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 올린 ‘아베 천하’ 어디로 가나
돛 올린 ‘아베 천하’ 어디로 가나
  • 미래한국
  • 승인 2013.08.0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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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승리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 선거 이후 아베 총리가 어떠한 정책 노선을 취할지는 누구도 섣불리 진단할 수 없다. 아베가 전후 체제를 탈각하고자 하는 우파의 독선과 경제의 회복을 염원하는 서민의 모습 중 어디를 택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자민당이 65석 공명당이 11석을 차지함으로써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 정국운영에서 절대 안정다수를 확보하게 됐다. 중의원은 지난해 12월 총선거에서 이미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 2/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상태이다.

반면 자민당 정권으로부터 정권교체를 이룩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과 비슷한 소수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양당시대의 문을 닫는 운명이 됐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일본 정치에서도 보기 드문 자민당 一强 권력시대를 연 것이다.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는 난립하는 야당으로 인해 자민당 정권은 더 강해졌다. 더욱이 파벌의 기능이 약화된 자민당은 이제 아베 총리를 견제할 수 있는 반주류 세력조차 없어졌다.

앞으로 일본 정치권에서 ‘아베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베가 2016년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을 도중에 해산(총선거 실시)하거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향후 3년 가량은 ‘아베 천하’가 될 것이다.

당분간 이어질 아베의 독주

이번 선거 결과에서 주목되는 점은 아베 총리가 염원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모두의 당 등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개헌 발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이로써 전후 처음으로 일본 정치권에서 헌법 개정이 현실감을 띠게 됐다.

그 최대의 초점은 헌법의 절차법을 다루는 96조의 개정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중참 양원에서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해진 개헌의 발의 요건을 ‘과반수’로 완화시키는 것을 공약으로 명기했다.

그러나 개헌 세력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베가 노리는 것은 헌법 9조의 개정을 통해 군대를 가짐으로써 전후 체제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본유신회는 자민당과 마찬가지로 9조 개정을 주장하지만 개헌의 목적으로는 수상 공선제나 도주제 등의 정치체제 전반의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조직한 공명당은 환경권 등을 더한 ‘加憲’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96조 개정에서는 ‘개정의 내용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좋다’라며 애매한 태도이다.

또한 모두의 당은 96조의 발의 요건 완화에는 긍정적이지만 관료제도나 지방주의의 개혁 등을 개헌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어 자민당, 일본유신회와는 다르다. 앞으로 아베가 어떤 시점에서 어떻게 합의를 만들어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인지에 일본 정치권 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가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베 총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념지향의 헌법개정은 국민들이 원하는 현실적인 경제우선 정책과는 상반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아베가 전후 체제 탈각을 위해 헌법 개정을 전면에 내세우면 결국 2006년 제1기 아베 정권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제2기 아베 정권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아베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아베는 헌법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우선 경제우선 정책을 통해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다.

아베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 당내 우익들의 반발도 무마할 수 있으며 장기집권을 노릴 수 있는 일석이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아베노믹스를 통한 장밋빛 기대를 현실적인 성과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있다.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정권 운명 좌우

아베 정권은 세 개의 화살 즉 금융완화, 재정출동 그리고 성장전략을 이미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을 6월에 발표했을 때 시장은 상당히 실망을 나타냈다. 기존의 자민당 시절과 다른 점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이번 선거에서 아베를 지지하게 됐다. 그리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 심리가 기업의 투자에도 영향을 주고 소비도 향상됐다. 그러나 이제부터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갈림길에 있다.

아베가 주장하듯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 고용이 늘어나면서 임금이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벌써부터 엔저로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연료나 전기료가 상승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돈이 이동함으로써 국채가 하락(금리는 상승)하고 주택 대출 금리도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아베노믹스로 경기를 회복할 것으로 참의원 선거에서 주장했지만 민주당, 공산당 등의 많은 야당은 부작용을 비판한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방향성은 같지만 ‘아베정권의 성장 전략은 불충분’하다고 주장한 것은 일본유신회나 모두의 당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아베는 제2차 성장전략을 9월에 발표한다. 기업의 설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 감세, 대도시 경제를 활발하게 하기 위한 규제 완화 등의 성장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베노믹스에 가장 큰 장애가 될 것이 작년 8월 민주, 자민, 공명 3당의 합의에서 소비 증세법로 인한 소비세의 증세이다. 이법에 의하면 소비세율은 내년 4월에 8%, 2015년 10월에 10%로 오를 예정이다. 다만 증세법에서는 ‘경제상황의 호전’이 증세의 조건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경기를 본 뒤에 가을에 증세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최종 판단할 것인데 소비세를 8%로 증세하면 소비에 영향을 줘 아베노믹스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모두의 당, 공산당 등 많은 야당은 ‘증세는 경기를 위축시킨다’ 등의 이유로 ‘증세반대·동결’을 주장한다.

아베 정권은 참의원 선거에서 ‘경제의 허리가 끊어져 세수가 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서술하고 있지만 증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국민에게 ‘부담을 늘리는 것’은 미루고 8~9월에 발표되는 ‘4~6월의 경제성장률’ 등의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할 요량이다.

그렇지만 소비 증세의 목적이 사회보장과 연결돼 소비세를 미루기는 쉽지 않다. 고령화에 의한 정부의 사회보장예산은 자연적으로 매년 1조엔 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의료나 연금 등의 억제는 피할 수 없다. 만약 불가피하게 소비세를 올리게 되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하며 이로 인해 아베노믹스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아베노믹스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만큼 아베가 꿈꾸는 장기 집권의 꿈은 3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결국 우파들의 요구를 아베가 더 이상 무마할 수 없게 됨으로써 아베는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헌법개정을 통한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일본의 불행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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