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3년 미국, 백인이 소수가 될 때
2043년 미국, 백인이 소수가 될 때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8.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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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샤프는 조지아 주립대(GSU) 1학년 학생이다. 그는 새학기를 앞두고 얼마 전 클럽을 조직했다. 클럽의 이름은 ‘백인학생연합’(White Student Union). 학교 내에서 이 클럽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백인 우월주의자 그룹이다, 나치다’ 하며 학교 당국은 이 클럽의 조직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백인인 샤프는 “우리가 하려는 것은 유럽과 유럽계 미국인의 유산을 기념하며 백인 정체성을 축하하려는 것”이라며 “다른 인종을 미워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역언론에서 말했다.

“백인이 백인인 것을 자랑하면 백인우월주의자인가? 우리(백인)는 이미 대학에서 소수이고 국가적으로도 곧 소수가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옹호할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되는가? 다른 소수계 인종과 같은 클럽을 만들면 안 되는가?”

조지아 주립대 학생들은 백인이 38%, 흑인 35%, 아시안 12%, 라티노 7%로 구성돼 있다.

샤프는 “이 클럽은 문화 조직이다. 다른 인종그룹에 대한 미움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백인은 소수가 돼 가고 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도 특별한 사람들이다. 우리 목소리가 들리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항변은 백인이 소수가 돼 가고 있는 미국 사회의 역사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 기준 백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63%로 다수다. 히스패닉은 17%, 흑인은 12.3%, 아시안은 5%. 하지만 2011년 7월 1일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중 50.1%가 비백인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비백인 신생아 수가 백인을 앞지른 것이다. 2011년 기준 5세 이하의 어린이는 거의 50%가 비백인으로 지금은 과반수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민자들의 유입과 높은 출산율로 히스패닉을 비롯한 비백인들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백인은 높은 사망률과 낮은 출산율로 줄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는 2011년 기준 5200만명으로 2010년에 비해 3.1% 증가했다.

흑인은 4300만명으로 2010년에 비해 1.6%가 증가했고 아시안은 1800만명으로 3%가 늘었다. 반면, 백인은 2011년 미국 100년만에 처음으로 사망률이 출생률보다 높아 유럽 출신 백인이민자들이 없었으면 2010년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것이다.

이런 변화로 30년 뒤인 2043년 경 미국 사회에서 백인은 소수가 된다는 것이 유력한 전망이다.

백인이 소수가 되면 미국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버드대의 유명한 미래학자인 고(故) 사무엘 헌팅턴 교수와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되면 다수의 백인이 만들어 놓은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리며 미국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팅턴 교수는 저서 ‘Who Are We? The Challenges to America's National Identity’(2004년)에서 영국 프로테스탄트들이 미국을 세우지 않았으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다며 이들이 자유, 평등, 개인주의, 정부 대표, 사적 재산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정체성을 만들고 발전시켜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신교 문화로 이들은 개인양심, 개인책임, 노동윤리 등을 강조하면서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체성의 이 특징이 히스패닉 등 비백인 미국인들에게 심겨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비백인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삶에 참여하고 영어를 배우고 미국 역사와 풍습을 익히며 자기 출신국이 아닌 미국을 자기 나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른 쪽에서는 헌팅턴 교수의 이 견해가 기우라는 관측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소수라며 다수인 백인을 탓했던 비백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주장할 수 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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