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10번 받은 나라 남아공을 아시나요”
“노벨상 10번 받은 나라 남아공을 아시나요”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3.08.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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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 힐튼 안소니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

인류가 태동한 세계 역사의 요람, 아프리카대륙의 남쪽 끝자락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낭만과 고난의 역사가 공존한다. 찬란한 대영제국의 문화와 과학이 꽃피웠던 곳, 하지만 인종차별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폭압과 ‘검은 아프리카’의 저주로 온갖 사회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70,80년대 일찍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지만 세계 최초로 자발적으로 핵무장 해체를 결단하고 국방예산을 25%에서 0.5%로 삭감한 나라, 10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이중 4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 11개의 공식언어와 4개의 수도가 있으며 각종 시위가 발생하면서도 아프리카 GDP의 35%를 생산하며 아프리카의 최대 맹주로 성장한 나라.

유엔이 지정한 ‘넬슨 만델라의 날’ 하루 전인 지난 7월 17일, <미래한국>이 힐튼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를 만났다. 지금부터 남아공 ‘지면(紙面) 여행’을 떠나보자.

힐튼 안소니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

세계 ‘넬슨 만델라의 날’, 내가 만난 만델라 대통령…

- 내일(7월 18일)이 마침 유엔이 지정한 ‘넬슨 만델라의 날’입니다. 최근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건강이 안좋다는 보도가 있는데 현재 상황이 어떠신가요.

최근 몇 달간 네 번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이번엔 6주 이상 입원 중입니다. 건강 상태는 최악의 고비를 막 넘기고 회복 중입니다. 하지만 95세로 워낙 고령이기 때문에 남아공 국민들은 크게 우려하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대사님도 만델라 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시지요.

젊은 시절 자유/해방(liberation)을 위해 함께 투쟁했습니다. 그와 같은 건물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우선 그는 외모적으로 깊은 인상을 줍니다. 젊은 시절에 복서였고 190cm가 넘는 건장한 체구입니다.

27년간 감옥에 있던 기간 중에도 매일 건강관리를 했죠. 대통령에 당선돼서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에 산보를 했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합니다. 또한 항상 상대방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모든 위대한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단점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가 대통령이 됐을 때가 이미 70대였습니다. 대부분의 약점들은 이미 극복한 상황이었습니다. 심적으로 평안한 상태였으며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었으니까요. 굳이 그 분의 결점을 꼽자면 너무 많은 정적들을 용서했다고나 할까요. (웃음)

- 일각에서는 그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여온 것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인종차별 극복의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평생 고민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권을 변화시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개혁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모든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종교나 인종, 이념에 무관하게 말입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반대하면 다 협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공산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도주의자였을 뿐입니다. 그의 사상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이미 낡은 것입니다. 그가 젊은 시절에는 과격하고 극단적 투쟁방식을 취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한국과 남아공의 공통점들

- 남아공과 대한민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21년째입니다. 양국의 현안들로 어떠한 것들이 있습니까.

양국에 공통점이 꽤 많습니다. 한국도 남아공처럼 권위주의 통치를 겪은 후에 민주화가 됐습니다. 식민 지배를 받은 부분도 동일하고 현재는 양국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로 손꼽히는데 남아공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현재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 GDP의 35%를 생산합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남아공의 4번째 무역 상대입니다. 양국의 최대 현안이 바로 무역량의 증대입니다. 최근 엔화 약세로부터 한국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다소 우려하고 있습니다.

- 양국의 무역은 주로 어떤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까.

한국은 남아공에서 크롬, 망간, 플래티넘 등 원자재를 주로 수입하고 와인과 꽃 등도 수입합니다. 또한 서울에서 자주 보이는 BMW 등 독일 고급차들의 생산지도 남아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아공 현지 공장이 있으니까요. 한편 남아공은 한국으로부터 전자제품, 가전, 자동차 등을 주로 수입합니다. 남아공이 아프리카 진출의 전진기지가 되고 있으며 일부 한국 기업들은 현지 공장도 설립한 상태입니다.

- 남아공은 과거 핵무장을 했다가 자발적으로 해체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첫 사례였죠.

만델라의 가장 빛나는 업적 중 하나입니다.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정통성이 없었기 때문에 군사력 증강에 치중했고 각종 첨단무기와 핵무기 등을 생산했습니다. 당시 남아공은 우주기술도 수준급으로 끌어올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만델라는 대통령 당선 이후 지역 내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시도했으며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군비를 축소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저는 북한도 여기서 교훈을 얻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핵 해체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내부적으로 이견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94년에 첫 민주선거가 열릴 때까지 90년부터 4년간 협상이 진행됐는데 바로 이 기간 동안에 핵폐기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그게 국민들의 뜻이었습니다.

당시 남아공 외교부도 ‘국제협력부’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국정철학 자체가 바뀐 것이죠. 과거엔 연간 재정의 25%가 국방비예산이었지만 이젠 0.5%만 국방비로 가고 나머지는 국민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1970년대까지는 냉전 중이었고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공산주의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군비를 증강했었죠. 특히 소련의 아프리카 진출을 견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었습니다.

지난 7월 18일 남아공에서 만델라 데이 기념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 앞서 북한 문제를 거론하셨는데 북한 핵문제나 인권 문제에 관한 남아공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우리 입장은 명백합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만약 북한이 평화로운 목적의 원자력 개발을 하고 싶다면 NPT의 틀 내에서 하면 됩니다.

남아공도 원자력발전소를 통해 전력의 일부를 생산합니다. 또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UN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을 두 번 지냈으며 현재 북한인권위원회 의장국이기도 합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왔습니다.

자발적 핵포기, 국방예산 25%에서 0.5%로 삭감 결단

- 남아공에 한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관광지로서 남아공을 소개해 주신다면.

작년에 한국인 여행객이 8.2%나 증가했습니다. 남아공엔 다양한 볼거리가 많습니다. 인구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면적은 12배입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차로 17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광활한 공간이 존재하죠. 물론 대도시들엔 고층빌딩도 많고 지리적·기후적 다양성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날씨는 4계절이 뚜렷해서 다소 극단적입니다만 (웃음) 남아공 케이프타운 지역은 현재 겨울인데 비가 내릴 정도로 그리 춥지는 않습니다.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아직 직항 항공이 없어서 아쉽지만 영국 등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 시간과 비교해볼 때 그리 먼 곳이 아닙니다.

- 치안문제라든가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 등 남아공에 대한 일부 부정적 선입견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월드컵 직전에도 부정적 루머들이 난무했습니다. 경기장들이 대부분 준비가 안 됐으며 치안문제로 월드컵이 정상적으로 열리기 힘들 거라는 보도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무근이었습니다. 모든 경기장들이 이미 완공돼 있었습니다. 범죄 관련 괴담도 있었는데 역시 사실과 달랐습니다. 2010년 월드컵 당시 단 한건의 범죄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올바른 정보가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 남아공은 세계에서 시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남아공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확고한 민주주의국가입니다.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 정부로부터 각종 사회적 문제를 떠안고 출범했습니다. 20년만에 이 문제들을 다 해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겠죠.

현재 우리는 빈민들을 위해 저비용 주택을 지어서 약 400만명에게 제공한 상태입니다. 임대주택도 아니고 그냥 무상 제공이었습니다. 남아공의 민주화는 외국의 도움도 아니고 자생적으로 국민들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싸우면서 얻어낸 것입니다.

정부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거리로 나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며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한국사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노벨평화상 4명 배출, 비결은…

- 한국에는 언제 부임하셨는지요.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이제 4년째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남아공에서 국제협력부(외교부)와 안보부에서 근무했으며 한국이 첫 번째 대사 부임지입니다. 현재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울엔 항상 이벤트들이 많아서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가회동과 삼청동 인근 커피숍들과 갤러리들 주변을 걸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도 자주 보고요.

- 대사님은 ‘자유투사’로서의 과거 경력과는 달리 진지한 학자처럼 느껴집니다. 대화 내내 남아공의 깊은 문화적 토양과 배경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만델라도 그랬습니다.(웃음) 만델라는 상징이었고 그 뒤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남아공은 노벨상 수상자를 10명이나 배출한 나라입니다. 그 중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4명입니다. 그 이유는 남아공 국민들이 오랫동안 여러 문화와 인종을 통합하는 문제에 천착해왔기 때문입니다.

남아공에는 11개의 공식언어와 15, 6개의 인종그룹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남북한 통일의 하나의 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아공 의회는 케이프타운에 있고 행정부는 비행기로 2시간 떨어진 요하네스버그에 있습니다. 그 외 2개 수도가 또 있습니다.

그것이 비싸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처럼 여러 인종과 문화로 갈라진 국가에서는 효율이나 돈보다 중요한 게 정치적 배려와 통합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프리카와 남아공에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편견과 루머가 있는 것 같은데 대부분 정보들이 2차, 3차로 가공돼 전달되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젊은 분들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급격한 발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이내믹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도 다문화 국가로 거듭나고 남북통일의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남아공이 다문화 사회통합의 모범적 사례라는 사실도 알아 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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