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괴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일본 방사능’ 괴담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8.14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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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s.” (기이한 주장들은 기이한 근거를 필요로 한다.)

위대한 천문학자이며 문학가였던 칼 세이건(Carl Sagan, 1996년 사망)이 남긴 명언이다. 굳이 세이건과 같은 유명인사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믿기 어려운 새로운 주장에는 반드시 근거가 필요하다는 건 기본 상식에 가깝다. 물론 그 근거를 제시하고 주장을 입증해야 할 입증 책임 역시 주장자 본인에게 있다.

이 상식은 최근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괴담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일본 방사능 관련 괴담이 대대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그럼에도 괴담 유포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시킬 충분한 근거는 대지 못한 채 정부를 향해서만 ‘거짓말쟁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괴담들을 나열해 보면
△ 우리 정부가 일본산 수입수산물의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
△ 주변국들은 일본산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했으나 한국만 수입하고 있다
△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을 국산으로 속여 팔고 있다
△ 우리나라 동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다
△ 정부가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고등어 가격을 내린 것은 방사능에 피폭된 일본산 물고기를 구입하기 위한 것이다
△ 고등어, 명태 등은 활동영역이 넓어 국내산-일본산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고등어 등 일본산이 러시아를 거쳐 러시아산으로 둔갑하여 한국으로 들어온다 등이다.

사실과 다른 7대 루머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일본산 수입수산물에 대해 수입시마다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있어 기준 이내 안전한 수산물에 대해서만 통관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식약처는 일본산 수입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결과 미량이라도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포함해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두 번째 루머는 가장 터무니없는 루머로, 가장 확실하게 반박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본산 식품을 전면 수입 금지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에콰도르(2013. 4. 3.), 말레이시아(2013. 3. 1.), 콜롬비아(2012. 8. 23.), 페루(2012. 4. 20.), 멕시코(2012. 1. 1.), 캐나다(2011. 6. 13.), 미얀마(2011. 6. 16.) 등 11개 국가는 모든 수입규제를 해제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 내 방사능 피폭 지역인 후쿠시마현 등 8개현 49개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금지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을 국산으로 속여 팔고 있다’는 내용도 사실에 맞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초기부터 일본산 수입수산물의 원산지 허위 표시에 대해서는 수산물품질관리원이 원산지 표시 특별단속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말 음식점 원산지 표시 의무대상에 고등어, 명태, 갈치 등을 추가, 9개 품목으로 확대한 바 있다. 이어 원산지를 허위 표시해 판매하는 음식점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시킨 상황이다.

‘우리나라 동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다’는 주장도 거짓이다. 2012년말 현재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명태는 모두 21만4138톤으로 이중 러시아산이 20만9069톤으로 전체의 약 97%다.

원산지 관련 유언비어까지 난무

정부가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고등어 가격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는 수산물 유통단계 축소를 통한 유통비용 절감으로,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값싸고 위생적인 수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연근해산 수산물의 국내 유통단계를 개선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유통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수입 수산물 반입과는 무관하다.

‘고등어, 명태 등은 활동 영역이 넓어 국내산-일본산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명태의 경우 국내생산이 없는 상황이므로 국내산과 일본산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 고등어는 계통군이 동중국해산과 태평양산으로 명확히 구분되며 방사능과 관련된 태평양산은 우리나라 어획 장소가 아니다. 또한 고가의 일본산 명태(냉장)가 상대적으로 저가인 러시아산 동태(냉동)로 원산지 국적을 세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고등어 등 일본산이 러시아를 거쳐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산 고등어가 러시아를 거쳐 수입이 되더라도 원산지는 일본산이며 수출국은 러시아로 표기되며 이 경우도 전량 방사능 검사를 거친다.

특히 러시아에서 수입되는 경우에는 ‘한·러 수산물 위생안전 및 품질관리 양해각서’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발급하는 증명서 발급이 필요하므로 원산지가 둔갑될 수는 없다.

만약 정부의 이 같은 해명과 자료를 믿지 못하겠다면 루머를 유포하는 측에서 직접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하지만 그들은 악성 유언비어를 일방적으로 유포해 놓고서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이게 거짓이라는 걸 증명해 봐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의 전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유언비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2차, 3차 유포에 나서는 일부 네티즌들의 추태다. 기이한 주장이 제기됐을 경우 확인 절차를 거쳐 자발적으로 검증할 생각은 않고 ‘현 정부에 반대한다’는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기만 하면 무조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에 의해 지금 이 시간에도 수준 미달의 유언비어가 인터넷 공간을 더럽히고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는 “Nothing is worse than active ignorance”(적극적 무지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악성 유언비어 유포자들과 그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사람들이 귀기울여야 할 구절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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