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귀태 열전’
새누리 ‘귀태 열전’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8.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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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태(鬼胎)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용재총화’를 쓴 남송의 홍매(洪邁)였다.

귀태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라는 뜻이 아니라 산부인과 질병을 말하는 의학용어였다. 현대 의학은 이를 ‘포도상 기태(奇胎)’라고 한다.

태내 배아세포가 정상적으로 발육되지 못하고 병리적 이상 증식을 일으켜 산모의 배안에서 수많은 포도송이 같은 육종으로 들어서는 병이 귀태다.

청나라의 의종금감이라는 의학서에서는 이 ‘귀태’에 대해 ‘나쁜 생각과 마음이 귀태를 만든다’(邪思情感鬼胎生)고 서술했다. 이후 귀태는 사악한 마음을 의미하게 됐다. 그래서 나쁜 마음을 먹는 것을 ‘귀태를 품었다’는 뜻으로 ‘심회귀태(心懷鬼胎)’ 혹은 ‘암장귀태(暗藏鬼胎)’라 쓰게 됐다.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라고 멋대로 부른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야말로 나쁜 마음을 품은 ‘귀태’였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그러한 鬼胎가 보수에는 없을까.

5선 ‘소장파’ 남경필

5선의 새누리당 의원이자 국회 외교통위 위원장을 역임했던 남경필 의원이 2004년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대정부질의 및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을 한번 보자.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논의도 개시될 필요가 있으며 헌법 영토조항 수정도 논의가 필요하다.”(2004. 3. 1.)

“對北경제제재는 북한의 핵개발을 가속시킬 뿐이며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는 단계, 즉 연방 또는 연합의 단계가 필요하다.”(2005. 6. 8.)

“북한 측에 현금지원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진출한 남한 기업들이 법인세 형식의 세금을 북한정권에 내도록 하는 현금지원을 허용해야 한다.(2007. 4. 19.)

마치 종북좌파들의 주장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남 의원은 ‘南北연방주의자’답게 2007년에는 의원총회장에서는 ‘유연한 대북정책’을 위해 한나라당이 국보법 전면개정 논의를 주도해야 하며 ‘국회 내 南北친선협회 창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자칭 ‘개혁보수’라는 남 의원은 이번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여지없이 북한의 주장과 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국익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우리 정치권이 이미 과거 역사가 된 일로 미래의 발목을 잡아 소탐대실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이러한 태도로 남 의원은 보수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남 의원은 학창 시절 운동권과는 관계가 없다. 집안이 가난해서 사회에 불만을 품을 만한 요소도 없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종북의 주장과 궤를 같이할 정도로 좌경적인 사고를 갖게 됐을까. 이를 풀어 볼 실마리가 있다.

2010년 남 의원은 김어준이 진행하는 <뉴욕타임스>라는 한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한 바 있다. 그때 김어준은 남 의원의 동영상 프로필에 올라온 이한열씨의 죽음에 남 의원이 분노했던 이유와 그 이후 무얼 했느냐고 물었고 남 의원은 “그냥 분노했다. 그게 다다”라고 말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러한 정황은 남 의원이 386 운동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부채의식을 보여준다.

전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운동권에 선두에 섰던 허현준 전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실제로 많은 80년대 학번의 무이념 세대들은 그러한 부채의식 때문에 종북좌파 정치세력에게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고 증언한다. 다시 말해 남 의원은 무늬만 보수일 뿐 그 내면은 이미 종북좌파에 굴복해 있다는 평가도 가능한 대목이다.

변신 본색 강용석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전후해 박원순 시장의 저격수로 등장한 강용석 전 의원은 일견 보수의 총아(寵兒)였다. 그는 명문대 로스쿨(하버드大) 출신 변호사답게 치밀한 논거와 증거 제시로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문제를 파고 들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것은 강 전 의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강 전 의원의 장모 홍명희 이사장은 박원순 시장이 주도했던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였고 자수성가했던 강 전 의원은 스스로 처가살이를 했다고 고백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한때 강 전 의원이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며 삼성에 대한 공격수였다는 사실은 보수진영내에서 잊혀졌다. 그의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비하 발언 역시 보수진영에서는 사실상 면책됐다. 그러한 강 전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문제가 공개신검을 계기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약속대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그는 TV 예능 프로그램들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올해 한 종편 TV의 진행자로 발탁됐다. 그후 강 전 의원은 이제까지 지녀 온 보수의 면모를 180도 바꿨다.

그는 최근 NLL 대화록 공개 문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거들었다. “노무현은 NLL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이 문제를 제기했던 새누리당 서상기, 정문헌 의원의 사퇴를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X발, 세상 X같다. 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 잘 만나는 것”, “정치 X나게 해봐야 부모 잘 만난 박근혜 못 쫓아가. 북한은 김정은이 최고. 왕후장상 영유종호(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지난 해 2월 강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보수 인사로서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멘션을 날렸다. 이에 네티즌들과 보수 인사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그는 ‘취중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해명이 있기 전까지 그는 ‘솔직한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무엇이 강 전 의원의 진심이었을까.

‘블루오션’ 속의 하태경(?)

마지막으로 하태경 의원도 보수鬼胎의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하 의원은 서울대 NL운동권 전대협 출신이다. 이후 전향해 북한인권운동을 해왔다.

하 의원은 국회에 진출 한 후 태도를 바꿔 종북으로 지목된 김재연, 이석기 의원의 자격심사에 반대했고 주사파 전대협 간부 모임에서 ‘새누리당은 블루오션’이라는 발언으로 보수진영으로부터 전향에 대한 의혹을 샀다.

하 의원은 국가보안법 가운데 ‘이적찬양 고무죄’ 폐지를 주장하고 ‘종북’은 국가보안법상에만 국한돼야 한다며 실질적인 종북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번 NLL 대화록 논란에서 “죽은 노통을 부관참시 하는 재미에 자신들이 국익 훼손의 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와 NLL 발언록 공개를 요구하는 보수진영을 반애국세력으로 매도해 보수진영 인사들로부터 ‘종북 뻐꾸기’라는 별명과 함께 새누리당 제명요구를 받기도 했다.

鬼胎는 옥동자로 발육되지 못할 뿐 아니라 산모의 생명마저 위협한다. 그렇기에 보수안의 정치적 鬼胎들은 가능한 빨리 수술로 제거되는 것이 건강한 보수의 생명을 지키는 길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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