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나라’ 브라질 축구와 삼바를 넘어 경제대국으로
‘정열의 나라’ 브라질 축구와 삼바를 넘어 경제대국으로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08.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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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 에드문두 후지타 주한 브라질 대사
에드문도 후지타 주한 브라질 대사

축구와 삼바축제의 나라. 러시아, 인도, 중국, 스페인 등과 함께 이른바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서 떠오르는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손꼽히는 브라질. 올해로 한국인 이민사(史) 50주년을 맞으며 내년엔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미래한국>이 지난 7월말 에드문도 후지타(Edmundo Fujita) 주한 브라질 대사를 만나 ‘브라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올해가 한국인들의 브라질 이민 50주년 해이죠. 한국·브라질 양국 외교관계 수립은 54년째이고. 브라질내 한인들의 규모와 위상은 어떻습니까.

약 10만명의 한국인들이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되는데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는 건 어렵습니다. 지난 97년에 집계된 최종 자료가 있지만 현지 출생자들과 이후의 이민자들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민의 역사가 50년을 넘었기 때문에 이제 이민 3세들이 브라질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판사, 의사, 기술자, 교수 등 다양한 직업들을 갖고 있고 한국 문화와 경제가 브라질에서 인지도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 최근엔 양국 학생들간 교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유학생 교류가 활발합니다. 한국과 브라질 정부는 브라질의 과학부문 장학생 해외 파견 프로젝트인 ‘국경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Boarders)’ 프로그램에 따라 2011년부터 교류·협력을 추진 중입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으로 브라질 학생들이 유학 오는데 한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과의 교류 관계를 확립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학생들이 브라질로 유학을 오는 사례는 많지 않은데 브라질 교수들이 아직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것이 이유 중 하나입니다.

- 한국과 브라질 양국간 중요한 현안이나 문제들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양국은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갈등이나 문제가 없는 아주 원만한 관계입니다. 갈등이 없는 반면 공통의 관심사는 아주 많습니다. 우선 산업 협력 분야에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합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에 진출해 있으며 일부는 현지 공장을 짓고 브라질인들을 대거 채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에너지,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삼성이 전자제품 공장을 건설했고 LG도 역시 진출해서 경쟁을 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한국 제품들이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또 브라질 북부에 철강공장을 건설한 기업도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북부는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오지인데 그곳에 기업이 온데 대해 현지에서는 크게 반기고 있습니다. 식품과 원재료, 생체공학 분야에서도 양국은 긴밀하게 협력 중입니다.

- 한국은 남미에서는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는데 브라질과는 FTA 협의나 체결 가능성이 없나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양국은 FTA 없이도 이미 무역량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구조입니다. 양국간 FTA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농업, 축산업 및 수산업 등 식료품 분야의 무역장벽을 내리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로서는 한국 정부가 장벽을 내려서 경쟁력 있는 브라질 식료품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브라질은 신흥 경제대국으로서 ‘BRICS’의 일원국입니다. 이미 중남미 지역의 리더라고 할 수도 있는데 향후 세계 강대국으로의 부상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역사적으로 볼 때 브라질은 항상 평화를 추구해 왔으며 헤게모니(hegemony), 패권국가를 추구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브라질 경제가 더 성장한다면 주변국들과의 교류가 더 늘어나고 경제적 영향력은 커지겠죠. 하지만 우리는 군사력을 증강한다든지 주변국들에게 압력을 가한다든지 등의 행위는 전혀 할 생각이 없습니다.

브라질은 평화의 나라, 패권 추구한 적 없어

- 브라질의 군사력은 어느 수준입니까.

군대는 징병제로 운영되는데 현재 국방비가 부족해서 충분한 숫자의 병사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년 100만명이 징집 대상이지만 무작위 추첨을 통해 그 중에서 30만~40만명만을 선발합니다.

군대의 인프라가 부족해서 충분한 훈련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신형 전투기 10여대를 구입하는 공군 전력강화 프로젝트도 무려 15년이나 연기됐을 정도입니다.

- 최근 반정부 시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지난 10여년간 브라질이 경제성장에 성공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이 대폭 개선됐습니다. 과거에 생계유지조차 어려웠던 빈민들이 이제는 중간층으로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브라질 경제가 아직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인프라가 너무 낡았습니다. 공공부문에서 운영되는 버스나 기차를 보면 20년이 넘을 정도로 대단히 오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파울로, 리우데자네이루 등 대도시들의 교통체증까지 겹쳐서 그들을 더 힘들게 합니다. 물류 유통 문제도 심각합니다. 산업용 자재들의 수송은 주로 트럭에 의해 이뤄지는데 교통 체증과 도로 사정 등의 문제로 인해 위험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정부에 항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정부가 공공 인프라 구축에 더 투자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브라질의 문제는 공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분배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치권의 부패로 인해 효율적인 예산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브라질 정부는 지난 룰라 대통령 때도 그렇고 현재 호세프 대통령까지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왔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포퓰리스트 정부에 대한 서민들의 시위라면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 정부는 서민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여러 문제로 인해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모두 충족시켜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고요. 그런데 현재와 같은 경제적 상황이라면 인기가 좋았던 룰라 전 대통령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 역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경제정책 분야에서는 미흡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 브라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얘기가 역시 축구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습니다. 브라질내 축구에 대한 인식과 열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브라질 국민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인생과도 같고 열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국가대표 경기 뿐 아니라 국내 리그에서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패했을 때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을 정도입니다.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건 물론이고 직접 하는 것까지 즐길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축구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브라질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가정해 보면 수천만명의 국민들이 이에 대해 다양한 처방을 내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입니다. 브라질 축구가 강하고 흥미로운 원동력이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브라질인들에게 축구란 …

- 내년에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열립니다.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우선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그리 좋지 않아 보입니다. 브라질 최고의 선수들이 대부분 유럽에 진출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월드컵 시작 한 달 전에야 브라질에 오게 됩니다. 서로 전술을 익히고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경기장 및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주경기장들은 대부분 완성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 완공이 덜 된 경기장들이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개최를 위해 필요 이상 규모의 경기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경기장을 새로 건설하고 있는데 대회 이후가 또한 걱정입니다.

- 또 한가지 브라질하면 떠오른 것이 광활한 아마존 지역입니다. 지구의 산소탱크라고 알려져 있는데 아마존 환경 파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를 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과 NGO들에 의해 과장되고 부풀려진 부분도 있구요. 아마존의 면적은 엄청납니다. 브라질 전체 국토의 55% 가량을 아마존이 점유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 고작 300만명 정도만 살고 있습니다.

아마존을 조사하고 감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아마존과 연결돼 있는 국가들만 6개입니다. 따라서 테러리스트 또는 마약상들이 아마존을 통해 넘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아마존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문명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불을 내기도 해서 크게 번지기도 합니다.

아마존 보존을 브라질만의 문제라고 규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아마존에 사는 주민들을 교육시키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방법으로 아마존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욕기도를 위한 유희, 카니발의 유래

- 브라질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서 브라질 명소와 관광거리를 소개해주시죠.

브라질의 상징과도 같은 삼바축제에 꼭 참가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매년 2월에 개최되는데 할리우드식 쇼로 변화된 면이 있긴 하지만 역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카니발이 가장 화려합니다. 다른 지역들에서 열리는 카니발은 좀 더 지역 특색을 살려서 토속적으로 열리는데 역시 후회 안하실 겁니다.

 

- 카니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습니다. 카니발 기간 중 일어나는 문란한 성(性)적 이야기나 이른바 ‘무용담’들도 떠돕니다.

원래 카니발의 유래는 로마제국입니다. 라틴어 원어에 따르면 ‘자유롭게 한다’는 뜻인데요. 비종교적인 로마식 축제였습니다. 그러다가 로마가 카톨릭을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수정이 가해졌죠.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 전까지 40일 동안 기도를 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 40일에 돌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즐길 기회를 준다는 의미였습니다.

성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것이 범죄가 아닌 이상은 성인 개개인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수백, 수천만명이 참가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종교계에서도 ‘카니발을 즐기되, 신중하라’는 입장입니다.

- 개인적으로 대사님의 한국 생활은 어떠신가요. 일본계 브라질 이민자 출신이시죠.

한국 생활은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도 1984년 첫 방문을 포함해서 한국에 몇 번 왔습니다. 약 30년 전이니까 전 한국이 성장하는 걸 목격한 셈이죠. 과거와 비교하면 서울은 정말 멋지게 성장했습니다.

전 이민 2.5세인 일본계 브라질인이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봅니다. 예의범절이나 연장자에 대한 배려 등이죠. 또한 인구 고령화, 과다생산 등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 중에는 일본이 과거에 겪었던 것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전 한국을 더 편안하고 익숙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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