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싱글맘,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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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08.1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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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자스민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자스민 새누리당 국회의원

새누리당 비례대표 이자스민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도 외국인 이주여성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1995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와서 18년 동안 시부모를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는 다문화 가정의 지극히 평범한 주부이면서, 이주여성 모임인 ‘물방울 나눔회’ 사무총장으로, 또 외국인 공무원 1호로 서울시에서 일하면서 다문화 운동가로서도 활발하게 일해 왔다.

그 사이에 방송과 영화 활동으로 대중에 얼굴도 알렸다. 영화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의 필리핀 엄마 역할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랬던 그녀가 ‘다문화 1호’ 국회의원이 된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그녀가 국회의원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다문화라는 이슈가 공론화되고 이주여성들에게 큰 힘을 준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이자스민 의원의 국회 입성은 그동안 우리 사회 내에 잠복해 있던 ‘외국인 혐오증’을 수면 위로 올라서게 하는 계기도 됐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이자스민 의원을 검색해보면 단지 그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험담을 하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의정 활동 1년을 맞아 본지를 만난 이 의원은 “저에 대한 비난이나 선입견이 모두 우리 사회가 외국인이나 이주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의 현 주소”라면서 “그런 선입견을 개선하는 게 저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말했다.

- 방송 같은 프리랜서 일을 하다 틀에 박힌 국회의원 생활하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일단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물놀이를 못 갑니다. ‘야 국회의원이다’ 하면 좀 그렇잖아요. 예전에 방송과 강연하면 수입도 좀 되고 개인 시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

초선의원 모임이나 새누리당 행사 등 공식 일정이 많거든요. 그리고 영어 때문에 외국도 많이 나가고, 외국인 미팅에 참석할 일이 많아요. 그렇다고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 의정생활하면서 생소한 경험도 많겠습니다.

원래 직업이 박수 많이 받던 직업이었잖아요. 큰 인기는 없어도 사람 만나면 사진 찍고 사인 해주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직업 하나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박수가 욕으로 변했어요. ‘필리핀 이주여성이 왜 국회의원이냐’ 이런 반응이죠.

- 국회의원이 돼도 이주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마찬가지네요.

저는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올라 이주여성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 같아요. ‘이주여성이나 외국인이 얼마나 알겠어’라는 식이죠. 처음 만난 사람이 그냥 일반 외국인 만나듯이 저에게 반말하는 경우 많고요.

국회의원이라기보다 이주여성이라는 저를 보는 거죠. 그래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저에 대해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국회의원으로서 정책 관련 생각이 많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거죠. 이런 게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첫걸음일 테니까요.

다문화는 여야가 따로 없는 이슈

-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시끄러운데, 의원님도 다른 국회의원과 다툰 경험이 있나요?

제가 갖고 있는 다문화라는 이슈는 누구와 싸울 이슈가 아니에요. 야당에서도 다문화 이슈에선 제 의견을 많이 수용해주세요. 다문화 관련 시민단체 운동을 하면서 2008년 이주여성지방의원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사장님이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기도 했어요.

- 그러면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변절한 게 되나요.

그런 건 아니에요. 이사장님이 2010년에 각 당에 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제 이력서를 주셨대요. 그때 민주당에서는 시기상조라고 했고, 새누리당에서 관심을 가져 주신 거죠. 그때나 지금이나 전 다문화 운동 차원으로 국회에 나왔어요.

-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활동에 개근할 정도로 열성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제 일정 비서관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비서관 출신인데, 원내대표 모실 때보다 제 스케줄이 많다고는 해요. 그래도 외부 스케줄은 웬만하면 주말로 몰아서 국회 일정과 겹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아무래도 국회나 정치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르니 회의 마지막까지 있는 편이에요. 마지막에 좋은 얘기가 많거든요. 책상머리 앉아서 보고서 백 번 읽는 것보다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동료 의원 얘기 듣는 게 훨씬 좋아요.

- 1년 동안 13개 법안을 내고 그중에 3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 정도면 많은 것 아닌가요. 의정활동에 만족하고 계시나요?

좋은 성과이긴 한데, 처음 생각한 것은 좀 달랐어요. 처음에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다 뒤집을 생각이었거든요. 국회에 오기 전 이주여성 관련 시민단체 활동할 때 현장에서 보면 이 법이 소용없어 보였어요.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인과 이주여성을 구별하는 차별적인 것 같아서 없애고 싶을 정도였죠. 그런데 지금은 정부 입장도 듣고 좀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전체를 생각하게 됐어요. 모든지 섣불리 없애거나 뜯어고치면 안 되는 거죠.

- 그렇다면 현재 다문화 정책에서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요?

외국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기 위한 통합 기관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11개 부처가 각각 업무를 해요.

총리실 산하에도 외국인노동자정책위원회, 외국인정책위원회, 다문화가정정책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있죠. 그런데 이주여성인 제가 결혼하면 다문화 가정이고, 국적을 안 바꾸면 외국인이죠. 그리고 취업을 하면 외국인 노동자가 됩니다. 이걸 다른 부서, 위원회에서 따로 얘기해야 하니 힘든 상황입니다. 제 생각은 대통령직속위원회를 두고 컨트롤타워로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장기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1회용 반창고처럼 문제를 덮는 식은 안 돼요. 지금은 한국어 교육 같은 조기 정착 지원에 머물러 있어요. 10년, 20년 후를 보고 이주여성을 자립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복지 부담도 줄어들죠.

- 아직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차별을 받는 일이 많죠? 우리 국민들 인식 개선도 시급해 보입니다.

인식 개선 부분도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사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경우에는 일반 한국인들이 ‘저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니 특별히 대해줘야 한다’고 지레 생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똑같아요. 다르게 접근하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느끼고 상처 받아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다가가서 대화를 해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거죠.

다문화 관련 장기적 정책을 위한 컨트롤 타워 필요

-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죠. 우리 국민들 중에는 외국인들이 본인들 필요에 의해서 한국에 왔는데, 굳이 우리 정부에서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시각도 있어요.

그건 좀 달라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 아시죠. 이주여성은 이게 시작이었어요. 이주여성은 우리 필요에 의해 외국에서 여성을 수입해 국제결혼을 시킨 경우예요. 그래서 중개업자가 생기고 중개업법이 만들어진 거죠. 다시 말해 우리나라 다문화 현실은 전통 이민국가인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라요.

- 그래도 냉정하게 봐서 귀화를 하지 않으면 외국인 아닌가요?

다문화 가정에는 남편과 아이, 그리고 시댁이 있죠. 당연히 한국인의 문제라는 거예요. 예컨대 저처럼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해서 가장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가 우리나라 다문화인이 150만 명이라는데, 그건 틀린 말이에요. 가족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훨씬 많습니다.

- 이주여성 말고 일반 외국인 노동자도 많은데, 일부에선 이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살면서 우범 지대를 만들고 범죄조직화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율이 높다는 것도 편견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런 가능성을 낮추는 방안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 경제의 필요에 의해서 한국에 와서 일하는 것이에요. 대개는 한국인이 꺼리는 일을 많이 하고요. 그러니 우리가 정당한 처우는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자 관련 부분도 생각해야 해요. 외국인 근로자 체류기한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연장해도 최대 4년 10개월이죠. 5년이 되면 우리나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놓은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본국에 갔다가 다시 오든지, 그게 아니면 불법 체류자 되죠. 이게 외국인 노동자를 나쁜 쪽으로 모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기업체도 손실이 많아요. 3년 가르쳐 놓고 보내야 하니까요. 다른 노동자를 또 가르쳐야 해요.

- 의원님 활동하시는 것을 보면 ‘다문화 1호’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과 부담감이 큰 것 같습니다.

아마 국회의원 300명 중에 부담감이 가장 클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2호, 제3호 생기겠죠. ‘거 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하면 안 돼잖아요. 그리고 제가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을 올려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이주여성들, 특히 필리핀 출신 여성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 같긴 합니다.

- <완득이>라는 영화 때문에 국회의원이 됐다는 시선도 있죠.

영화만 알려졌지 제가 시민단체 활동한 것은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이주여성에 대한 선입견 있는 사람들 생각은 어쩔 수 없어요. 어차피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관심 없으니까요. 그냥 국회의원으로서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 의원님은 이주여성이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시댁살이, 싱글맘 등 한국사회에선 불리한 조건을 여럿 가지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시부모님과 시동생 부부, 아이들 해서 모두 9명이 같이 살아요. 그런데 재밌어요. 18세에 시집 와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는 줄 알고 그냥 했어요. 김장 때 배추 100포기 이상 하고, 간장이나 된장도 직접 다 담가 먹고요. 김장은 1주일 동안 하는데, 지난 겨울만 대선 때문에 제가 바빠서 빠졌죠.

시부모님을 ‘모신다’고 생각했으면 아마 못했을 거예요. 필리핀에서도 같이 살고 있으니 그러려니 한 거죠. 그런데 한국과 필리핀은 개념이 많이 달라요. 필리핀은 독립적이죠. 그래서 전 그냥 필리핀 식으로 했고 나중엔 다들 익숙해졌어요. 시어머닌 처음엔 기겁했지만.

이주여성으로, 싱글·워킹맘으로 살아가기

요즘 남편 빈자리를 많이 느껴요. 국회의원 생활 1년 정도 하고나니 애들한테도 더 미안하고요. 애들 깨기 전에 아침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거든요. 주말도 없고요. 게다가 인터넷엔 엄마를 욕하는 뉴스도 많잖아요. 아들 공부도 걱정이고요. 내년에 중3인데 혹시라도 대학에 못 가면 제 책임 아닌가 싶어요.

- 아드님이 다문화 가정에서도 참 당당하게 자란 것 같습니다.

제 인생 첫 번째 전환점을 아들이 줬어요.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계기였죠. 전 엄마가 외국 사람인 것이 알려져서 아들이 ‘왕따’될까봐 애들 학교에 안 갔거든요. 그래서 큰 아이 초등학교 때 애들 점심 급식에 할머니나 아빠, 삼촌이 대신 갔어요.

그런데 아들이 ‘엄마 필리핀 사람이라고 다 얘기했다’고 오라는 거예요. 우리 아들은 다문화 가정이라는 걸 창피하다고 생각 안 해요. 반면에 딸은 초등학교 1학년 첫날에 선생님이 출석 부르는데, ‘엄마가 필리핀에서 왔으니 잘 지내야 돼요’라고 말해서 놀림을 많이 받았대요. 선생님은 배려한다고 했지만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오히려 부각시킨 거죠.

- 아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에 군가산점 부활에 반대하셨던데요.

군가산점을 부활시키려면 엄마 가산점도 만들어야죠. 엄마가 되면서 직업이 단절돼 사회 진출을 못하는 여성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지금도 회사 면접에서 군복무 유무가 많은 차이를 주지 않나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여성들의 승진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눈에 안 보이는 차별이 많아요.

- 필리핀은 어떤가요?

필리핀은 문화 자체가 모계사회라서 남녀차별이 거의 없죠. 게다가 아직은 개발도상국이어서 서비스 직업 같은 여성 일자리가 더 많아요. 그래서 허스밴드가 아니라 ‘하우스밴드’들이 많아요. 집을 지키는 남편이라는 뜻이죠.

- 필리핀은 1950년 6·25 참전국으로서 우리나라를 도와주기도 했고, 1960년대에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필리핀처럼 잘 살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아시아 내 선진국이었습니다.

장충체육관과 미국대사관을 짓는 데 필리핀의 원조가 있었던 것으로 알아요. 박정희 대통령이 마닐라 도로를 보고 이런 도로가 한국에도 있었으면 해서 경부고속도로를 계획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하지만 마닐라의 그 도로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한국은 엄청나게 발전했죠. 그게 차이점입니다.

-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선 박정희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폄하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사실 다문화 지원이든 뭐든 경제가 좋아야죠. 경제가 어려우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잘 살아야지 지원이 많아지잖아요. 박정희 대통령을 포함한 예전 지도자들이 한국이 이렇게 많이 발전하는 데 공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한국은 경제개발과 민주주의를 빨리 이룩했잖아요. 이런 예는 어느 국가도 없을 거예요.

-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지금 이주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돕는 ‘꿈드림 학교’를 운영 중이에요. 이걸 잘 해서 이주여성의 자립을 도울 거예요. 그리고 다문화 정책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일과 현재 정책 중에 구멍이 나있는 부분을 잘 메워나갈 계획입니다.

인터뷰/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신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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