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매서운 논객들, 가장 시끄러운 정치인들을 말하다
가장 매서운 논객들, 가장 시끄러운 정치인들을 말하다
  • 이원우
  • 승인 2013.07.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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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좌담] 황장수-정미홍의 ‘하·용·필’ 직격 비판


하태경, 강용석, 남경필. 최근 들어 보수진영 내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정치인, 혹은 前 정치인이다. 긍정적인 거론은 아니다. ‘NLL 문제’에 있어 세 사람은 대화록 공개를 비판하거나 노 前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그들은 왜 반대의 물살을 선택했을까. 그들의 본심은 무엇일까.

정미홍, 황장수. 최근 들어 보수진영 내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논객들이다. 덧붙여 이 두 사람은 박명규 공영방송정상화국민행동 기획위원, 변희재 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 최인식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 등과 함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 의원이 실제로 출당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이들을 본지 <미래한국> 사무실에 초청해 대담을 나눴다.

 

- 먼저 하태경 의원 출당 요구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텐데요.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혀주시죠.

황장수=이번 성명서를 발표한 보수 5인 모임을 주도적으로 제안한 게 저였는데요. 이 문제는 원론으로 돌아가서 짚어봐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왜 우리나라에서 ‘묻지 마 40%’ 지지를 받습니까? 국가와 영토를 수호한다고 하는 보수적 가치의 상징적 정당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잘못한 게 많아도 지지를 받는 겁니다.

하 의원은 바로 그 새누리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하 의원의 지역구는 해운대 기장군乙이다)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이념 논쟁을 가장 앞장서서 제기한 사람입니다. 이석기, 김재연, 강기갑 등에 대한 종북 논쟁을 주도했죠. 그런데 이 분이 올해 들어와서 입장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임을 향한 행진곡’ 문제, 그리고 종북의 범위에 대한 문제 등이었죠.

여기까지야 개인의 견해로 볼 수 있습니다만 NLL은 다르죠. 아무리 민주주의가 발전해서 당에서 정한 방침에 따라야 하는 강제는 없어졌다지만 최소한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최근 하 의원이 그걸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거죠.

“하태경, 새누리 의원으로서 원칙 저버려”

하 의원은 지금 NLL 문제에서 황당한 궤변을 펼치고 있습니다. 노 前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국가 간 정상회담에 있어서 약속을 뒤집는 걸 확인하게 되는 셈이므로 박근혜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거죠.

또 어떤 말을 했죠? 애국세력이 실제로는 노무현의 부관참시를 즐기는 세력이라며 “친노(親盧) 하나를 궤멸시키기 위해 NLL 문제를 공개하는 데까지 간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면서 애국세력을 ‘부관참시 마니아’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정미홍=하태경 의원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5인의 입장은 ‘출당할 때까지 싸운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경우도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황우여 대표의 경우 변희재 대표가 만나자는 제안을 하는데 계속 회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우리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고요. 새누리당이 하태경 의원을 출당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여당으로서 기본을 상실한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두 분께서 지금 말씀하신 논리라면 하태경 의원이 결국은 새누리당의 당론을 어겼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듯한데요. 많은 이들은 과연 이 문제에 대해서 새누리당이 당론이란 걸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장수 서울大 농경제학과 졸
미래경영연구소장

황= 새누리당이 정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이 국면을 끌고 온 건 맞습니다. 처음부터 마치 국정원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것처럼 시작했고요. 중간에 민생으로 복귀하자는 말도 했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했을 때에도 처음엔 주춤했어요. 그래놓고 그 기록이 안 나오니까 기고만장 했다가, 다시 최근 행보는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지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저희 측의 면담 요청에 대해 1주일 이상 시간을 끌고 있는데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건 보수세력에 대한 모욕입니다.

NLL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 개인의 이념이나 취향에 따라 영토와 남북관계 부분에 대해 마음대로 얘기한 부분을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있을 뿐입니다.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정쟁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애국세력은 전혀 공감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거죠.

한국 여당은 한국 영토에 대해서도 원칙이 없는 정당이 돼 버렸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새누리당 이름표를 달고 앞장서서 결정적인 순간에 보수세력을 분열시키고 있는 거고요.

- 정미홍 대표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호 저희 <미래한국>은 새누리당 서상기, 정문헌 의원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특히 정문헌 의원은 하태경 의원에 대해서 ‘국회의원 자체가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유로운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방금 황 소장님 말씀도 들으셨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정= 하 의원의 발언은 겉으로 드러난 것도 잘못됐지만 사실은 ‘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하 의원이 보수로 전향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 의원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회장단에서 한때 배신자로 낙인 찍혀서 상당히 곤란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대협 前 회장단 모임에 가서 하 의원이 한 말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지금 날 오해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우리가 할 일이 많은 곳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블루오션이다’라는 얘기들이죠. 그런 얘기를 듣고 거기 있던 회장단이 박수를 쳤다는 것 아닙니까?

겉으로는 전향했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아니라는 거죠. 특히 종북 문제나 NLL 문제와 같이 중요한 이념과 국가 이슈가 나왔을 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상황에서 모든 것이 다 그 사람의 소신이라는 건 굉장히 순진한(naive) 생각이라고 봐요.

강용석에 느끼는 배신감 일리 있어

- 하 의원 이외에도 보수진영 내부에서 ‘배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거론되는 인물로 강용석 변호사가 있습니다. 그가 보수진영을 배신했다는 지적에 대해 두 분은 공감하시는지요. 원래부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이었을 뿐 보수진영에 속한 적이 없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정미홍 이대 법대 졸
전 KBS 9시 뉴스 앵커

정= 배신이라는 건 굉장히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누구에 대한 배신’인지가 중요합니다. 제 관점에서 생각을 해 보면 그 사람들이 예전에 뭔가를 얘기했을 때에도 별로 진실성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신념과 철학에서 나온 언행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 왔던 대로 하는 것일 뿐이죠.

어떤 사람을 볼 때는 본질을 성찰하는 게 필요합니다. 강용석 변호사의 경우 보수의 건강한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들이 많았는데 한두 번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배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만 끊임없이 지지하는 이유를 밝히고 협력 의사를 표시한 강용석 팬클럽 회원들로서는 당연히 배신으로 느낄 만한 구석이 있다고 보입니다.

강용석 변호사도 그걸 알아야 할 텐데 기본적으로 그 감정을 성찰하고 미안해 할 만큼 성숙한 분인지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JTBC <썰전>에서 팬클럽 얘기하면서 키득댔다는 건 그가 사람들을 배려하고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인간성을 가진 사람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죠.

황= 저는 배신이라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강용석 前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줬기 때문에 나온 것이지 민주당이 공천을 줬으면 그리로 갔을 수도 있는 인물이에요. 아나운서 성희롱 문제로 부각되면서 퇴로가 없는 상황이 되자 소수의 열성 지지자라도 결집시키기 위해 안철수와 박원순을 건드린 거죠. 그나마 제대로 건드린 것도 아니었습니다만 열광적인 지지층이 모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출된, 일종의 검투사들에게 열광하는 광적인 지지는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몇몇 인터넷 사이트들은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력하면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는데요. 결국 대중들의 떠도는 지지에 탐닉하고 빠졌기 때문에 끝이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지는 거죠. 보수 내부에 일부 ‘마니아’들도 자기를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한 가지 의문이 드는데요. 강용석 변호사가 이번에 한 발언(“노 前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이 그에게 어떤 이익이 됐을까요?

황= 강 변호사는 안철수와 박원순을 공격하면서 얻은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를 업고서도 총선에서 패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수 마니아들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어요. 차라리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면서 광범위한 이미지 개선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거죠. 마침 JTBC가 표창원, 진중권 등의 폴리테이너들을 찾는 분위기이기도 했고요.

이미지가 다시 좋아지면서 강용석 변호사는 새누리당으로 복귀해서 재기할 가능성을 점쳐봤을 겁니다. 저는 이 계산에서 재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봐요. 강용석 변호사는 이명박 前 대통령과 사돈관계입니다. 이걸 간과해선 안 돼요.

새누리당 내부에서 MB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지 못하면 친인척에게도 미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다른 곳에 베팅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썰전>에서 강 변호사는 과거 그렇게 공격하던 안철수 의원과 덕담까지 나눴죠. 체면과 책임감에 대한 의식이 있다면 그렇게는 못했을 겁니다.

“남경필 의원은 대표적인 웰빙족”

- 하태경 의원과 강용석 변호사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요. 보수진영 내부에는 초선 혹은 전직 의원인 이 두 사람보다 5선의 중진 국회의원인 남경필 의원의 발언이 진짜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남북회담 대화록 공개는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요.

황=새누리당에서 ‘이미지’를 주로 관리하는 대표적인 의원이 남경필 의원입니다. 사안별로 젊은 층이나 중간층이 좋아할 만한 몇 가지 이슈가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만 대중을 의식한 목소리를 내요. 경제민주화의 경우에도 남 의원의 경제민주화는 완벽한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김종인 씨 불러서 얘기하는 정도의 카메라용 경제민주화예요.

반면 당이 위기에 몰렸거나 가장 힘들 때에는 보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대선 때 남경필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나요? 남 의원 하나만이 아니라 그런 류의 국회의원들이 여럿 있는데 이런 분들은 새누리당의 기본가치를 지키는 것과 다양한 스펙트럼을 유지하는 걸 착각하고 있다고 보여요.

정=남경필 의원은 대표적인 웰빙족 국회의원입니다. 5선이면 국회의장도 해야 하는 정도의 중진인데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나요? 하나도 없어요. 그저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일 뿐입니다.

이런 분들이 새누리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만들어 온 거예요. 고참 중의 고참인데도 가장 어린 사람들이나 가끔 보이는 반항기 어린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거죠. 저는 이런 분들의 궁극적인 비전이 뭔지, 정치를 통해 어떤 가치를 구현하려고 하는지를 묻고 싶어요. 이런 분들이 6-7선 한다고 바뀔까요?

- 마지막으로, 이른바 보수진영과 새누리당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의 상황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요.

정=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양당에 리더십이 없다는 거죠. 그동안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는 리더십에 기생해 왔습니다. 민주당 역시 ‘노사모’의 목소리 큰 자들에 이끌려서 리더십을 뺏겼죠. 정당이라는 건 목적 집단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새누리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 당인지, 목적에 걸맞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비전 공유가 안 돼 있어요.

보수의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고, 핵심은 청렴과 법치입니다. 지금은 보수의 부패된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예요.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운 분이 대통령이 된 지금 새누리당은 어떤 가치를 부여잡고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아주 치열한 토론에 나서야 합니다. 당 밖에서 그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커져야 하겠고요.

황=지난 주말에 새누리당 전직 4선 의원이 주최한 모임에서 강연한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한 얘기는 새누리당 안에 보수를 개혁하는 정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새누리당 안에 있지만 기존의 구도에 숨 막히는 사람들, 또 당 밖에서 현재의 새누리당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각종 싱크탱크들이 결합된 새로운 보수그룹을 만들어서 치열한 투쟁과 비판을 전개해야 합니다.

저는 요즘의 새누리당을 옹호하지 않아요. 그래서 나름대로 개혁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당 내에 절대적인 보스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새누리당 내에 개혁세력을 형성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의 간판을 건 마지막 대통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한국>이 보수진영 내부의 치열한 이론투쟁을 선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회 / 황성준 편집위원
정리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사진 / 신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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