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법이 두려운 또 다른 사람들
전두환 추징법이 두려운 또 다른 사람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8.13 11: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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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가의 화려한 휴가, 이제 끝내야 한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전두환 추징법’이라고 불리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6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그렇게 말했다. 그후 검찰의 전두환 前 대통령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고 그 소식이 마치 민주당과 좌파진영의 승전보처럼 연일 언론을 달구고 있다.

검찰 수사는 현재 전 前 대통령의 동산·부동산·해외 재산 등 크게 세 줄기로 추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비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예금통장과 귀금속 등이 발견됐고 그의 아들들의 자택에서는 수백점의 미술품이 압수됐다.

이순자 여사는 최근 자신 명의의 30억 연금예금 계좌가 검찰에 의해 압류되자 비자금과 관련이 없는 선친의 유산임을 주장하고 있어 법적 다툼도 예고된다.

1672억 원에 달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시효는 국회에서 법개정으로 2020년으로 연장됐다. 가족 등 제3자 명의로 은닉된 불법재산 역시 환수된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양분돼 있다. 그 감정의 공통점은 분노다. 지난 80년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이념의 지평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불법재산 환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법안 통과에 앞장서온 최재성 의원은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두환 씨는 80년 광주항쟁을 총칼로 짓밟았던 내란의 수괴입니다. 33년이 흘렀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지 16년이 흘렀습니다. 전두환 씨와 그 일가들은 법과 국민과 역사를 힐난하고 조롱하고 상처를 내면서 호화 생활을 해 왔습니다.

국가 권력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16년의 세월, 그리고 80년 광주로부터 흘렀던 33년의 세월동안 가슴치고 아파했을 광주 시민들과 국민 여러분께 이 법을 바칩니다.”

최재성 의원이 말하는 것이 정의라면 그 정의는 또 다른 한 ‘내란 수괴’ 사건과도 맞물려 있다. 증언을 들어보자.

김대중과 전두환의 거래

“전두환-김대중 간 거래의 보증인 역할을 하면서 10여 년간 주식과 정치자금을 DJ(김대중)에게 전달했습니다. 규모는 500억~600억원입니다.”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은 올해 4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그렇게 증언했다.

1980년 김대중은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죄목은 ‘반국가단체 결성’이었다. 이후 그는 두 차례 감형을 거쳐 20년형이 확정됐고 1982년 12월 정부의 형집행정지에 따라 가족과 함께 신병치료를 이유로 도미했다.

장진호 전 회장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전두환은 김대중을 미국의 요구로 살려주는 대신 그가 이후에 광주사태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도록 협정을 맺었다고 한다. 즉 정치자금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장 회장은 그러한 전두환-김대중의 정치적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의 주식과 채권을 담보로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장 회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김대중 前 대통령 역시 전두환 前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들은 그러한 관계를 현 정권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대중 前 대통령은 1997년 자신의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피해갈 수 없는 범죄사실을 안고 있었다.

“검찰은 이 수사를 15대 대선 후로 유보한다.”

1997년 10월 21일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TV 화면에 쏠렸다. 15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정치적 생명을 가를 ‘20억+α’정치 비자금 수사 향방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TV를 보던 국민들은 환성과 야유를 동시에 퍼부었다.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수사할 경우 국가 전체에 대한 대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검찰 내사가 진행되자 자신의 입으로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비자금이 “20억외에 더 된다”고 스스로 고백한 후였다. 문제는 이러한 검찰의 수사가 법의 원칙이 아닌 정치적 야합으로 인해 무산됐다는 점이다.

DJ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2011년 2월 중앙선데이 기고를 통해 신한국당이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직후 김대중(DJ)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에게 “검찰이 수사를 하면 김(YS) 대통령은 퇴임 후 망명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중 후보의 충격 고백

장 대표에 따르면 DJ는 1997년 10월 16일 조선호텔에서 김광일 당시 청와대 정치특보를 만나 ‘퇴임후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검찰 수사의 대선 이후 유보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도 더 이상 당할 수는 없다”며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나도 김 대통령과 전면 투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김 특보에게 말했으며 그는 DJ가 김 특보를 만난 뒤 자신에게 이같이 얘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두 달 뒤 김대중 후보는 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이른바 김대중 비자금 사건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대신, 김대중 정권하에서 권력형 비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DJ의 처조카를 비롯해 DJ의 세 아들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 모두가 부정에 연루됐다. 세간에서는 이를 ‘홍삼트리오’라고 빈정댔다.

이들은 법적으로 단죄를 받았지만 그들의 불법재산은 환수되지 않았다.

“그(비자금) 규모는 역대 어느 정권도 능가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직 ‘행동하는 양심’이라 자칭하면서 비자금 조성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DJ의 장례식날 그렇게 썼다. 적게는 1조, 많게는 8조에 달한다는 DJ 일가의 은닉 비자금 루머는 DJ의 집권 이후 언론의 단골메뉴였으나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수사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야당 정치인들은 물론 87민주화 체제를 지지하는 진보성향의 국민들은 ‘전두환 추징법’을 당연한 것으로 평가한다. 5·18은 ‘전두환 추징법’에 그 당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과거 5공과의 불편한 관계’로 평가절하하는 모습도 드러낸다.

반면 1980년 5·18과 민주화 뒤에 숨은 종북좌파의 체제 변혁 기도를 ‘反체제, 적화야욕’으로 보는 보수적 국민들은 오히려 5공화국의 성공적 안보와 경제성장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이번 전두환 前 대통령 일가에 대한 비자금 압수 조치를 단순한 ‘정의 구현’ 차원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체제 도전 세력의 ‘정략적 정치공세’로 받아들이는 면이 있다.

그런 불만적 시각을 갖는 이유는 왜 국회에서 개정 통과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이 전두환에게만 적용돼야 하느냐는 점에서다. 그것이 공정사회와 정의구현의 차원이라면 당연히 과거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와 부정축재 역시 단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말이다.

“이번 전두환 추징법으로 아마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은 모두 떨고 있을 겁니다. 전직이든 현직이든 대통령 일가에 비리가 있다면 검찰이 수사를 해야죠. 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수사가 중단된 겁니까? 발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60억이 노무현 부조금으로?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은 최근 한 TV 대담에서 그렇게 말했다. 누구는 검찰에 지지자가 있어서 수사를 안받고 누구는 지지자가 없어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라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사실 노무현 前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만 하더라도 박연차 회장
의 입을 통해 500만 달러 비자금 제공 인정 고백이 있었고 노 前 대통령의 자녀들에 대한 검은 돈의 제공 사실도 털어놓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중단한 채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국가가 60억원이라는 검은 돈을 자살로 마감한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가족에게 부조금으로 주어 버린 꼴이 돼버렸다. 이것을 정의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은 없다.

더구나 노무현 정권의 측근들과 친인척이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산업에 연루돼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축재했다는 소문은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비밀이 아닌 사건들도 있다.

2002년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투여된 160조 공적자금에서 금융기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실예상분은 8조2000억원에 달했다. 한마디로 먹튀라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건이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사건이었다.

과거 나라종금은 현재 호남 금융 마피아의 모체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나라종금은 호남이 고향인 김호준 보성그룹 회장이 인수한 직후 1998년 부실로 인해 영업정지됐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영업이 재개됐다. 그리고 1999년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듬해인 2000년 나라종금이 퇴출됐다는 사실이다. 금감원은 “영업 재개를 허락한 것은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3조에 가까운 공적자금의 행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과 친인척,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염동연 씨는 2003년 나라종금 퇴출저지 뇌물 수수로 구속돼 유죄가 확정됐다.

김대중 정권 하에서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여된 나라종금이 김대중, 노무현 실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뇌물로 줬는지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자금을 빼돌렸는지 노무현 정권은 제대로 밝힌 것이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밝힌 1998~2002년 동안 벌어진 몇 개의 사실은 알려져 있다.

광주, 전남 지역을 영업권으로 삼은 한남투자신탁이 도산에 이르게 되자 ‘호남 민심이반’을 우려한 DJ정권의 특혜성 지원을 담보로 현대투신이 인수토록 함으로써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호남계 부실기업에 돌아갔다.

호남계 기업들과의 연계성

DJ의 친인척이 실세로 재직했던 예금보험공사는 해외채권 6억3000만 달러 가운데 상각채권 1억4500만 달러의 회수 내용을 조작, 5000만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그 관련자들이 자녀들과 친인척에게 빼돌렸을 재산들은 환수된 바 없다.

무엇보다 DJ 일가의 비자금은 미국에서 끊임없는 뉴스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심지어 미 의회에서마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2006년 9월 미 연방 하원 ‘국가안보 위협 및 국제관계위원회’ 소위원회(위원장 크리스토퍼 셰이즈. 공화당)가 DJ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을 문제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던 것. 위원회는 9월 6일 ‘김대중 정권 비자금 미국유입 및 대북송금 의혹’을 제기하며 연방 하원에 이 사건을 고발한 ‘뉴욕 정의사회 실천시민연합’ 대표 임종규(뉴스메이커 편집인) 씨와 관계자들을 불러 증언을 들었다.

당시 ‘정실련’ 대표 임종규 씨가 “지난 2001년부터 김대중의 돈으로 추정되는 무더기의 돈이 뉴욕과 LA를 거쳐 들어 왔으며 DJ 측근들이 막대한 자금을 사용, 뉴욕 뉴저지주 등 여러 곳에 3억 달러 이상의 건물을 사들여 막대한 축재를 하고 있다”고 증언한 것이 각 언론에 보도됐다. 이 사건은 여전히 조사 중이다.

지난해 12월 환치기까지 동원해 미국에서 고급 주택을 샀다는 노 前 대통령의 딸 노정현 씨를 수사했던 검찰은 노 씨에게 징역 6월을 구형했다. 이미 이 자금 10억원의 출처는 노무현의 돈줄, 박연차 회장이 모두 노무현 前 대통령에게 바친 뇌물로 실토한 내용이었다.

개정된 ‘전두환 추징법’, 즉 공무원범죄의재산몰수법에 의하면 이 부당자금은 환수 조치돼야 한다. 6개월 형을 살고 10억을 챙길 수 있다는 관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전두환 추징법’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아담 스미스는 그의 <도덕감정론>에서 “정의란 피해를 주장하는 자의 분노를 제3자가 객관적으로 관찰해 그 분노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도덕 감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두환 추징법’이 있다면 ‘김대중 추징법’도 당연히 있어야 하고 ‘노무현 추징법’도 있어야 하는 것이 정의 아닐까. 우리의 도덕 감정은 그런 공정함을 요구하고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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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z 2015-01-25 02:22:44
전두환 돈을 받아먹고 전두환 죽이려고 들면, 전두환은 그래 나 죽여주시오 할까?

오늘도 무슨 전두환을 희대의 악마처럼 매도하는 글과 댓글이 인터넷에 널렸는데

저 탐욕스러운 김대중과 전대협, 한총련 패거리들의 뻔뻔함과 후안무치함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정의의 사자 노릇 하려면 전두환한테 받은 돈들이나 토해내던가. 더러운 놈들이 진보 사칭하는게 현실인 요지경 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