행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용 85㎡ 이하 아파트가 별도 면적증가 없이 급·배수관 및 내장재를 교체하고 단열재 등 난방 성능 향상, 주차장 신설 등 리모델링(일반형·타입Ⅰ)을 할 경우 가구당 5천만원 안팎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축 리모델링에 비해 1/4의 비용만이 지출되는 셈이다.

여기에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변경하고 방과 화장실 일부를 확장하는 ‘타입 Ⅲ’ 리모델링에는 가구당 총 8천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면적이 넓은 아파트의 경우 ‘타입Ⅰ’에 추가로 가구 구분용 출입문과 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하는 등 평면 일부를 재구성(타입 Ⅱ)하면 가구당 7천만원이 소요된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일반분양으로 비용 추가 감소

여기에 국회가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인 수직증축 및 일반분양 허가 관련 법안에 따라 일반분양을 받으면 공사비를 더 절감시킬 수 있다. 만약 타입 Ⅰ~Ⅲ과 같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대지내 공지를 활용하거나 노후 상가·주민이용시설을 철거해 수평·별동증축을 하는 경우 일반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맞춤형-대수선 방식의 리모델링은 수익 문제 등으로 수직증축이나 전면 교체방식의 리모델링을 하지 못하는 비강남권 아파트 단지들에 적용될 여지가 크다. 강남권 역세권 단지가 아니라면 2억원이 넘는 추가분담금을 내고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주택가치 상승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승기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앞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이 단지 여건에 따라 수직증축과 맞춤형 리모델링 등 여러 유형으로 나눠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맞춤형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은 8월중 국토부 홈페이지(www.molit.go.kr)를 통해 각 지자체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 같은 대수선 방식의 리모델링은 업무용-상업용 빌딩에서는 이미 보편적이다. 1985년 5월에 완공된 여의도 63빌딩은 2009년부터 2012년 2월까지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특수 유리창 교체를 시작으로 내부 설비 교체 등 대대적인 정비 작업을 마친 상태다.

유서 깊은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도 지난 2008년부터 2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010년 1월 14일 준공식을 가졌다.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옆면의 콘크리트 벽은 유리로 교체해 조망과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며 건물의 전면과 후면에 있는 외부창호는 단층유리에서 복층유리로 바꾸고 내부 천장과 벽체에도 단열재를 설치, 단열성능을 향상 시켰다.

이처럼 증축이 어려운 고층 빌딩의 경우 대수선 리모델링은 이미 건설업계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왔다. 이 같은 방식이 주거형 부동산에도 확산된다면 공동주택 노후화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뉴스가 될 수 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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