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받은 회장님들의 기업들은 지금?
‘벌’ 받은 회장님들의 기업들은 지금?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8.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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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 회장에 이어 이재현 CJ그룹 회장(53)이 20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쇼생크 탈출’(?)에 성공했다.

‘매 앞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지만 재벌들에게는 ‘구속 앞에 장사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궁전 같은 세상에서 살다가 속칭 ‘까막살이’를 해보니 견디기 힘들 것이다.

구속된 재벌 회장들이 줄줄이 형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풀려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한편으로는 괘씸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그렇게 못견디겠으면 처음부터 잘 할 것이지 말이다.

어찌됐든 총수를 잃은 대기업들은 하루가 불투명의 연속이다.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에 이어 이재현 CJ 회장까지 구속되면서 20대 그룹 가운데 3곳이 한꺼번에 총수 공백 사태를 맞게 되면서 재계 역시 술렁이고 있다.

다음은 유통재벌 L그룹 차례라는 이야기는 정계와 재계에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온다.

이 그룹은 최근 임원들의 뒷거래가 검찰에 꼬리를 잡혔고 지난 달 주계열사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맞았다. 다만 경제가 너무 좋지 않다는 여론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영 구루 손경식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CJ

이재현 CJ 회장은 국내비자금 3600여억원, 해외비자금 2600여억원 등 총 6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963억원 상당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으로 주장하며 개인적 용도의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 구속으로 CJ그룹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그룹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는 손경식 회장(74)이 취임해 그의 리더십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외숙부인 손 회장은 집안의 어른이자 과거 CJ 대표이사를 맡아 1997년의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넘긴 능력 있는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손 회장은 과거 CJ 대표이사 재직 중 초유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회사를 2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시킨 전력이 있다.

하지만 올해 74세의 고령인 그가 과거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최태원의 SK 하이닉스 반도체 삼성과 밀월 계속될까

최태원 회장의 SK 역시 비상경영체제를 갖췄다. 다만 최 회장의 죄질(?)과 전력에 비춰보아 그룹내에서도 단기간에 최 회장이 돌아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최 회장이 과거 경영성과에서 신망을 얻지 못했고, 친인척 그룹안에 갈등이 내재한다는 점에서 최 회장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최 회장이 최근 SK 비상경영체제를 이끌고 있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63)과의 면회 자리에서 동생 최재원 부회장을 언급하며 “최 부회장이 자숙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재원 부회장이 자주 해외 출장을 나가며 모 인사와 접촉하는 것에 대해 최태원 회장이 격노했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SK는 하이닉스 인수 후 공격적인 반도체 투자플랜을 통해 유럽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지만 모두 유보된 상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SK와 CJ 모두 삼성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이다. SK의 경우 과거 삼성이 주목하던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고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삼성반도체와 글로벌 공급에 경쟁자로 떠올랐다. CJ는 삼성과 오너의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이 있었다.

삼성과 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합쳐 50%를 상회한다. 문제는 두 회사가 지난 7월 체결한 상호 협력의 포괄적 크로스 라이센스 협약이 과연 유지될 것이냐는 점이다.

삼성과 SK는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특허 라이센스를 교환하는 포괄협정을 맺었다. 문제는 총수를 잃은 SK의 경영 자세가 삼성의 시장공략에 보조를 맞출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김승연의 한화그룹, 동력 잃고 난파중

가장 심각한 곳은 지난 1월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온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지 1년만에 모든 상황이 아노미 현상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6일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수감 후 우울증과 호흡곤란이 심해져 구속집행정지를 연장, 재연장하고 있지만 건강이 악화돼 ‘옥중 경영’도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김 회장의 구속이 1년이라지만 김 회장은 2010년부터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해 만 3년간 수사와 재판 등이 거듭되면서 제대로 된 경영 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한화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계획이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80억 달러 규모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계약에서 이라크 총리는 “한화는 이제 이라크 회사”라고 강한 유대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구속이 길어지면서 이라크 재건 시장에서 한화는 독보적인 지위를 상실하고 중국, 터키 등 경쟁국가 기업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ING생명 인수 및 신규 M&A, 신사업 투자 등도 난항을 겪고 있다. 재계는 한 화에 비상경영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속도나 파워 면에서 확실히 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전략이 필수인 글로벌 경영 전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재벌 총수들의 잇단 구속으로 재계는 침통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러한 침통한 표정을 국민들이 안타깝게 여기던 시절은 모두 지나갔다는 점을 재계는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장 큰 혜택을 보았던 재벌과 재계가 정작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념적으로 수호하려는 의지나 행동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보수와 우파진영에서도 재벌 대기업을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 현실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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